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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나보다 나은 사람과 어울리면


나보다 나은 사람과 어울리면 


 

고수와 바둑을 둬보니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쯤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나무그늘 아래 바둑을 두는 어른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곤 했었다. 그러다가 내게도 바둑을 둘 기회가 생겼는데 처음부터 우리 마을에서 꽤 잘하는 사람과 상대하게 됐다. 당연히 처음엔 졌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을까. 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 되더니 급기야 내가 그 사람을 이기게 됐다. 마을에서 내 실력이 최고가 되었다. 잘하는 상대를 만나면 내 실력이 올라가고, 실력을 올리려면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공구사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공구 일을 하면서 시외버스 주차장 앞에서 자동차에 필요한 공구를 팔았다. 보도, 철물, 작기 등 아주 간단한 공구였다. 당시 절삭 에어 등은 겨우 형식만 갖췄지 더 높은 기술은 배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1977년, 공구상 경험이 많고 기술이 월등한 사람과 일하게 됐다. 이 분은 내가 알고 있는 공구지식보다 훨씬 더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8년 가까이 같이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공구기술을 배우게 됐고 지식과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사업이 커지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에 공구업의 모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일본으로 찾아갔다. 일본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공구업이 발전돼 있었다. 우리보다 한수 위인 일본을 보면서 기업규모를 키우고  수준을 높여갈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일본의 사업모델을 보지 못했다면 금세 한계에 부딪쳤을 것이다.
 

선생님을 모십니다

공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거나 사업을 넓힐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나보다 지식이 더 높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전산, 경리회계, 경영전반 등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과 같이 일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 받는 컨설팅은 스승을 모시는 일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동안 무려 50회 이상 컨설팅을 받았다. 실패도 있었지만 중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르니 실패는 과정이 되고 말았다.
장기 프로젝트거나 규모가 큰 일은 TF팀을 짰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으면 이보다 좋은 선생이 없다. 2011년에 시작한 차세대 ERP 시스템은 서울에서 내려온 신세계I&C 20여 명에 우리회사 10여 명이 더해 총 30여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작업기간만 2년 반이 넘어가다 보니 중간에 돌아가는 사람이 속출했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피나는 노력뿐 아니라 끈질긴 집념도 있어야 한다. 이 일은 이마트그룹의 우수한 정보기술을 배우고 우리 것으로 만드는 좋은 기회였다. 결국 완성된 시스템은 회사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낮은 곳에 물이 고인다

흔히 ‘기회를 잡아라’는 말을 하는데, 더 나은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야말로 기회가 아닌가 한다. 1998년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AMP 과정에 진학했다. 밤기차를 타고 다니며 수학하는 일은 힘들었다. 그래도 배운다는 기쁨에 피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이 배워 사업적 위기를 이기는 데 도움을 받았다. 열심히 한 덕분인지 올해 2월 24일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수상을 계기로 이름만 대도 굵직굵직한 분들을 직접 뵐 기회도 생겼다. 또 다른 배움의 장이 될 것이 틀림없다.
배울 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자신을 낮추는 일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웅덩이는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물이 고인다. 높아지는 순간 아무 것도 오지 않는다. 잘난 체 하고 교만해지면 모두가 도망가 버린다. 그리고 배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배운 만큼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그 옛날 나는 어렵게 배워왔지만 내가 배운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가장 나누고 싶은 이들은 이 산업공구 분야에 함께 몸담고 있는 분들이다. 미력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공구사랑’이나 여러 통로를 통해 그동안의 공구업 지식과 경험과 노하우, 기술 등을 이제는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더 배우고 익혀 우리 업계와 나누고 싶다. 그동안 내 주위 모든 분들을 스승으로 여기며 배워왔다. 그렇기에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카네기의 묘비에 적힌 문구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과 일한 사람, 여기 잠들다’ 참 멋진 말, 멋진 인생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