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COLUMN

내 인생의 책들


내 인생의 책들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책
 
1998년 IMF 때 회사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고객들의 부도도 많아졌다. 부도가 나지 않더라도 문 닫는 업체가 생겨나 상품들을 통째 받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 앞마당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천막을 치고 받아온 상품을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자금부족도 심했다. 특히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면서 갈팡질팡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았고, 적금을 넣어둔 것이 있어서 그걸로 막기도 했다. 마지막 통장을 해약하자 부도가 멈췄다. 흡사 벼랑 끝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과 같았다.
이런 위기를 겪으며 생각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구나. 지방이라 한계도 있고 내 지식도 부족하구나. 서울가서 공부나 하자.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에 원서를 냈다. 경쟁이 심했다. 쟁쟁한 사람들 틈에서 지방에서 왔다고 말하려니 기가 죽었다. 면접에서 있는 힘껏 의욕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합격이었다.
당시 경영대 곽수일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그의 저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도 받았다. 그때도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는데 18년이 흐른 최근에 우연찮게 책장에서 발견해 다시 읽게 됐다. ‘이 책은 나의 경영에 큰 획을 그을 만큼 영향을 주었구나’ 새삼 무릎을 쳤다.
곽수일 교수의 기업경영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판매부진을 단순한 영업문제로 보지 말고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하라.
2. 원가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은 항상 살아남는다.
3. 시장 점유율보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라.
4. 다각화된 사업 중 핵심사업에 주력하라.
5. 어려울 때일수록 제품, 공정, 기술개발이 살길이다.
6. 중장기적으로 경영의 기본에 충실한 기업만이 성장할 것이다.
곽수일 교수의 이 책은 내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었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목표도 모르고 이 길 저 길 헤매지 않았을까 싶다. 목표가 정해지면 어떤 새로운 길이라도 갈 수 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지나치게 고민 말고 행동하라
 
회사를 운영하며 영향을 받은 책이 또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1969년 함정근무를 하던 해군상병 시절, 배를 타고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다시 보니 ‘고민분석과 해결방법’에 밑줄이 쳐져있다. 고민도 많았고 몸도 뜨거웠던 내 청춘의 흔적이 아닐까 한다.
“일단 결단이 내려져 그 실행만이 남아 있을 때는 그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과 걱정은 완전히 잊어버려야 한다. 어떤 문제를 한도 이상으로 계속 생각한다는 것은 혼란과 고민을 만들어낼 뿐이다. 결단하고 행동하여 뒤돌아봐서는 안 될 경우도 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p59-
그 뒤에 휴가 나와서 책 전편을 구입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여러 번 읽었다. 2004년에는 데일 카네기 강좌도 3개월간 수료했다. 사장이라면 꼭 읽어 봐야할 책이라 생각돼 그 내용을 추려본다.
1. 남을 비난하는 것은 하늘에 대고 침 뱉는 격이다.
2.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3.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라.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라.
4. 논쟁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는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5.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시 분명하게 인정하라.
6. 칭찬과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
7. 고민과 싸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마쓰시다 고노스케… 경영은 사람이다
 
1982년에는 내쇼날 전기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 사장의 ‘실천경영철학’을 읽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얼마나 좋았든지 직원들에게 이 책을 나눠주기도 했다.
“경영은 인간이 하는 것이다. 경영의 핵심인 경영자 자신도 인간이고 종업원도, 고객도, 거래선도 모두 인간이다. 결국 경영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모여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을 적절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고노스케의 가르침은 장사를 넘어 경영으로 가는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1. 매사를 생산성 발전과 연결시켜야 한다.
2. 이익은 정당한 노력의 보수여야 한다.
3. 공존공영 원칙을 지켜야 한다.
4. 유비무환의 댐 경영을 실행해야 한다.
5. 대립하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6. 경영은 창조임을 알아야 한다.
7. 시대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곽수일 교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실천경영철학’, 이 세 권을 맞이하면서 내 인생의 길은 바뀌었다. 부모님께서 내 몸을 낳으셨다면 진정한 영혼으로 ‘나’를 끌어준 것은 하나님이라는 종교와 바로 이 세 권의 책들이다. 11월 늦가을, 경영자라면 아프고 힘들더라도 깊은 곳의 자신을 바라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