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스승
홍콩 제1의 부자 리자청의 차를 오랫동안 운전한 운전기사가 은퇴를 하게 되었다. 리자청 회장은 그에게 수고 많이 했다며 중국 돈 200만 위엔(약 3억6천만 원)을 건넸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사양하며 말했다.
“지난 30년간 회장님의 차를 운전하면서 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주식이며 부동산 투자 얘기를 옆에서 들으며 저도 따라서 조금씩 투자를 해봤습니다. 그 덕에 2000만 위엔(약 36억원) 정도의 돈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회장님의 돈은 안 받아도 됩니다.”
부자 옆에 있으면 부자가 되는 법을 알게 되고, 고수 옆에 머물면 고수의 길을 보게 된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당시 내 바둑실력은 시골마을 아이들 사이에서 곧잘 잘 두는 정도였다. 아버지께서 바둑 잘 두는 동네 면장님과 대국을 잡아 주셨다. 처음에는 졌다. 그러나 나보다 실력이 좋은 면장님과 바둑을 두다 보니 점점 내 실력이 좋아졌다. 군대에 있을 때는 훨씬 뛰어난 3급과 두었다. 처음에는 졌지만 얼마 안 가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면 내 실력이 자란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내가 봐도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다. 그것을 알기에 무엇을 보든, 누구를 만나든 배우겠다는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강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나라고 왜 없겠는가. 하지만 그걸 눌러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내 운명을 인정했다. 낮아지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나를 올리는 것보다 낮추어 귀 기울어 들으면 세상의 많은 가르침들이 들려온다. 좋은 점만을 배우겠다고 마음먹으면 세상에 나보다 나은 사람은 참으로 많았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일하기
나는 공구상 점원 생활을 해본 적 없다. 그런데 어떻게 공구회사를 잘 운영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능력자들과 함께 일하고 연구하다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실력과 재능을 내가 어느 정도 배워가고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는 정병승 씨다. 나는 절삭이나 에어쪽 기술은 잘 몰랐는데, 약 8년간 그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카탈로그를 만들 때는 일본 TRUSCO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00년, 트루스코 부회장의 집무실에서 카탈로그 제작에 관한 설명을 하루 종일 듣고 난 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카탈로그를 만들 수 있었다.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용기 내 찾아가 물을 수 있는 것도 나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협회 회장을 하던 때에는 정병모 수석부회장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세무공무원이었던 그는 언제나 세심하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했다. ‘알기 쉬운 공구용어사전’을 만들었을 만큼 지식이 대단했다. 또 회사 내에서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자 계양전기 본부장을 지냈던 정철수 부사장도 여러모로 큰 힘이 되어주었다.
글로 적으려면 다 할 수 없을 만큼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더 실력 있는 사람, 덕망이 높은 분들이 많다. 지난 5월 우리회사 준공식에 정운찬 전 총리께서 축사를 하시면서 나를 ‘친구’라 칭해주었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했다. 배우려고 모셨는데 친구라 불러주시니,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의 두 아들에게도 꼭 이야기해야겠다. “너보다 더 나은 사람을 우대하고 높이고 친하게 지내라. 그럼 너도 발전할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 같이 하면 더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다. 그러려면 더 낮아지고 겸손해야 한다. 교만하고 높이 있으면 절대로 그 웅덩이에 물이 차지 않을 것이다.
비워도 채워지는 양동이 원리
그동안 내게 가르침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얼마 전엔 어릴 적 일하던 철공소 사장님을 수소문 해 통화했다. 아직 정정한 목소리에 가슴이 찌릿해왔다. 멋모르던 사회생활을 이끌어주었던 분이라 꼭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렇듯 내게 아낌없이 퍼준 분들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다. 그걸 생각하면 나 또한 이제는 주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별 것 아닌 능력이지만 내가 아는 공구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좋은 말을 한마디 해주거나
아니면 미소 하나, 격려의 손길 한 번
남을 칭찬하는 한마디를 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양동이에서 한 국자 떠내
남에게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남의 양동이를 채워주는 일이다
희한한 것은 이렇게 퍼내주고도
자기 양동이는 조금도 줄지 않는다는 것 -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윌리엄 미첼’ 중 -
퍼줄수록 넘쳐나는 원리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많이 배워올 수 있었다 싶다. 혹 내가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에 기꺼이 다가가고 싶다. 우리업계에서도 보탬이 된다면 내게 물어오고 그간의 노하우를 말해달라고 하면 좋겠다. 늘 서로 퍼주고 다시 채워가서, 그렇게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업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