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COLUMN

[공구인 칼럼] 계측기 회사에서 배운 정밀함과 꼼꼼함


계측기 회사에서 배운 정밀함과 꼼꼼함




책임감 = 꼼꼼함…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예의'

1990년 한국AND에 입사했었다. 그 때 내 나이 스물다섯. 군대를 제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저울 및 측량기 제작 업체인 AND의 한국 투자법인이었던 그 곳에서 나는 내 인생의 중요한 지침이 된 저울과 측량기에 대해서 공부하고 익혔다. 기술을 배우고 개발자가 되어 새 제품을 기획하기도 하고 측량기의 A/S도 진행했으며 딜러 영업은 물론 대리점 관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순차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계측기에 대한 모든 것을 체득해 익힌 것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일하던 6년 동안 계측기의 기본적이고 또 가장 중요한 특징인 정밀함과 꼼꼼함이 알게 모르게 내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나는 책임감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책임감이란 꼼꼼함의 다른 이름이다.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오면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아닐지라도 고객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포스트잇에 정리해 담당자에게 딱 갖다 줬다. 오차 없이 확실하게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다 회사의 운영 방식에 답답하도 있고 또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 그만 두고 나와 공구상을 차렸다. 1997년의 일이다.

정장 입고 넥타이 매고 
공구상 출퇴근

남이 운영하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아닌 내가 운영하는 공구상으로 출퇴근하는 것이었지만 내 복장은 과거 회사 다닐 때의 복장과 다르지 않다. 칼주름 잡힌 정장 바지에 흰색 와이셔츠. 그리고 잘 어울리는 넥타이와 잘 닦인 구두. 무슨 직장인도 아닌데 그렇게 차려 입고 다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다 내 공구상, 대명솔루션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서다. 맨 처음 매장을 오픈했을 당시 나는 아직 많지 않은 나이였다. 어린 나이의 내가 운영하던 공구상을 찾아 주시는 고객들에게 예의를 표하고 싶었다.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예의’다. 우리가 적게는 12년, 많게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니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대부분은 ‘예의를 갖춰 사람을 대하는 법’이라 생각한다. 학식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또한 우리 가게의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에서도 예의는 필요하다. 바로 정확한 제품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것이 예의다. 대명솔루션은 과거 회사에서 배웠던 계측·계량기 전문 공구상이다. 계측기의 생명은 정확도다. 정확도가 없는 계측기는 소리가 나지 않는 전축과 다를 바 없다.

흐지부지한 게 가장 싫어…
직원도 마찬가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만이 아니라 A/S출장을 다닐 때도 정확도는 꼭 필요하다. 출장을 가서 그저 대충 고치고 오면 분명히 다시 가야 한다. 시간적, 금전적인 낭비가 되는 것이다. 나는 뭐가 됐든 흐지부지 한 걸 가장 싫어한다.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렇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매사에 정확하지 않은 직원을 나는 뽑지 않는다. 누군가는 다 미신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직원을 뽑을 때 혈액형도 물어 본다. A형과 B형은 대개 일을 꼼꼼하게 잘 한다. 하지만 O형은 사교성은 좋아서 영업할 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명솔루션의 직원은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말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따져 봐도 사무실에 지금껏 남아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A형이나 B형인 걸 어쩌나.

돈 벌려고 사업하지 않아…
고객 위해 하는 것

 
나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장사하는 게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겠지만 사실이다. 이것 역시도 고객을 대하는 예의에 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손님이 와서 계측기를 찾을 때에도 나는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손님이 찾는 정확한 용도의 제품을 골라 준다. 내가 이익되는 걸 따지지 않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걸 판매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고객과의 상담에 많은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 제품을 찾는 것인지, 일 년에 몇 차례나 사용하는 건지, 가격이 저렴한 걸 찾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돈이 부족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용도에 맞아서인지. 우리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물어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예의를 다해 정성껏 대우하라는 것이다. 나중에 제품을 구입해 나가는 고객들 가운데에는 “고맙습니다”하고 나가는 고객들도 있다. 그럴 때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내 목표는 지금 매출의 10배를 달성해 지금의 측정‧측량 전문 공구상을 넘어 전방위의 공구를 판매하는 공구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구상을 차리더라도 정장과 넥타이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고객을 대하는 예의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글 · 이재호 대명솔루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