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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다이너마이트

 

다이너마이트

 

깊숙하게 던져 파급력을 높여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사람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다. 어느 날 엎질러진 니트로글리세린이 규조토에 흡수되는 것을 보고, 위험을 무릅쓰고 비율을 연구해 고체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에 노벨은 ‘잠재력’이란 뜻을 가진 고대어 ‘뒤나미스’를 참조해 ‘다이너마이트’라 이름 지었다. 어떤 일을 할 때 문제해결의 뇌관이 있는 깊은 곳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야 한다. 내 인생에서 딱 크게 두 번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 무심히 툭 던졌지만 훗날 판을 흔드는 큰 파급력이 되는 것, 이를 내 방식의 ‘다이너마이트’라고 명명한다.

 

100년 된 자갈마당을 없애겠다고?


2012년 봄, 대구 새마을회장에 취임했을 때다. 대구시는 정기적으로 기관장 회의를 했는데 자유발언 시간이 있어 용기 내 한마디 했다. “대구시 달성동에 100년 된 집단유흥가가 있는데 없애달라.” 초등학교와도 가깝고, 특히 회사가 확대되면서 유흥가인 자갈마당과 길 하나를 두고 있으니 여직원들 보기에 너무 난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나의 주장에 찬성하는 분도 계셨고, 일부는 100년이나 돼 철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러던 차에 당시 중구청장이던 윤순영 청장이 “유흥가 안에 건물이 하나 났는데 크레텍에서 매입해주면 구청에서 갤러리로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찬스가 왔음을 직감했다. 바로 실행했고, 건물을 사서 중구청에 임대했다. 그야말로 민관합동이었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작전이었다. 문화 갤러리로 운영되자 관람하러 오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많아졌고, 유흥가 종사자들은 여러모로 난감해졌다. 이에 데모를 시작했다. “포주 최영수는 물러나라.” 평생 공구사업만 했는데, 하루아침에 포주가 되어버렸다. 해코지라도 당할까 간이 콩알만 해졌다. 신문이며 시청 구청 게시판에 유흥가 업주들이 나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그래도 언젠가는, 또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 꿈쩍 않고 버텼다. 

 

뇌관 건드리면 역사흐름도 바뀐다


이렇게 버텼더니 2016년 대구시 차원에서 거주민 이주와 지역개발에 대한 대책이 수립됐다. 나는 제일먼저 건물매각 합의를 해줬다. 지금은 일대에 마천루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서 예전모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멋지게 변모했다. 그 오래된 골목 깊숙이, 나쁜 관습을 폭파시키려 나는 다이너마이트를 던졌던 것이다. 이제 직원들 보기에도 떳떳하다. 그리고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나 스스로 대견한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때 같이 마음을 모았던 윤순영 중구청장에게 한번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린 순수한 투지로 서로의 뜻을 알고 뭉쳤던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문제가 왔을 때 과감하게 행동하고 움직이면, 어쩌면 큰 역사의 흐름까지 바꾸게 된다는 것을 난 체험했다.

 

 

대기업 진출에 맞서는 세신 인수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2012년 6월, 당시 세신버팔로 회사가 KeP(코오롱 계열사)에 협약이 되어있었다. KeP는 공구유통을 시작하려는 계획이었을 것인데, 우리업계로서는 아주 불편하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점이었다. 당시 국내 공구업계는 혼란스러웠다. KeP뿐만 아니라 LG-서브원에서도 공구유통 분야에 들어왔고 모든 전동공구 메이커들도 리베이트를 걸어 매출 올리라고만 밀어부쳤다. 한국산업용재협회도 유통질서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만 있다가는 우리 업종을 대기업들에게 넘겨주게 생겼다고 판단했다.
크레텍은 세신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6년 세신을 인수했다. 인수과정도 참 힘들었는데, 노조갈등이 심했던 회사라 가까운 분들이 반대했고, 인수경합자로는 KE, KO사 등이 있어 여러모로 어려웠다. 인수 후 2019년부터는 미국식 신제조기술을 도입했다. 며칠 전 135회 중국 광저우 전시회에 다녀왔다. 가장 큰 산업공구전인 광저우전시회에서는 제조와 유통이 급격하게 바뀌는 과정에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독일, 일본 모두가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게 아닌 하나로 합쳐져 굴러가고 있었다. ‘그때 세신 인수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내 사업도, 우리업계에도 위기가 왔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공구 분야는 국가의 중추산업이다. 한 번 뺏기면 다시 잡기 어렵다. 이런 미묘한 시대상황에서 세신버팔로로 잘 헤쳐가는 것이 한편으론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가장 파급력 있는 한곳에 힘껏 던져라


기회가 오면 용기를 내야 한다. 나는 주저하기보다 무모한 쪽을 선택하며 살았다. 100년 된 집단 유흥가를 없애려고 마치 핵심에 폭약을 설치하듯 행동했고, 유통하던 사람이 제조까지 들어가고, 그래서 대기업의 진출에 맞서는 것 등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하다. 이 다이너마이트는 어디를 건드리면 전체가 움직일지 판을 잘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다 싶으면 바로 행동해야 한다. 나는 ‘한번 뿐인 인생, 지나가기 전에 해보자’는 생각으로 늘 행동부터 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이런 말을 했다 한다.

 

"내게 천 가지의 아이디어가 있고 그중 하나가 쓸모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핵심적인 단 한 개를 실행하면 모든 것은 저절로 바뀐다는 뜻이다.

 

"계획은 즉각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

 

사업을 하다보면 위기와 기회가 오는데, 변화하는 세상에서 단 하나를 건드려야 한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판단하길 바란다. 공구상 입장에서는 그 단 하나가 상품일 수도, 사람일 수도, 전산 혹은 공부일 수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한 곳에 전력투구하면 전체가 달라지는 것을 실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판단이 섰다면 바로 행동하셔야 한다. 던지기로 마음먹은 당신의 손에 든 그 희망을 우린 ‘다이너마이트’라 부를 것이다.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