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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한 방에 되는 것은 없다


한 방에 되는 것은 없다






사장님, 또 바꾸려하십니까?
 
서울 잠실야구장에 스마토(SMATO) 공구 광고판을 붙였다. 이 정도 규모의 공구회사로는 드문 일이다. 붙여놓고 보니 그 모양새가 다른 로고에 비해 꿀리지 않고 외려 눈에 띌 정도로 모양새가  좋다.
이 스마트 로고는 사실 한 번에 된 것이 아니다. 2000년 시작돼 2003년까지 두 번을 우리회사 디자인실에서 만들다가, 이후 2005년부터 상공회의소 지원을 받아 전문기획실에서 세 차례 리뉴얼을 받았다. 지금 야구장에 걸린 스마트 로고는 6번째인 셈이다. 2016년 독일 출장길에서 아주 멋진 디자인을 보고 배워와 만들었다.
16년간 6회에 걸쳐 로고가 바뀌었다. 한번 바꾸는 데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또 바꾸려합니까’ 하기 때문에 임원회의를 통과 하느냐도 내겐 두려운 과제다. 또 뒷정리가 엄청 많다. 어느 곳에 가면 세 번째 로고가 찍힌 재고가 있고, 어느 곳에 가면 네 번째 로고 제품이 있어서 아주 혼란이 온다. 제품마다 바꾸고 아주 꼼꼼히 빠진 곳은 없는지 한도 끝도 없이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왜 신중하지 못하고 한번에 하지 못하는가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은 1번에서 3번으로 건너 뛸 수 없고, 한 번에 바로 원하는 목표가 나오지 않는다. 
 
정 안되면 보트가 와서 건져준다 
 
해군UDT 훈련 중 수영을 배우는 과정이 있다. 처음에는 일어서서 수영 자세를 배운다. 두 번째는 땅에 누워서 자세를 배운다. 세 번째는 물에 들어가서 앞에 침목을 잡고 연습한다. 네 번째는 정말 물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해본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고 나면 다섯 번째는 2km 헤엄을 치게 한다. 죽기 살기로 헤엄을 치다보면 어느 순간 목표지점에 닿아있고, 정 안되는 사람은 중간에 보트가 와서 건져준다.
나는 살아가면서 한 번에 된 것이 별로 없었다. 모진 어려움을 겪고 힘듦과 역경 속에서 실패했지만 또 도전하며 살아왔다. 에디슨은 1,000가지 이상을 발명했다. 가수 이미자는 1,000곡 이상을 신곡으로 내놨다.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하고 또 하다보면 그 중에 성공한 것이 생긴다.
 
4차 산업혁명, 한 번에 되지 않는다

나라전체가 4차 산업으로 간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창조경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4차 산업이든 창조경영이든 한 번에 되지 않는다.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연구하고, 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기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나온다.
2012년부터 공구업계에 가격파괴가 시작되면서 전동공구를 시작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익보다는 성장에 맞추어 온 결과였다. 협회 유통질서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을 맡았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아 고심하고 있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할까 걱정하다가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지 않겠나’ 싶어 내부적으로 가진 기술과 과제를 적어보았다. 생각보다 많았다. 무려 100가지가 넘었다. 이것들을 모아서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 즉 성장보다 이익률에 초점을 맞추고 관리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애벌레는 한 번에 날지 않는다

곤충이 부화하는 과정을 보면 나비가 누에고치에 싸여있다. 마지막엔 애벌레 스스로 그 껍데기를 헤치고 나와야 한다. 연약한 애벌레가 두꺼운 고치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에 ‘그래 너 고생 많이 했구나. 내가 도와줘야지’ 하며 그 고치를 뜯어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누에고치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할까. 그 고치를 꺼내주는 순간 애벌레는 살지 못한다. 애벌레는 스스로 힘을 키우고 온갖 풍파를 이겨야 비로소 날 수 있다. 한 번에 날아오르는 나비는 없다. 
스마토 로고도 여섯 번 변화하며 온갖 산통을 겪었다. 로고 하나 정착시키는 것도 한 번에 되지 않는데, 사업인들 인생인들 오죽하겠는가. 
 
‘가장 힘든 길이 항상 옳은 길이다. 절대 지름길을 택하지 마라. 지름길은 경력을 망치는 길. 질척질척한 길로 가라.’ 
- 바이런 윈 (Byron Wien), 美블랙스톤 부회장-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은 한국에서 새로운 길을 만든 것과 같다. 갖춰져 있지 않는 공구분야에서 사업모델을 만들다시피 했기 때문에 뭐든 ‘처음 시작한다’는 각오로 해야 했다. 일부러 힘든 길을 사서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들어간 일에 대해서는 개선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려 했다. 
대한민국 공구시장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차근차근 넘어서 좋은 공구기업을 만들라는 사명을 다해야겠다 싶다. 새로운 길을 가시라. 변화된 방법을 선택하시라. 세상의 운이란 항상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의 편이므로 그리 두려워할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모두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간다는 생각으로 한 과정을 들어가면 다음 과정이 보이고 그렇게 끝까지 가면 된다. 특히 공구는 나라와 세상을 구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나아가시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장담한다. 더운 여름, 이열치열의 정신으로 파이팅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