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COLUMN

일단 저질러라


일단 저질러라

상상하면 나온다… 아라비안나이트

우리회사 곳곳에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천막시설이 있다. 폈다 오므렸다하며 하늘을 덮을 수 있는 장치로, 설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나는 담요가 연상된다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 회사 앞마당을 작업장으로 사용했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천막을 치자니 건축법의 제한을 받았다. 계절적으로도 여름엔 천막이 꼭 필요했고, 봄가을에는 천막을 치면 좋은 공기를 마시는 데 방해가 됐다. 그렇다면 필요할 때 치고 불필요할 때 쉽게 거두는 천막은 없을까. 
2001년 당시 기술자였던 C씨에게 해결책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수소문해서 알아본 결과 창원의 모 공장에서 우리가 원하던 것과 비슷한 것을 찾았다. 필요할 때 펼 수 있고, 필요 없을 때 간단히 접을 수 있는 천막을 설치키로 했다. 이 장치는 이후 우리회사 8곳에 설치돼 지금도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상상을 해서 찾으면 나온다’는 교훈을 얻었다.

 
자전거에 엔진을? 직원에게 영양제를?

1971년이었다. 행상을 하면서 하루 30~40km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니 다리가 너무 지쳤다. 동력을 달아보기로 했다. 요즘 같으면 동력 자전거가 많지만 그때는 없었다. 자전거포에 가서 주인과 같이 머리를 짜내 일본 TAS라는 엔진으로 자전거에 동력을 달았다. 기술이 좋지 않아서인지 체인도 잘 벗겨지고 고장이 자주 났다. 그래도 다리 힘으로만 다니는 것보다는 나아서 1년간 이 원동기 자전거를 고쳐가며 타고 다녔다. 당시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 중 별난 모양새였을 것이다. 그래도 맘먹은 것을 해보는 재미가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1994년, 다리관절이 아파왔다. 젊었을 때 짐을 싣고 자전거를 많이 타서인지 쉰도 안 된 나이에 통증이 왔다. 병원에 가봤더니, 역시나 다리를 많이 써서 그렇다는 것이다. 기분도 그렇고 해서 불편한 다리를 끌고라도 중학 동창회에 갔다. 경품으로 영양제 ‘아로나민 골드’를 하나 받았다. 평생 내 몸을 도우는 것은 잘 먹지 않았는데, 아쉬우니 그 약부터 먹게 됐다. 그런데 한 열흘쯤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다리가 낫는 거였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하면 남들은 가짜 약장수 취급을 하지만 정말로 그 아로나민 골드를 먹고 아픈 다리가 나았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했다. 회사직원들을 둘러보니 모두 나처럼 과로 상태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직원들에게는 영양제 아로나민 골드를 지급한다. 체질에 상관없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제라서 직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먹는 것 같다. 아니, 어쩜 ‘아파보니 심정을 알겠더라, 건강을 챙기자’라는 내 마음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슈퍼스타 이승엽 동상을 세우다

최근 이승엽 선수가 600호 홈런을 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 3월에 우리회사를 다녀간 적이 있다. 슈퍼스타가 온다고 온회사가 난리가 났다. 모교의 후배이기도 하고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서, 마주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당시 400호 홈런을 앞두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이승엽 선수로서는 뭔가가 안 풀릴 때였다. 나는 그에게 힘을 주고 싶어 내 머릿속에 있던 말을 해버렸다.
“400호 홈런을 치면 동상을 세워주겠다!”
그리고 3개월 후 정말 이승엽 선수는 400호 고지에 올랐다. 이미 약조한 것도 있지만 그의 도전과 열정에 감명받아 기꺼이 모교 경상중학교에 동상을 세웠다. 물론 돈이 꽤 들었다. 하지만 그를 위해, 또 한국의 야구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란 내 평생 한번 올까말까였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번 하겠다했으면 눈 질끈 감고 해버리면 된다. 그리고 솔직히 동상 덕분에 슈퍼스타 이승엽과 가까워진 것 같아 자다가 생각해도 기분이 좋다.

 
행동만이 결실 맺는다

이렇듯 나는 한번 생각한 것, 한번 말해버린 것은 기어이 하고 만다. 말해버려야 뒤로 물러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생각이나 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나서 72시간 이내에 실행하지 않을 경우, 이 생각이나 계획이 실행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즉 생각이 나면 72시간 내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나만의 방식을 적어본다.
1.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놓치지 않는다.
2. 계획을 짜고 전략적인 면도 검토해본다.
3.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한 자는 누구인지 알아본다.
4.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이런 과정을 실행할 사람도 찾아본다.
5. 중간중간에 집중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72시간 내에 행동으로 옮기자. 그래야 잠자고 있는 우리의 열정 에너지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열정 에너지는 당신이 원하는 성공이라는 삶을 지속시킬 것이다. - 위르겐 휠러 ‘성공의 법칙’ 中
 
지금 나에게 과제가 하나 주어졌다. 한국산업용재협회에서 숙원사업인 협회관을 건립하는 데 앞장 서 달라는 것이다. 협회가 자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기부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곳도 아니다. ‘이 어렵고 힘든 일을 어떻게 맡을 것인가’라며 고민을 많이 했다. 연초에 회관건립금을 약속할 때도 72시간 법칙에 의해서 내가 나를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힘들어도 묘한 성취감을 준다. 새로운 길에 들어서면 긴장감도 생긴다. 공구업계와 협력사 등에서 도와줄 것이라 기대도 하고 또 실제로 좋은 생각들도 많이들 내어놓는다. 그 덕분에 ‘한번 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시작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이 업계를 위한 대업을 함께 이루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