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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일본을 배우자

 

100년 넘은 日공구회사들… 거래성사 힘들어


8월 18일부터 한 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이제는 일본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일본은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나라이다. 일본의 공구기업을 보면 3대 4대를 넘어 7대 8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보통 70~100년은 된 기업들이 일본 공구산업의 기둥을 이룬다고 보면 된다. 제품 또한 그냥 만드는 게 아니고 연구 개발하여 혼(魂)을 쏟는다. 유통이며 기록, 관리에서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세심함이 보여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러다보니 일본 기업과 거래를 하려면 성사되기가 너무 어렵다. 온갖 점검을 하여 아마 10년은 족히 걸린다. 일본을 상대할 때는 믿음을 주는 시간투자가 꼭 필요하다. 

 

관리에 공 들지만 배울 점 많아


일본과 처음 거래한 것은 1993년이었다. 당시 로보스터(LOBSTER)가 한국의 새 거래선을 찾고 있었고, 나는 공구상협회 대구지회장 자격으로 만나게 됐다. 이것이 일본거래의 첫 문이 됐고,  나중에 쾰른 전시회에서 로보스터가 히트(HIT)라는 회사를 소개해줬다. 토니치(TOHNICHI)는 독일 전시회에서 만났다. 이렇듯 일본은 관계가 쌓여 거래로 이어진다. 암(ARM) 볼트너트 경우는 알고 지낸지 20년이 돼서야 성사됐다. 일본은 거래선으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국내에서 브랜드로 키우는 일은 더욱 어렵다. 공급처에서 내건 조건으로 인해 관리도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공을 들여가며 일본과 거래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제품 이상으로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가르쳐주는 일본… 영감의 원천


나는 거래여부를 떠나 일본 공구기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장 많이 배운 분야가 공구보감이다. 1980년경 우리나라에 공구 카탈로그가 없을 때 ‘전일본기계공구’라는 책을 복사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현장에 맞는 책자가 필요해 만든 것이 공구보감이었다. 이후 계속해서 품목과 정보를 늘리고 책자를 키워갈 때도 일본 트러스코(TRUSCO) 카탈로그를 보고 배웠다. 이번 DIY 전시회 방문에서도 트러스코 부스에 오래 머물렀다.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여러 대화를 하면서 지식과 기술도 전수받았다. 나아가 사업가로서 영감(Insight)도 많이 받았다. 우리보다 잘하는 기업을 본다는 것은 큰 힘이 되고 배움도 된다. 특이한 것은 트러스코는 감추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오픈하고 가르쳐준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투명성이 트러스코의 성장 동력이라고 나는 본다.

 

지난 8월 18일 일본의 암(ARM) 방문 모습. 필자(가운데 하늘색 자켓) 옆 검정 셔츠 차림이 카와마타 ARM 사장님이시다. 

 

일본기업의 건전성과 변화


일본 공구기업이 몇 대를 거쳐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뭔지 나는 궁금했다. 먼저 그들은 자기 일에 충실하다. 시대에 맞는 상품을 연구 개발하고, 시대가 지나 사라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여기에 꼭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건전성이다. ‘건전’, 요즘 우리에게 듣기 어려웠던 말이 아닐까 한다. 제품의 노하우만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철학, 선대의 방식까지 모두 이어받는다. 가격만 보는 건 눈앞만 보는 것인데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를 이어 하기 때문에 멀리 보고 적응할 줄 안다. 그 중심에 선대에 대한 존경이 깔려있다. 사회적인 교육도 철저하고 규율도 잘 지킨다. 이 모든 것이 사업의 건정성이다.
트러스코의 최근 제품을 보면 공구를 벗어나 다른 유사품목으로의 방향성도 볼 수 있다. 어떨 땐 보수적으로 경영하면서도 시대변화를 받아들여 탐험에 나서는 모습에 나는 감명을 받았다. 매우 강하게 자신들의 사업을 지켜가는 것이다.

 

트러스코 공구 외 취급 제품군
 

 

바르고 강하게… 지금 필요한 위기 극복법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확인한 것은 ‘일본은 여전히 공구에 자신있다’라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의 공구는 경쟁력도 있고 가격도 좋다. 유럽의 공구는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이고 미국은 전통은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일본만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또 앞으로도 자신 있는 것이다.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 관리에서 모두 그렇다.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이다. 그의 철학과 이번에 내가 본 일본 공구기업의 경영기준은 닮아있다. 

첫째,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댐 경영을 하고, 둘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셋째, 대립하되 조화를 모색하고, 넷째, 자신의 업(業)에 전력투구 한다. 이외에도 고노스케는 ‘강한 의지로 신념을 지켜라! 경영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했다. 기준을 세워 건전하고 강하게 끌고 나가면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 나는 그들의 바르고 강한 자세를 배웠다. 

 

“어렵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진지하지 못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 마쓰시다 고노스케

 

삶이란, 또 사업이란, 건전하고 진지하게 앞으로 나아갈 때 아름답다. 우리나라 정부도 미국과 일본에서 협상에 땀을 흘린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미래는 밝게 후대로 이어질 것이다. 나 또한 최고의 노력을 할 테니 그대들도 진지하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주시라. 
흔들림 없이 바르고 강하게!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