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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공구업계 경영인 2세로 산다는 것


공구업계 경영인 2세로 산다는 것

2세 경영은 어떻게 보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큰 부담으로 작용 하는 요소가 많다. 나 역시도 그렇다. 아버지께서 이루어낸 조직문화에 굳이 경영수업을 받아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서 아버지의 업적을 유지하려 하니 쉽지 않다. 그리고 나도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하는 경영은 나만의 색으로 하고 싶다. 그러나 또 그것도 쉽지 않다.





부자지간? 창업자 VS 2세 경영인
 
사실 2세 경영을 하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좋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인 것 같다. 문화와 시대적 배경의 차이다. 이 간격은 좁히기 힘들다. 내 생각에 아버지가 체험한 ‘많은경험’과 내가 보고 배운 
‘간접경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실. 이루고자 하는 절실함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아버님 세대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2세 경영인은 등 따뜻하고 배불러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세대고 그것을 지키고 발전하고 싶어 한다. 나는 우리 회사의 임직원분들, 그리고 그 가장으로 구성되는 세대원분들을 지키면서 회사의 단기, 중기, 장기적 명확한 목표설정과 방향성을 중요시 한다. 그것이 결여되면 하루아침에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론적 경영을 중시하는 것이다. 아마도 아버님과 나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절이 싫어도 떠나지 못해
 
시대 흐름의 속도가 큰 요인이다. 古정주영 회장님 말씀 중에 “一勤天下無難事(일근천하무난사)”라는 말이 있다. 한결 같이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엘빈토플러(Alvin Toffler, 1928 ~ 2016)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말하길 변화의 속도 즉 `방향성`이 다른 두 집단은 교집합이 생길 수 없다고도 말했다. 끊임없이 투자를 하여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현 주소에서 이미 많은 모험을 하여 성과를 이루어낸 창업자 분들과 새롭게 가치를 창출해 내려는 2세 경영인들과는 이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사실 모든 업종을 막론하고 2세 경영인으로 해야 할 일은 창업자 분의 뜻을 승계하여 그 업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롭게 하느냐는 방법의 차이지만 방향성은 지속하되 외형과 내형 모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며 경영 바톤을 잘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수저론을 떠나서 그리고 회사의 규모를 떠나서 2세 경영인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식의 옵션이 없다.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다. 그것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음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절대 편한 자리가 아닌 것이다. 남들보다 외형적으로 부유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검게 타서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되어있는 것을 세월이 지나 알게 된다.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 하며 아이러니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2세 경영인들의 인생이다. 현 시대에서 2세분들이 어떻게 ‘경영’을 할 것이냐가 하는 문제다. 나는 그것을 아주 쉽게 풀어 보고자 한다.
 
나만의 문화를 창조하는 2세 경영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던 초창기 돈을 좇다 보니까 다급해지고 실수하고 이기적이 되는 내 모습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쫒으면 ‘부’는 기약되지 않는 행운적 옵션이다. 그렇기에 바로 앞의 나무를 보는 것은 쉬운데 숲을 보는 지혜는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내가 가진 젊음이 많은 교훈과 절망감을 주었다. TV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2세 모습과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서 가장 효율적인 판단으로 하나하나 빨리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항상 하면 된다며 나 자신을 강하게 채찍질 하게 된다. 그리고 ‘안된다’는 약한 생각을 지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야 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부친께서 병환으로 이루지 못한 업적을 마지막으로 장식을 하기 위해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세 경영은 창업자 분의 목표를 잘 받들어 나만의 문화를 창조하는 예술이다.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내 자신의 자아를 찾는 것은 참으로 험난하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이다. 어릴 적 아이스크림 사주셨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최고의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창업자분께서 나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을 살았으며,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경영’ 이란 어려운 학문에 도전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효’라는 것은 예로부터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 하여야 할 덕목이다. 그 덕분에 2세고, 경영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업계이든 2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부모의 업적을 많은 분들과 협업하여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만나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아끼는 그것이 진정 나를 사랑하는 길이고 창업자 정신을 승계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는 힘없고 가진 것 없이 시작해 고생하신 창업자 분들의 경영바톤을 물려받아 기업을 세계무대로 널리 진출해야 한다. 진정한 효도는 내가 잘 되면 되는 것이다. 경영이든 노가다든 현장을 항상 중시하고 임직원 분들께 항상 옳은 방향성과 목표의식을 주어야 한다. 작은 조직이 큰 힘이 되어 국익에 이바지하는 법이다. 테슬라 창업자 엘론 머스크처럼 인류에 이바지 하는 그런 기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2세 경영이다. 말이 거창하지만 2세 경영이라는 것은, 즉 내 아버지 모든 일들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어 경영적 예술로 승화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_배대식 부산 세명종합상사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