제조업 20년 노하우로 유통업 개척기
제조업을 하는 대기업에서 20여년간 구매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1년 전 유통회사로 옮겨와 같은 분야의 일을 해 오고 있다. 같은 ‘구매’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보고 경험하며 느낀 1년이었다.
내가 경험한 다국적 제조업의 구매와 구매 관리를 기준으로 유통회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지난 1년을 보낸 듯 싶다. 일반적으로 구매라고 하면, 대부분이 제조업 위주로 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는 나름 잘 접목했다고 자부하고, 일부는 유통이라는 업종에는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구매에 관련된 여러 이론들이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구매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유통에서 구매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향으로 내용을 전개해 보기로 한다.
구매 목적에 적합한
공급자 선정(T.Q.S.C.E)
첫째, 효율적인 구매를 위해서는 구매 목적에 적합한 공급자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제조업의 제조에 필요한 구매 대상 물품의 규격, 시방서 등을 바탕으로 공급이 가능한 업체들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러한 활동들을 소싱(Sourcing)이라고 한다. 업체를 찾고 선정하여 거래를 시작하기까지의 활동들을 하는데 최적의 공급자는 기술(T), 품질(Quality), 공급(Supply), 가격(Cost) 등에서 요구하는 기대수준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공급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윤리(Ethics)와 환경(Environment)문제가 대두되어 이 조항들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둘째, 후보 공급자를 선정하여 최종 선정을 위한 감사(Audit)를 실시한다. 회사가 요구하는 경영 시스템을 만족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셋째, 업체를 승인한다. 각종 필요한 서류들을 바탕으로 승인된 업체 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뜻한다. 넷째, 승인된 업체들 중에서 사양서 제공, 규격 확인 등 개발에 필요한 각종 활동을 하며 가격 등 거래를 위한 결정을 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거래 전에 부품의 생산을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공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에 점검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업체가 선정되고 해당 업체에서 공급 가능한 물량과 가격, 납품 조건 등 세부적인 계약이 완료가 된 후 조달부서에 넘기게 되는데, 본사 조달 부서에서는 각 사업장과 협업하여 공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납품이 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이 여러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본사에서 기업전체의 구매를 통합하여 진행할 수 있다. 각 사업장별로 봤을 때 스스로 구매하는 경우, 또는 본사와 사업장이 협력하여 품목에 따라 분리하여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본사 집중구매의 장점으로는 ▲대량구매로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정할 수 있다. ▲공통자재를 일괄구매 하므로 단순화, 표준화가 쉽고 재고량이 감소된다. ▲전문적인 구매지식과 구매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구매절차를 통일하기 용이하다. ▲구매비용이 줄어든다. ▲구매가격 조사, 공급자 조사, 구매효과 측정 등이 용이하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반대로 긴급을 요할 시 대응이 쉽지 않고, 수송비 등의 물류비용이 증가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비용(Total Cost)을 고려하여, 대량 구매 품목, 공통 부품, 또는 표준품목 등 본사 집중구매가 유리한 품목들은 본사가 구매하고, 운송비가 부담이 되는 부피품목, 소량 구매 품목 등은 각 사업장에서 구매를 하는 등 본사 집중구매와 사업장별 분산구매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구매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효율적인
재고관리의 비결
일반적으로 제조업 특히, 신상품 등 시기에 민감한 성향을 가진 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자칫 불용재고(상품의 수명이 다해 판매가 되지 않은 제품의 소요되는 부품)가 되어 엄청난 금액의 재고들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JIT(Just in time)방식의 재고관리를 통해 재고금액을 줄여 현금흐름에 기여하고, 불용으로 인한 폐기금액을 줄이고자 한다.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 또한 VMI(Vendor Managed Inventory)를 통하여 상당 금액의 재고를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기준정보를 바탕으로 모든 활동들을 시스템과 연결,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업체는 생산계획에 따른 해당 부품의 수요계획과 재고 현황 등을 공급업체에 공유하고, 공급업체는 납품계획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연동(System Integration)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고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케 하는 상호 협업으로 상생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의 경험들을 유통회사에 와서 다 접목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유통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생각에 유통관리사 공부를 하였고, 이제 막 유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을 유통을 위해서는 구매를 해야 하고, 그 매입처들은 대부분 제조 회사들이므로 제조를 아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구매를 잘한다는 것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수량만큼 적절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가격은 불문하고 각 유통경로의 도·소매점들이 필요로 하는 시기와 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적정재고를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기업은 성장을 해야 지속 가능하며, 성장을 위해서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또 그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은 혁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들 한다. 혁신이란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변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시작된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품목들을 경쟁력이 있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소싱(Sourcing)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발주와 납품을 보다 쉽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파트너사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 좋은 상품들을 상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효율적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을 구비한다는 것은 산업공구 유통의 생태계에 있는 모든 당사자(협력업체, 크레텍 그리고 BP사 등)들이 이익을 나누고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효율적인 체계를 구축하는데 미약하나마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힘을 보태고자 한다.
글 · 김형수 CRETEC 마케팅지원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