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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기록의 힘




기록의 힘


도장에 새긴 나의 미래


나는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책이나 신문에서 본 것을 기록합니다. 1년 동안 6권의 노트를 씁니다. 전보다 기억력도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기록부터 합니다. 그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사무실에 붙여두고, 매우 중요한 것은 플랜카드로 만들어 사내에 걸어 둡니다. 지금은 회사 외부에도 좋은 말, 희망을 주는 말들을 붙여두고 있습니다. 그냥 듣고 흘리는 것과, 붙여두고 오고가며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메모하고 기록하는 것은 나와 회사,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1971년 군 제대 후 처음 공구상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공구를 자전거에 싣고 다니면서 버스주차장에 가서 공구를 팔고 대신 차에서 나오는 고철을 수집하던 때였습니다. 특히 고철은 기름이 많이 묻어 있어서 기름때가 옷에 잔뜩 묻었습니다. 당시 은행 통장을 하나 만들었는데, 지금보다 더 크고 좋은 목표를 그려보자 생각했습니다. 도장 바깥부분에는 ‘Korea First Man 1997’을, 중앙에는 제 이름 ‘최영수’를 적었습니다. ‘쉰 살이 되는 1997년에 최영수는 공구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가 되자’는 뜻에서였습니다. 정말 쉰 살에 대한민국 최고가 되었냐고요?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그 즈음 이 업계 선두로서 입지를 굳히긴 했습니다. 힘들지만 끝내 해내도록 하는 것이 기록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적으면 마음에 힘이 됩니다

 지난 7월 17일 일본 오사카에서 100년 된 배관공구기업인 플로발 회사의 사장과 같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진솔한 대화에 빠져서 ‘나 역시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며 메모해갔던 문구 다섯 가지를 적어드렸습니다. 별도 메모지가 없어서 식당 메뉴판 뒷면에 적어드렸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그 플로발의 오카다 사장이 우리 회사를 찾아오셨습니다. 상패 두 개를 만들어 오셨습니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제가 준 메모를 하나는 일본어로, 다른 하나는 한국어로 만들어 오신 겁니다. 그 역시 기록의 힘을 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없이 반가웠습니다.
글은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글로 남긴 것들은 어쩌면 지나갈 수도 있는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어렵고 힘들 때면 다시 한 번 더 나아가는 생각의 단초가 됩니다. 나의 책상 벽에는 지금도 빼곡히 많은 글들이 붙어있습니다. 더 이상 붙일 데가 없어 기존 글귀를 떼어내고 새로운 글을 붙입니다. 뗀 것은 파일보관을 해둡니다. 덕분에 변화와 창조도 끊임없이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나를 일으키는 문구들

‘새로운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조소를 받고, 다음에는 격한 반대를 받지만 최후에는 인정을 받게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한 말입니다. 정운찬 전총리께서 강연 중 이 말씀을 하시자 저는 얼른 수첩을 꺼내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남들에게 비웃음을 받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옳다는 확신만 있다면 꾸준히 실행해보라는 뜻이라고 저 나름의 해석도 했습니다. 이 문구는 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할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가격인하로 인하여 공구상들이 역마진까지 가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가오는 여러 가지 역경과 위기를 오히려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다른 해결방법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뇌는 곤란을 느끼지 않는 한 지혜를 내지 않는다’ 이 또한 제가 늘 적어두고 힘을 얻는 글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 깊이 되새기면 나 자신도 모르게 전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었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바탕에 기록의 힘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년의 꿈을 꼭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하다’ 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꿈을 적으면 내년에는 꼭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올 한해 수고하셨고, 내년에는 더 많은 기록과 성과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