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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통일




통일(統一)
 



 

내 고향 벌거숭이 산


어릴 적 우리마을 뒤로는 벌거숭이 산이 있었다. 비라도 내리면 벌건 황토물이 마을로 흘러내렸고, 가뭄이 들 때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온 세상이 벌겋기만 했다.
북한이 그랬다. 7년 전 북한을 세 번 갈 기회가 있었다. 당시는 금강산 관광이 허용될 때였다. 내금강에 가서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었다. 마침 가을이었다. 알알이 영근 곡식이라곤 별로 보이지 않았고, 땔감이 부족해서인지 산의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 산 전체가 벌겋기만 했다. 흡사 내 어릴 적 못살았던 고향마을 같았다. 그 기억을 뒤로한 채 나는 돌아 나와야했고, 지금의 북한 역시도 그 모습에서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고 들었다.
사업체가 커지면서 해외로 출장 나갈 일이 많아졌다. 나는 해외로 가면 세계지도를 유심히 본다. 한국의 동쪽으로는 경제력과 기술이 막강한 일본이 있다. 서쪽으로는 거대한 중국이 있다. 더 위쪽엔 러시아라는 큰 나라가 있다. 아래로는 태평양을 쥐고 있는 미국이 있다. 그 한 복판에 한국이 그것도 남북으로 나뉘어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렇게 작은 나라가 수천 년 동안 버텨온 것이 용하다 싶다. 65년 전, 우리는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다 부서져 버렸다. 그런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지금 세계 경제순위 12위의 나라가 됐다. 지구상에 이렇게 빨리 재건되고 멋지게 발전하는 나라는 없었다. 한민족의 저력인 것이다.


통이 커야 통일을 한다

남북한 총면적 22만㎢. 삼면에 바다가 있어 실제 영토는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이 합쳐 인구 7,500만이 되면 자체 경제력이 높아진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내가 있는 대구에서 평양, 원산, 함흥을 가는 것을 상상해본다. 남한의 우수한 기술에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이 더해지면 경제, 스포츠, 국방 할 것 없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나라가 된다. 반으로 나뉘어서도 이렇게나 잘했는데, 합쳐서 융합의 힘을 내면 이제 아무도 못 따라올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예순아홉 나의 가슴은 뛴다.
혹, 북한이 망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식량이 없다고 나라가 자연스레 없어지지도 않는다. 마지막이 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절대로 먼저 손을 들고 항복할 북한이 아니다. 또 북한 사람 모두를 굶어죽게 해서도 안 된다.
통이 커야 통일을 한다. 속 좁은 생각만 하면 통일이 되지 않는다. 내 것도 중요하지만 넓게 배려하고 보듬어 주어야 하나가 될 수 있다. 상대가 억지를 쓰더라도 져주는 척 하면서 넓게 품어야 한다.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그렇지 않나. 알고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하면서 수만 가지 사람을 품어서 모두가 목적하는 곳으로 끌고 가는 일이 경영이다. 하물며 민족의 염원 앞에 져주는 척, 한발 양보하는 일, 그것 하나 못하겠나.

한 번 더 나라를 위해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 실천하자 싶다. 이번에 통일기금에 우리회사는 자그마한 정성을 보탰다.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554명 직원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직원들께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실 개인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나는 교회장로다. 주말이면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는데, 이제부터는 꼭 빠뜨리지 않고 통일기도를 하겠다.
독일의 경우 통일이 되고 처음엔 다소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경제를 이끄는 나라가 됐다. 우리도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나은 통일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주변국과의 외교도 더 잘 만들어가야 한다. 일본은 강력한 군사국으로 변화할 모양이다. 중국과는 지난 9월초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방국인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도 좋은 유대관계가 필요하다. 4개국뿐만 아니라 되도록 많은 나라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된다.
지난 70여 년간 우리 공구업계는 국가산업 성장의 기반이 되어왔다. 참으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이만큼 키워오느라 공구인들 노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더, 통일된 나라를 위해 우리 공구업계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가자.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