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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사업가라면 ‘이것’ 가져라

 

지난 10월 14일부터 엿새간 광저우 전시회를 다녀왔다. 중국을 오간지 3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허탕이었지만 이제 슬슬 빛이 보인다. 무역의 꿈도 이뤄져간다. 출장길에 빌게이츠 책과 함께 했다. 그에게 감명 받으면서 내가 해온 길도 돌아보았다. 중국 광저우 전시회에서 본 것을 토대로 독자들께 전하고픈 경험들을 정리해보았다.

 

 

호기심 사실 30년 전만 해도 광저우 전시회장은 싸구려 장터 같았다. 제대로 진열도 안되어 있고 품질과 디자인 모두 장사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일부품목이 가능할 것 같다는 걸 나는 발견해내었다. 꾸준히 방문하고 연구하고 만들어갔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30년이 지나서야 중국무역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예전에 역사 선생님이 ‘중국은 잠자는 곰’이라 하셨는데, 중국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생각에 중국방문과 탐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업가는 하나같이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다. 호기심은 스스로를 발견하게 하고 창조하도록 자극한다. 호기심은 흥미를 유발시킨다. 둘은 서로 떨어 질 수 없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그래서 호기심과 흥미는 일맥상통한다. 그 호기심이 흥미를 자극함으로써 회사제품에 더욱 진한 관심을 갖는다.”

-빌게이츠 ‘지금 바로 실천하고 행동하라’ 중- 

 

2008년 전동공구 개발부분에서 W라는 회사와 거래하기 시작했다. 막상 부딪혀보니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2년 만에 철수했다. 그러나 호기심과 관심은 여전히 있어 ‘다시 해보자’라는 식으로 우리는 재차 시도했다. ‘모두가 포기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생각 못한 것까지 감싸 안으면서 멀리 내다보는 예리함이 사업가에겐 필요하다’고 빌 게이츠는 말했다. 차별화된 길이 성과를 만들고 미래의 원동력이 된다.

 

희생   “비누가 자기 몸을 없애가면서 세상의 때를 말끔히 씻어낸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비누의 쓸모는 없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미래를 위해 희망을 남겨줘야 한다.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기 육신만을 아끼는 사람은 물에 녹지 않는 비누와 같다. 비누가 물에 녹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현재를 희생하고 녹여내어야 미래에 쓸모가 있다는 말로 나는 읽었다. 중국 전시회 현장에서 ‘크레텍’이라고 하면 미국의 그레인저 일본의 트러스코, 독일의 호프만에 견주어 칭찬하는 분들을 만난다. 나는 머쓱하기도 해서 한국의 산업발전과 맞물려 나타나는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만 장사하기보다 90년대에 가격표와 공구보감을 내며 표준화라는 희생의 시간을 가졌던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털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해 전산에 분수에 넘치게 투자했다. 바로 이득을 보기보다 ‘나 자신이 고객이 되어’ 까다로운 요구를 해댔다. 사업가가 봉사의 의지가 있을 때 고객은 마음을 열고 따라주기 때문이다.

 

신용 “모든 것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글로벌 사회에서 속임수나 거짓말로 어물쩍 넘어간다는 생각을 꿈에서조차 전혀 하지 않는다. …(중략)…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안 해 준다면 그 고객은 기업을 외면하고 만다. 그러한 현상은 직원들이 회사 안팎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거나 외국으로 출장을 가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표준가격정책을 1987년도에 세웠다. 직원들은 다 오픈하면 안된다고 반대를 했다. 누가 우리 가격을 따라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고객에게 신용을 지키고 나아가 믿고 거래하는 업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CMS(자동이체수금)도 처음에는 될 수 있을까 했다. 초기에 열두 업체만 동참했는데 지금은 98%가 자동이체수금 시스템을 이용한다. 서로 믿고 거래한다는 증거다. 신용은 황금보다 귀중한 자산이다. ‘무책임’ 소리를 듣지 않도록 있는 힘껏 노력을 해야 한다. 변수가 많은 중국업체였지만 서로가 신용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 결과 ‘글로벌 차이나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원칙 “신용의 뿌리는 원칙이다. 그래서 원칙은 곧 자산이라고 말한다. 자동차들이 달리는 네거리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자기에게 엄격하고 상대방에게 신의를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다.”

 

회사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업무기준이 필요했을 때였다. 1995년 대만의 인파(INFAR)사의 엔터첸 사장을 만났다. “당신 회사도 ISO국제품질 규정에 들어가는 것이 어때요? 우리는 이미 하고 있습니다.”라고 권했다.
당시 ISO는 제조는 하더라도 유통에선 전무했다. 우리회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했고 18개월만에 ISO9001(품질)에 등록했다. 이후 14001(환경), 45001(안전)에 이어 올해 정보보안 부문에서 27001을 땄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기준과 원칙이다. 조직을 관리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원칙이 꼭 필요하다. 성장하려면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중국 전시회를 보며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스물다섯 살에 꾸던 꿈을 일흔일곱 해에 완성해가는 내 모습도 느껴졌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의 발전과 변화는 놀랍다. 기술과 디자인 모두 중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여전히 한국 내에서 중국의 저가품 어쩌구 하는 소리는 중국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중국시장을 눈여겨보고 잘 이용할 방법도 생각해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빌게이츠가 말한 호기심, 희생정신, 신용과 원칙이 중요하다. 내가 그간 중국을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이어오던 방법 또한 위 4가지였다. 참고하시어 불경기에 지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사업가이자 승리자가 되시길 바란다.

 

*중국 광저우전시회에서 부스를 방문해 상담할 때 모습. 모든 것이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동향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된다.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