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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산업공구의 가치를 높이자



산업공구의 가치를 높이자


가격경쟁하다 만신창이

2012년 회사 이익이 급감했다. 유통가격이 심하게 내려가서 상품을 팔수도, 안 팔수도 없게 되었다. 물론 당시 가격인하는 LG서브원과 코오롱KEP에서 주도한 것이었지만 가격이라는 것이 한 곳에서 내리면 다른 곳도 따라가기 마련이었다. 필자의 회사뿐만 아니라 공구계 전반에서도 가격파괴 현상은 심화되었고 몇몇 업체는 오직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기도 했다. 40년 넘게 해오던 사업이 이 지경이 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2013년 5월에 닷새간 입원을 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사업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겠다 싶어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회사내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비용을 줄였다. 또한 외부 정책적으로는 여러 가지 개선점을 찾았다. 판매가격에서 더 이상 역마진이 안 생기도록 했다. 가격조정을 하려니 영업부에서는 고객을 다른 업체에 빼앗긴다며 반대를 했다. 그래도 ‘가격 외에 다른 방법으로 가야한다. 경쟁사가 하기 어려운 품목, 특히 관리가 복잡해 남들이 하기 어려운 품목에 집중하자’고 영업직원들을 설득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약정 매입하는 인기품목들이었다. 인기품목은 연간 약정을 하기 때문에 매입은 해야 하고 시장에서 가격인하 경쟁이 붙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팔리기 어렵다. 가격조정을 안하면 창고에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은행부채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매출은 올랐지만 포기해버리는 회사를 여럿 봤다. 나중에 한 통계를 봤는데 국내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공구도매유통사들, 그 중에서도 인기품목의 가격에 집중한 업체들의 재정이 나빠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공구가치 생각 못하니 가격에만 집중

2014년 협회에서 유통질서 위원장을 맡으라고 해서 맡았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불만을 나타내시는 분들도 많았다. ‘유통질서 위원장이 이렇게밖에 못하느냐, 오히려 유통질서를 흐리는 1호가 아니냐’며 항의하는 소리도 들었다. 유통사는 물론 메이커사와도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겉으로는 의례적일지언정 나중에 가서는 ‘왜 그런 자리를 맡아서 관계를 어렵게 하느냐’며 질타를 했다. 어떨 때는 아예 그쪽 회사에 오지 말라는 황당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었다. 어쨌든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까. 모두 가격에만 집중해 경쟁하는 바람에 희망 없는 일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왜 희망이 없을까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찾지 못하고 돈으로만 환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다.


책임 정신 … 산업공구의 가치를 돌아봐야

1971년 ‘책임보장공구사’라는 고객이 붙여 준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에 에누리가 흔하던 시절이었지만 꼭 받을 값만 받으며 정찰제를 실시했다. 또 상품에 대해서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게간판이 없는 행상인 나를 버스주차장의 운전수와 조수들이 ‘책임보장’이라 불러주었고, 그들이 붙여준 이름으로 오늘의 책임이 되었다. 만약 그때 ‘책임’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했다면 가격만 생각하고 이득만 생각하다 회사를 키우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내 사업의 근본정신은 ‘책임’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간다. 예전의 나로, 고객이 붙여준 이름으로, 책임보장공구사 그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겠다 싶다. 가격을 역마진으로 팔면 나뿐만 아니라 산업공구업계 전체에 큰 불행을 가져올 것이다. 더 이상 원칙 없는 가격정책을 펴면 안되겠다 생각한다.
지난 5월 22일 ‘크레텍 사장 취임 및 서대구센터 준공식’을 했다. 제조사 260명, 판매사 160명, 해외사 32명, 관련기관 및 이웃분들 140명 등 총 600여 명이 참석해주셨다. 그날이 금요일이라 판매사에서는 장사에 지장을 받을까봐 많이 오시지를 못해 안타깝다. 이렇듯 멀리서 다들 어려운 걸음을 해주시는 걸 보면서 이제는 산업공구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치경영이란 경영의 초점을 매출액 증대나 외형적 성장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이익이 나고 해당분야가 중장기적 가치를 가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창출한 가치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될 것이다.
남을 부자되게 해주어야 내가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실행하여 이제까지 산업발달에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던 산업공구의 가치를 멋지게 평가받게 해야겠다. 그러니 이제 다시 44년 전의 책임정신에서 출발할 것이다. 만약 지금 사업이 어렵다면, 출발할 때의 사명감과 공구에 대한 애정을 돌아보기 바란다. 거기에 답이 있으리라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