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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우리회사 부사장 이야기



우리회사 부사장 이야기


 

나랏님에게는 재상이,
CEO에게는 부사장이 고민거리


얼마 전 우리나라의 국무총리가 어렵게 임명되었다. 예전부터도 한 나라의 재상을 등용하는 일로 언제나 임금은 골머리를 앓았고, 그 재상의 실력과 인덕에 국운이 갈리기도 했다.
인재등용에 대한 고민은 나라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면 자본으로만 경쟁해야 한다’ 미국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히가 한 말인데, 돈보다는 사람을 잘 쓰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같은 공구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적합한 인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에 일했던 사람들은 ‘규모도 작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서 일하기 어렵다’하며 얼마 못 버티고 나가기 일쑤다. 작은 기업에선 대기업의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하지만 맞는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정철수 부사장께서 우리 회사에 근무하신지 10년이 되었다. 삼성전자 임원과 계양전기 전무로 계시다가 2005년 8월 16일 첫 출근을 하셨다. 산업공구 전문기업인 크레텍은 규모가 커가면서도 어디 가서 배울 곳은 없었다.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 분야에 있었던 사람도 없고, 특히나 새로운 분야로 가고 싶어도 이끌어 줄 사람이 없었다.
물론 이전에 군 장성 출신 부사장을 한 분 모셨다. 바코드 등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드셨다. 그런데 작은 기업이다 보니 군대만큼 잘 모시지를 못했고, 또 그 부사장도 더 이상 업무에 깊게 파고들기가 어려우셨는지 회사를 그만두셨다. 앞으로 어떡해야하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때 마침 정부사장께서 계양을 그만두셨다는 것을 들었다. ‘기회다’라며 내가 먼저 제의를 했다.
 

얼마 못 버티고
가면 어쩌지?

처음엔 정부사장을 모시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얼마 하시다가 포기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첫 출근을 해서는 블루오션 시장과 PB상품에 대해 강의를 했다.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상품을 많이 팔 생각만 했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생각은 못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겨우 이름만 들어봤던 ‘PB상품’이란 것을 우리도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PB상품이 10년이 지난 지금, ‘스마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참으로 잘 자랐다.
그 다음 정부사장께서 하신 일은 컨설팅 도입이었다. 그동안 50회에 걸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물류 인사 영업 마케팅 구매 배송 A/S 등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나갔다. 특히 차세대 전산은 개발비만 50억에 기간도 2년여가 걸리는 큰 사업이었는데,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좋은 거래선도 개발해주셨다. 어떨 땐 문전박대를 당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런 만큼 우리는 스스로 좋은 거래선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또한 당장 내일 일을 해결하기도 벅찬 우리에게 5년 혹은 10년 장기비전을 세우라 했다. 지금 돌아보니 그 덕분에 미래를 바라보고 목표를 가지는 회사가 됐다 싶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일본능률협회 한만승 대표, 인사에서 신원동 원장, 디자인센타 정용빈 원장, 그리고 표준협회 등등해서 각계각층에서 스승이 될 분들을 모시고 의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한국산업용재 일이며 새마을회 등 회사가 대외적으로 관계하는 많은 단체들과도 원만히 또 선도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일도 역사도 사람에게 달렸다 …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회사 내부에서 참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환경이기에 이해도도 떨어지고 협력도 잘 안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기고 넘어가 주었다. 회장인 나와도 불편한 일이 많았지만 때론 충돌하고 협력하면서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협회장 선거운동을 할 때였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옆에 지나가는 차에 ‘재고조사 전문기업’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정부사장이 얼른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그 회사와 연락을 해 우리회사 재고조사를 혁신시켰다. 기회가 오면 꼭 잡아내고 실행하는 것을 정부사장을 통해 배웠다.
월간지 공구사랑도 원래는 두 달에 한번 나오던 것을 정부사장의 고집으로 월간으로 격상시켰다. 제작비를 충당하기에 어려웠지만 업계를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나 또한 설득을 당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나의 오랜 꿈과 정부사장의 실행 능력이 만나 공구사랑이 이만큼 좋아진 게 아닌가 한다.
우리업계나 이곳 지방에도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종종 내려오긴 한다. 그러나 성공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사람과 시스템이 만나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 조직문화가 안맞아서,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아서, 능력을 발휘할 환경이 못 되어서 등의 이유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10년, 우린 함께 했고 성공적이었다 생각한다. 나와는 돼지띠 동갑이다. 서울도 아닌 이 대구까지 내려와 회사에 헌신해 주신 점 감사드린다.
일은 사람이 한다. 역사도 사람이 만든다. 특히 이렇게 공구를 팔고 서비스를 하는 일은 사람이 답이다. 이 기회에 그간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사람의 역사로 한 번 더 새로운 길을 같이 가자는 말씀도 드린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