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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내가 산을 넘는 방법


내가 산을 넘는 방법


그 어려운 걸 30년째

지난 8월 19일, 우리회사는 제30회 극기훈련을 가졌다. 전 직원을 데리고 밤새 산 하나를 넘었다. 그러기를 서른 해, 즉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훈련을 실시했다. 왜 힘든 걸 굳이 하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럴 때면 꼭 이렇게 대답한다.
“어려움을 이겨본 사람만이 위기가 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극기정신이 나와 회사를 지켜줄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참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 돌아보면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헤쳐 왔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정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힘든 것, 이 모두 산을 넘는 일과 같다. 한 걸음만 더, 젖 먹던 힘을 다해 한 번만 더, 이렇게 오늘까지 왔다.
 
사면초가, 나 어떡해

2012년 회사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새건물을 지었는데 이사 후에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는 바람에 업무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퇴사하는 직원도 생겨나고 업무가 과중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코너에 몰리는 느낌이었다.
전산개발을 새로 할 때였는데, 실컷 해놓고 보니 이전의 것이 낫다는 소리가 나왔다. 새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일시적이었고 추후 보충하여 결국 정상가동은 시켰지만 당시로서는 앞이 캄캄해질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도 밀어닥쳤다. LG서브원과 코오롱Kep에서 가격인하 정책을 실시해 업계에 전쟁이 붙었다. ‘모두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그만 화살이 우리회사로 쏠려 곤란에 빠지기도 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다보니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엎친 데 덮친다고 회사내부도 흔들렸다. 후계자는 서울에 있어야 했고, 국내영업을 총괄하던 전무가 사직을 청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해 이맘때, 극기훈련을 준비하며 특강 강사를 모셨다. ‘라디오 3분 고전’을 진행하던 박재희 박사. 그는 강당에 들어와 제목 하나를 크게 써내려갔다.
窮則變 變則通(궁즉변 변즉통)
궁하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면 통한다.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변화할 때구나. 변해야 한다는 신호구나!’
어려운 역경 가운데서 어떻게 풀어갈지 곰곰이 연구를 했다. 한치 앞이 안보일수록, 하나씩 차분히 풀어보기로 했다.
 
힘들면 변화하라!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
작은 실천이 원대한 계획보다 낫다.
‘큰 계획만 짜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규모를 조정해 그것부터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서 날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기획실의 비서 P, 마케팅본부의 K, 전산실의 L 등이 모두 나와 하나된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이 결재를 하고 업무를 보며 회사 전반으로, 어떨 때는 부서 깊숙이까지 들어가 파헤쳤다. 나누고 쪼개어 보니 문제와 함께 해결책이 보였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도 작게 잘라 하나씩 풀어가니 결국 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어떤 이는 회사의 일을 높은 임원들과 하지 않고 왜 현장의 직원들과 하느냐고 나무랐다. 그러나 문제는 작은 데서 발생하는 법. 그 작은 하나를 찾아내니 술술 실타래가 풀렸다.
그 다음해 극기훈련에서는 특강강사로 김성근 야구감독을 초청했다. 당시엔 한화 감독이 아니고 무명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이자 야인으로 있을 때였다. 어쩌면 매년 여름, 나에게 맞춤교육을 해줄 선생님들이 와주셨는지 모른다. 김성근 감독의 가르침을 다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1球2無.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2. 성공하는 사람은 시행착오가 많다.
3. 조직은 리더의 발상 하나로 변화한다.
4. 나만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은 죄악이다.
5. 수작업을 해라.
6. 인간에게는 한계가 없다.
7.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리더가 있을 뿐이다.
 
디테일에 집중… 한 걸음만 더
 
이런 가르침 덕분인지 2014년과 2015년 우리회사는 새로운 관리기법 20가지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의 시장에서만 경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점검과 관리기법 변화로 이익률을 올리고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모두 적어보니 스무 가지가 돼 지금도 회사내부에 ‘성공사례’로 붙여두고 있다. 언제든 우리회사를 방문하시면 매출관리, 이익률 관리, 판매상품 관리, 듀얼 모니터를 이용한 그래프 관리, 의사결정의 효율화 등에 대해 설명 드리겠다.
올해는 극기훈련 30년. 특별히 전 현대자동차 사장이자 중국시장을 개척한 영업왕 백효흠 사장을 모셔 말씀을 들었다. 그는 ‘디테일의 힘’을 강조했다. 고객과 시장을 크게만 보지 말고 하나하나 구역별로 쪼개어 특성을 파악하면 방법이 보인다는 것이다. 성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하고, 반복해가면서 습득해가야 비로소 ‘달인’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의 극기훈련은 유난히 힘들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칠흑 같은 밤에, 직원들과 손을 잡고, 때로는 소리에만 의지해 그 밤을 건넜다. 앞선 동료의 발꿈치만 보고 뒤따랐고, 온 신경을 손끝 발끝에만 집중했다. 그러기를 수십만 걸음 째. 드디어 아침 동이 텄다. ‘올해도 해냈다’는 기쁨이 태양보다 먼저 가슴에 닿았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작게도 보는 세심함을 가지며, 원래 가졌던 목표를 잊지 않으면 언젠가는 꼭 산을 넘을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매번 산을 넘고 인생의 바다를 건넌다. 한 걸음만 더 움직여보자. 불황이라고 하지만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방법이 보일 것이다. 내가 산을 넘는 방법은 크지 않다. ‘한 걸음만 더 힘을 내시라!’ 꼭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