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나는 실패를 참 많이 했다. 나보다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나는 이미 일에 들어가 버리는 수가 많았다. 소위 저지르는 사람이었다. 꿈같은 일이지만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시작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최영수는 나이는 70대인데 행동이나 생각은 20대’라고 웃거나 걱정한다. 나의 방에는 많은 글들이 붙어있다. 어디서 좋은 글이 있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보이면 우선 글로 적어 붙인다. 요즘은 잊어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아예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크레텍은 대구 경상중학교 야구팀을 후원하고 있다. 2015년도에 일본야구를 마치고 이승엽 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와 크레텍을 방문했을 때였다. 365개 홈런을 쳤을 때라 400개 홈런을 치면 동상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동상을 어떻게 만드는지, 어디에 설치할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세세한 사항은 생각지도 않고 그 일이 너무 좋아 덜컥 약속하고 말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해 말에 홈런이 400개를 넘겨버렸다. 2015년 12월 이승엽 선수의 동상이 정말 세워지게 됐다.
내가 한 것 중에는 불쑥 한 말이 결국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말이란 그대로 두면 날아가 버린다. 특히 애매하고 어려운 것은 그냥 두면 사라져버린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만들고 수정해가면 된다.
“계획은 즉각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
영영 안 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실행되고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는 것이 세상이치였다.
1999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닐 때였다. 그때 KTX가 없었다. 비행기로 대구-서울을 다니기도 하고, 어떨 땐 승용차로 4시간 넘게 갈 수 밖에 없었다. 차안에서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전산팀에 차 안에서 컴퓨터로 회사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엔 경찰이 쓰는 높은 안테나를 달고 차 안에 증폭기를 설치했다. 요즘은 국토전체 통신기반이 좋지만 당시는 그렇지 못할 때여서 혼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었다. 또한 우리회사 자체적인 프로그램이 돼있지 못했다. 지금은 온라인 모바일 결재가 되지만 그때는 우리자체부터 이런 프로그램이 어려웠다. 또 다음으로는 노트북이 내가 출장길에서도 사용할 만큼 성능이나 용량이 안되었다. 가장 결정적으로 나 자신이 먼저 컴퓨터 사용능력이 부족했다. 즉, 내외부 환경과 나 자신의 역량이 부족함에도 자꾸 뭔가를 원하고 해보자 했던 것이다. 이렇게 수십 번의 시도 끝에 2014년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로 회사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올해 가을 광저우 전시회에서는 전 직원이 노트북을 가지고 현장에서 상담하고 바로 본사와 연결해 의논하고 결정하면서 일을 했다. 꿈꾸고 원했던 모습을 근 15년만에 이뤄냈다. 내가 만약 컴퓨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스스로도 사용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벌써 은퇴했거나 집무실만 지키는 사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 또한 이만큼 변화 발전하지 못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경기가 열렸다. 올림픽 후 한국은 크게 바뀌었다. 우리공구업계도 바깥세상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0년 3월 조양기계 이선주 사장이 일본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따라갔다. 처음 간 곳은 일본 오사카. 무역회사 몇 곳을 방문하고 인사했다. 당시 난 영어도 일본어도 되지 않았고 그저 이선주 사장을 따라 간 수준이었다. 비즈니스로 연결은 단 한 건도 되지 않았다. 이후 이선주 사장을 따라서 대만도 갔다. 대만 공구전시장에서 지니어스 사장을 만났고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우정 반 거래 반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되는 일은 없다. 둘러갈 수도 있고 헛발질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역을 해보겠다고 자꾸 알아보러 다니니 길이 열리고 도와주는 이들이 생겼다. 맨땅에 헤딩하기식 무역경험은 이후 중국 무역으로 이어졌다. 다소 무모했던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 크레텍의 무역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수영을 배우려면 물 밖에서 천날만날 연습해도 되지 않는다.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해외시장이라는 물에 직접 몸을 던지고 수영을 해보니 방법이 보였다.
한 번에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실수 없이 완성한다면 가장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특히 규모가 크다면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가 만만찮다. 너무 조사와 연구에만 몰두하면 실행이 늦어진다. 시작해놓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견학해가며 수정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년 초엔 크레텍의 스마트물류센터가 오픈한다. 4년 전부터 계획하고 기획에 1년반, 건축에 2년반이 걸렸다. 설계를 잘못해 고치기도 하고 자금도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일본 물류센터와 쿠팡을 열 번도 넘게 견학했다. 내부기계 등 예상 못한 어려움도 많았고 관련자 실수를 바로잡으며 아주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그렇게 수정해가다보니 지금은 95% 완성 단계에 있다. ‘사전에 더 준비할 걸’하는 생각도 하지만 더 준비했더라도 착오는 분명히 생겼을 것이다. ‘그때 하길 잘했다’ 이것이 나의 방식이다. ‘준비가 덜 되어도 과감하게 들어가기, 중도에서 그만두면 간 만큼 이득이다’ 이런 기준으로 나는 일을 한다.
칼럼을 쓴 지도 30년이 되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격동기를 헤쳐온 나의 경험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경험과 길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완전성을 추구하기보다, 때로는 완전치 못하더라도 과감히 실행할 것을 권한다.
빌게이츠는 말했다. ‘생각을 넘어서 실천으로’
마윈은 말했다. ‘내일의 완벽한 계획보다 오늘의 괜찮은 실천이 낫다’
최영수는 말한다. ‘바로 결정하고 실행하자’
글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