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공구(工具)하라
흥미 없이 일해 봐야 말짱 도루묵
열심히 공부만 하던 나에게 어느 날 아버님이 건넨 말씀 “공구 일 배워서 너도 장사나 한 번 해 보거라.” 그 말씀이 내가 공구라는 업종을 접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처음 공구 업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는 다른 사회 초년병들과 마찬가지로 막연한 두려움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처음 접한 공구에 나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시간이 웬만큼 지났음에도 별반 공구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되짚어 보면 한없이 어린 생각이었지만, 그 때 젊은 내 눈에는 공구 일을 하는 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만 보였고 마음가짐이 그렇다 보니 공구에 흥미가 붙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공구에 관심이 붙지 않았던 나는 제품명, 사용 용도, 공구의 특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알려는 마음도 없이 어영부영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내게 공구가 숙명처럼 다가오는 하나의 계기가 발생했다. 그것은 어느 분의 “제품을 모르는데 어떻게 이 일을 하겠냐” 라는 핀잔 한 마디였다.
그 분은 어려운 여건에서 성공이라는 길을 만들어 가는 분이셨고, 정말 공구를 사랑하는 분이었다. 그 분이 내게 꺼낸 문장, 정신이 바짝 들게 하고 어쩌면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 말 한 마디가 내 자존심을 건드렸고 오기를 바짝 치밀게 만들었다. 돌이켜 보건대, 그 분의 그 말씀이 내가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을 이처럼 공구와 함께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관심, 상품 보는 눈을 키우는 기초
지금 나는 크레텍책임의 마케팅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여러 업무들을 배우는 중이다. 마케팅에 대해서도 더 배울 것이 많다.
마케팅이란 사전적 의미로 “소비자에게 상품이니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인 경영활동”이라 한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의 희망을 결합해 능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1960년대의 마케팅은 4P, 즉 제품(Product) 가격(Price) 장소(Place) 판매촉진(Promotion)으로 판매에 관한 분야를 나누어 전략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했다고 하며, 현재의 비즈니스에서는 과거의 4P에 3P, 과정(Process) 물리적 근거(Physical) 사람(People)을 확장해서 활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7P중의 하나인 제품(Product)과 관련해, 내가 공구에 푹 빠지게 만들어 주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마케팅팀에 근무하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고객이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의 습득과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눈,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타이밍을 정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공구에 대한 ‘관심’이다.
다양한 경험에서 확대된 상품을 보는 눈
오랜 시간 공구라는 업계에서 종사를 해 왔지만 아직 깊은 곳을 보지 못하고 겉만 훑고 있던 시기, 나의 시야를 깊어지게 만들어 준 분기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외국의 공구 전시장 방문이었다.
17년 전 방문했던 중국 전시장은 처음 외국 전시를 접하는 나에게는 이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산업 공구의 신세계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2001년에 방문했던 독일 쾰른 전시장은 중국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접한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나는 그 전까지 갖고 있던 공구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커졌고, 그것은 공구 일을 일이 아닌 하나의 즐길 거리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후 여러 나라의 해외 전시장과 생산 공장들을 다니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공구를 그저 보고 마는 것이 아닌, 교감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교감을 통해 제품 공급에 대한 ‘지금’과 ‘나중’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애착과 관심으로부터 나오는 상품 정보
어떤 분들은 나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대체 어디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있는 건가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공구에 대한 관심과 애착으로부터 정보가 나온다는 것이다. 관심이 있으면 눈에 보이지만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 눈앞에 있더라도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지금도 나는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와 비슷하거나 관련이 있는 것 같은 제품이 보일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이 제품이 우리 공구와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제품이 신상품으로 투입되면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제품이 앞으로 회사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품 개발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인 고전의 하나인 <관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一年之計在於春 (일년지계재어춘)
一日之計在於晨 (일일지계재어신)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하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워야 한다
한 제품의 개발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제품 개발의 기초이자 핵심은 바로 ‘계획 세우기’이다. 개발 계획을 잘 세워야 개발 후의 결과도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느껴 왔다. 제품 개발을 할 때에는 지금도 ‘진중하게, 객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며’ 생각하고 또 실행한다. 확신이 없는 제품 개발은 자칫 ‘실패’라는 길로 들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부족함과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한 잔의 술로 달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다시 한 번 더 관심과 애착을 가져야겠다고 다듬질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는(知) 것과 좋아하는(好) 것을 즐기면서(樂)하는 것. 이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며,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본다면 더 넓고 깊은 곳이 보일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