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26년간의 경영방침
나는 매년마다 회사의 경영방침을 정한다. 그리고 매월 경영지침을 정한다. 경영방침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목표와 길을 정한 것이다. IMF 상황에서 너무 힘들어 시작했던 게 바로 이 경영방침이었다. 그 시기에 필요한 것들을 명시했고, 나아가 그때의 지식과 기술을 집약해 한 문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 26년간의 기록들을 보면서 어떤 것은 두 번 세 번 반복해 적은 것도 있어 당시 아주 중요했거나 혹은 그 부분이 쉽게 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또,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도 있다. 그 중 실제 효과가 있었거나, 지금 봐도 감명을 주는 것들을 모아봤다.
IMF 때였다. 매출이 반으로 줄고 거래선들이 연일 파산하던 때 어떡할지 막막했다. 사업체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너무도 걱정됐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힘을 가지고 다시 변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억지로라도 용기를 냈다. ‘무조건 변화를 따르자, 다시 뛰자’라는 내 각오는 주효했다.
서울의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할 때였다. 그때 경영자인 내가 서울에서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크레텍은 전국적인 확대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구상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다. 회사의 영업방식과 결정에 지식과 기술을 넣었다.
정리정돈을 하면 효율이 오르고 모든 것이 잘 보인다. 꼭 상품만이 아니라 사무실이며 서류도 정리정돈 되어야 판단력이 높아진다. 한눈에 잘 보이고 깔끔해야 고객이 보기에도 좋다. 디스플레이를 잘한 공구상이 장사도 잘한다. 어수선하게 물건이 쌓여있고 내부가 어두운 옛날방식을 고수하면 안된다.
일을 시작하고 뒷마무리를 못하면 아니한 것만 못하다. 중간에 어렵다고 포기해서도 안된다. 우리회사에서는 업무에 출발역과 종착역을 표시해 시작과 종료를 명확하게 한다. 그래야 다음단계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품질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고 같이 협력해야 한다. 협력해서 더 큰 것을 만들어 갈 줄 알아야 한다.
장사는 이익이 남아야 한다. 이익이 없으면 경영을 할 수 없다. 매월, 매년 꼭 이익을 남겨야 한다. 어쩌면 직원과 직원가족의 생계까지 경영자의 손에 달려있어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이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숨은 보물을 찾을 수 있다. 우리끼리 하는 연구는 한계가 있다. 이럴 때는 외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거기서 좋은 씨를 받아와서 더 크게 수확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에서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면 큰 손실이다. 여성들이 업무를 안에서 잘 챙겨주어야 기업이 성장한다. 특히 대만 중소기업들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여성들을 많이 활용한다. 나는 대만 거래처를 통해 여성인재들이 내는 성과를 보며 나의 회사에도 실천해보았다.
나보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 예비역 공군준장인 석현수 부사장과 삼성출신 정철수 부사장, 현대 출신 이덕희 전무, 세신 출신 윤종만 전무 등을 모셔와 크레텍을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06년엔 대구은행경제연구소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는데 그 연구소를 이끌던 분이 올해 대구은행 회장이 되었다. 언제나 나보다 한수 높은 데서 배워 이를 자신의 사업체와 접목해야 경영성과를 낼 수 있다.
크레텍은 공구 도매상이다. 공구상사들의 입장에서 모든 걸 판단해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 잘 맞도록 뭐든 맞추어야 한다. 생산자와 메이커들에게도 같이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공구업 본연의 직무를 다 할 수 있다.
리먼 사태 때 서울 본사를 내고 물류센터를 세우기 시작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가는 더 크게 살펴야 한다. 시대변화를 탐지해내어야 큰일을 한다. 며칠 전 구미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기록관에 다녀왔다.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내용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히, 또 세밀하게 짜놓은 것을 읽으며 리더는 멀리 크게 봐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크레텍은 2006년부터 발전계획을 짜서 현재 4차 4년째이다.
2011년 전산개발 후 혼란이 와서 혼쭐이 났다. 그러나 이 속에서 어렵고 힘든 것을 찾아내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찾아내야했다. 끊임없이 물었고, 그 결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걸림돌이 디딤돌’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였다.
품목이 많아지고 거래선이 많아지고 카탈로그는 점점 더 두꺼워져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되던 때였다. 대, 중, 소 미세분류로 하니 잘 보였다. 카테고리를 나누어 관리하고 세분화하면 속도가 올랐다. ‘세분화하고 기한을 정하고 결론을 내자’라고 직원들에게 외쳤다.
이외에도 2017년엔 ‘좋은 씨 찾아서 표준화하고 시스템화하자’ 2022년도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현장에서 답을 찾자’를 정했고 2024년도엔 ‘단순화 표준화 속도’라고 정했다. 회사의 상황과 경영상태 등을 모두 단순화해서 한눈에 보이게 공유하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을 거쳐 일의 속도를 내자는 취지였다.
“기도하고 행동하라, 기도와 행동은 앞바퀴와 뒷바퀴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중-
1998년부터 2024년까지 26년간의 경영방침을 돌아보면 흡사 어떤 것은 기도 같고 나 스스로에게 거는 결의 같았다. 고객님들의 공구상엔 어떤 경영방침이 있는지, 자신의 사업을 어떤 길로 성장시키고 싶은지 묻고 싶다. 인간의 뇌는 곤란을 느끼지 않는 한 지혜를 내지 않는다. 곤란을 해결하고자 기도하고 행동하는 이에게 길은 열린다.
글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