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없는 것 가진 사람과 일하라
촉나라 건국한 유비
‘인덕과 믿음의 리더’
흔히 유비는 ‘덕인’이요, 조조는 ‘영리한 악인’, 장비는 ‘무지막지한 명장중의 명장’, 여포는 ‘어리석고 의리가 없지만 최고의 맹장’ 등 단편적인 인물 정보로 전달되고 있지만 그 내막에는 오늘날 경영인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리더십과 비즈니스 덕목 등을 내포하고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경영인으로서 가져야할 리더십과 비즈니스 덕목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유비는 탁군(郡) 탁현(縣: 지금의 하북성 탁주) 사람이다. 161년에 태어나 223년에 사망했고, 자는 ‘현덕’이라 한다. 유비의 외모는 키가 7자가 넘을 만큼 컸고 특히 팔이 길어 서면 무릎까지 닿을 정도였다고 한다. 귀 또한 남달리 컸는데 거울 없이도 자신의 귀를 볼 수 있었다고 하니 물론 과장은 있었겠으나 그의 인덕으로 대변되는 인품이 귓불의 후덕함으로 어느 정도 희화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는 당시 한나라 전한(前漢) 경제의 황자(皇子) 중산정왕(中山靖王)의 후손으로 한나라의 부흥이라는 대의를 걸고 출사하게 된다. 요즘 흔히 하는 말대로 하면 집안은 금수저 격에 해당하지만 그의 초년시절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발·돗자리를 팔아 생계를 잇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방랑하던 차에 관우와 장비를 만나 도원결의를 맺었고 이후 원소, 조조, 유표 등에게 의탁하고 변변한 자리를 못 갖추고 떠돌다가 제갈량, 방통 등의 희대의 천재 등을 영입하고 진영을 갖춘 후 서촉을 도모하는 등 천하삼분지계의 계략을 받아들임으로서 촉나라를 건국하고 황제가 된다.
나의 부족한 점은 무엇?
냉철하게 파악하라
그렇다면 유비는 어떠한 매력이 있어서 ‘덕인’, ‘믿음의 리더’가 된 것일까. 우선, 유비하면 떠오르는 것이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로 대두되는 ‘도원결의’다. 이들은 서로 성씨도 다르고 출생지역도 달랐지만 ‘황건적의 난’이라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한실의 부흥이라는 목표로 거병의 뜻을 품고 만나 의형제를 맺고 도원결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이 삼형제의 개인별 캐릭터다. 그다지 겹칠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캐릭터는 오히려 서로를 충분히 보완해주는 보완재의 역할을 했다. 우선 유비 자체가 장비나 관우만큼의 용맹함을 갖고 있지 않다. 즉, 유비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없는 장수로서의 용맹함을 도원결의라는 형식을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조조도 반할만큼의 천지를 가르는 관우의 카리스마어린 성품 역시 유비 자신에게는 없었으며, 장판파에서 호통 소리 하나로 조조의 백만 대군을 움찔하게 할 만큼의 장비의 용맹한 파괴력은 당시 리더로서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즉, 유비는 본인이 황족이라는 신분적인 위치를 제외하면 딱히 부각되지 않았고, ‘용맹’이라고 하는 당시 장수로서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이들에게서 찾고 이들을 부하로 삼은 것이다.
이외에도 유비는 제갈량의 지혜를 얻기 위해 세 번씩이나 그의 거처를 방문하여 간신히 제갈량을 스카웃해왔다. 세 번씩이나 제갈량의 거처를 찾아가 수모를 겪어가며 결국 그를 모셔온 이야기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고사성어로 오늘날까지 일반화되어 쓰일 정도다. 또한 외모가 못생겨서 조조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방통과 장송의 재능도 높이 사서 결국 복룡(제갈량)과 봉추(방통)라는 희대의 두 천재를 참모로 얻게 되는 것이다. 즉, 유비는 이들만큼의 지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비록 관우, 장비 형제와 함께 뜻을 함께하여 거병한 후에도 숱한 전투에서 그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였는데, 지혜로운 참모가 부족하다는 점을 냉철하게 판단한 후에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갖고 있는 인재를 찾아 자존심을 버리고 몸을 낮추었던 것이다. 오늘날 경영진의 입장에서 믿는 부하를 선택할 때 흔히 학연, 지연을 따지거나 자신과 비슷하고 취미 등을 공유할 수 있거나 자신 앞에서 귀에 듣기 좋은 아부형의 부하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에서도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즉, 규모가 작은 업계일수록 CEO가 갖추지 못한 부분을 직원을 통해 보완하여 업체를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냉철한 자신에 대한 판단 후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갖고 있는 적절한 인재를 선택,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부하에게 믿음 주는
리더 돼라
삼국지가 PC게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게임에서조차도 유비의 매력지수는 항상 100점이다. 그가 부하를 대하는 모습에서 ‘덕을 갖춘 리더’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단순히 리더로서 아랫사람에게 칭찬을 하는 것에서도 상황과 적절한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간혹 무턱대고 칭찬을 한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진실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비꼬는 듯한 말투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부하를 감동시키기 위한 행동과 이벤트를 마치 언제나 준비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로맨티스트다.
