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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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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하고도 10년 더… 보너스 인생
 
나 어릴 적 환갑잔치는 시골마을의 축제였다. 그때만 해도 환갑을 넘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환갑을 맞이하는 어르신은 동네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오랜만에 마을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여 정도 나누고 화합도 다졌다. 돼지를 잡고 갖가지 전을 부쳤다. 술과 떡으로 온 마을이 거나하게 취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환갑잔칫날의 풍경도 그립고 마을의 정도 그립다. 
1973년 부모님께서 환갑을 맞이하셨다. 환갑에는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나의 결혼을 독촉하셨다. 덕분에 신붓감이 없던 나는 신문에 구혼광고까지 내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환갑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바쁘게 일하다보니 내 나이가 환갑하고도 10년이 더 지났다. 
많은 유명한 사람들이 세상을 뜬 나이를 보니 다음과 같다. 이순신 장군 53세, 세종대왕 53세 등으로 대부분 예순을 넘지 못했다. 드물게도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 77세,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영조대왕이 82세를 사셨다. 
나 역시 환갑도 잊고 열심히 일만 했다. 칠순이지만 경영자랍시고 퇴직 걱정도 없고, 아직 맡고 있는 직함도 여럿 된다. 축복받은 나이다. 그래서 환갑을 10년을 넘긴 지금부터는 정말로 순수한 보너스가 아닌가 한다.
사업도 그럭저럭 잘해왔다. 가장 가난한 나라가 이토록 경제성장을 이루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가감 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시대적 풍랑을 함께 할 수 있음도 축복이다. 우리나라가 역사 이래 가장 호황을 누리는 시기에 나 또한 사업을 하고 인생을 불태울 수 있었다. 자그마한 공구상으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큰 공구상으로 성장했으니 이 모두 감사할 일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보너스 인생을 살면서 할 일이 하나 느껴진다. 좋은 세상에서 충분히 먹고 살 만큼 사업도 하였으니 받은 보너스를 조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칠순에 올라온 나, 인생을 순서대로 적어본다.
1969년 7월5일, 나는 해군 상병 때 UDT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UDT훈련이 너무 위험해 더 이상 가족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우리가족은 나 없으면 살 길이 막막했다. 그때 기도를 했다. 
“지금 UDT에서 자퇴를 하는 대신 살면서 두고두고 더 크게 국가에 충성하겠습니다.”
이후 내가 걸어온 길은 나와 회사를 위한 사업이기도 했지만, 크게는 이 나라의 공구산업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사업이 힘들 때마다 나라를 위한다는 큰 자부심이 있어 견뎌갈 수 있었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의 사업을 하는 기업을 만들자고 맘을 먹었다. 중간에 어려움을 당할 때면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약속하곤 했다. 그 내용을 다 밝힐 순 없지만 이리 보너스를 주시는 걸 보면 그 약속을 다 지켜내라는 뜻 같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실천으로 옮길 때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위해 세상에 존재한다. 남들을 위해서 산 삶만이 가치 있다. 개인의 삶은 다른 생명들의 삶을 좀 더 고귀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때만 의미가 있다.” - 아인슈타인-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얼마 전 새마을운동 세계화사업으로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4년간 대구 새마을 회장을 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 옥수수와 우유가루를 배급받아 먹던 나였다. 한때 미군들의 구호품을 받고 선교사로부터 가르침도 받았다. 그런 내가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사업을 키워 이제 그들을 도와주러 가고 있다. 황토색 들판, 깡마른 체구, 맑은 눈망울을 보며 1950년 6.25 구호품을 받던 나를 떠올렸다. 똑같이, 아니 더 많이 그들을 도와줄 때가 아닌가 싶었다.
눈을 돌려 청춘과 열정을 묻은 회사를 본다. 함께 일한 직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회장은 “직원에 대한 나의 최대 사명은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소니에 근무해 정말 행복했다’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하고 크게 배우는 말이라서 노트에 적어둔다.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고 싶다. 보너스로 주어지는 인생, 차근차근 물려주어서 한국에 보배로운 공구기업으로서 세상의 빛이 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이 ‘공구사랑’을 만드는 것도 업계를 위한 사랑방이 되기 위해서다. 특히 카탈로그를 만듦으로 해서 업계의 상품운영 수준과 지식수준도 달라졌다고 본다. 나의 노력과 열정을 바탕 삼아서 우리업계가 세계 어디를 가도 선도하고 빛나는 한국의 간판산업이 되길 바란다. 그 길에 나의 보너스를 쓰고 싶다. 혹, 나의 보너스가 필요하신 분은 공구사랑으로 편지를 남겨주시라.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애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