조운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흔히 조자룡이라고 알려진 이 장수 역시 관우, 장비에 못지않은 용맹한 장수로 유비가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장판교 싸움에서 유비는 부인들을 잃고, 하나뿐인 아들까지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때 조조군의 백만 대군을 뚫고 유비의 아들(유선)을 구해온 이가 바로 조자룡이다. 장판교를 건넌 조자룡이 유비에게 유선을 건네주자 유비는 넋을 잃고 아들을 들여다보다가 공처럼 풀 섶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에잇, 누군가 주워가 버려라. 조운과 같은 장수는 또다시 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 어린 것 하나 때문에 위험하게 전사시킬 뻔했다. 자식은 또 낳으면 얻을 수 있지만, 훌륭한 나라의 장수는 다시 얻을 수 없다”. 이 이야기를 듣고 조운은 땅에 이마를 댔다. 장판교를 넘어 온갖 어려움도 잊고 유비와 같은 주군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가슴에 다시 맹세했던 것이다. 역사서에 따르면 이런 그의 마음은 “간장과 머릿골이 땅에 으깨지더라도 이 은혜는 보답하기 어렵다”고 했을 만큼 군신간의 충성심을 다시금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부하에게 해주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 한마디” 이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유비는 죽기 전 제갈량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긴다. “만약 태자 유선이 왕의 그릇이 된다면 그를 보좌하고 그렇지 않으면 승상이 왕의 자리에 올라 주시오.” 이 말을 들을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유비의 아들에게 충성을 할 것임을 맹세했다고 한다. 직원을 감동시키는 리더, 이것은 단순히 CEO와 직원이 비록 연봉을 기반으로 한 금전적인 계약적인 관계에 있지만 그 이면에 보다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암시해준다. 어떤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말 한마디에 맘이 상할 수 있고, 상황과 여건상 충분한 보상과 대우를 못해줄지언정 직원의 장점과 성과에 대해서 칭찬하고 진심을 다해 유비와 같은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뛰어난 CEO이겠는가.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라
마지막 덕목인 안목은 누구나 쉽게 체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숱한 어려움과 인생의 굴곡을 겪었을 때 훈장처럼 얻어지는 것이 사람을 볼 줄 아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인생을 거친다고 해서 저절로 쌓이는 것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라면 CEO로서 실패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유비는 죽기 전에 제갈량을 불러 부하 중 한명인 마속의 그릇이 많이 부풀려 있으니 큰일에는 절대 기용하지 말라는 충고를 건넨다. 유비의 그런 각별한 유언이 있었음에도 제갈량은 마속을 높이 평가하였고, 당시 북벌의 핵심이었던 가정(街亭)전투의 선봉장을 맡긴다. 그러나 마속은 가정전투에서 나라가 기울 정도의 패배를 하고 말았고, 그 결과로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다고 해서 오늘날까지 쓰이는 유명한 읍참마속(泣斬馬謖) 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다.
결국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유비의 재능은 덕을 떠나서 바로 이 안목이 아닐까 싶다. 결국 자신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했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그만의 안목을 토대로 부하를 끌어당겨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잘난 부하들이 자기를 떠날 것이 두려워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진심어린 믿음과 신뢰를 주었고, 결국 유비의 이러한 현명한 리더십이 그를 어지러운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의 군주 중 한명으로 만든 것이다. 사람을 선발하고 적재적소에 적당한 임무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넓은 안목과 포용력을 갖고 과연 어느 정도까지의 권한과 업무를 부여할 것인지 정할 수 있는 것은 CEO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 할 것이다. 특히 직원의 수가 많지 않은 중소업계의 성공하는 CEO가 되려면 반드시 소수의 직원 한 둘의 역량과 애사심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글 · 윤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