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거친 파도가 유능한 선장 만든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부자가 무인도를 구입해 나무와 꽃을 심으며 아름답게 가꾸었다. 좋아하는 토끼를 풀어 놓았고 번식도 잘 돼 잘 살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토끼 털의 윤기도 사라지고 눈빛도 흐려졌다. 마치 병난 토끼처럼 보였다. 부자는 탄식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병이 나다니! 수의사를 불렀지만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지혜로운 랍비를 찾아가 물었다.
“늑대를 같이 기르세요.”
“예?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으면 어떡합니까?”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토끼의 병은 환경이 너무 좋아서 생긴 병입니다. 늑대와 함께 기르면 늑대에 안 잡아먹히려고 힘차게 도망 다녀 다리에 힘도 붙을 것이고, 눈빛은 빛나고 털에 윤기도 흐를 것입니다.”
섬에 늑대 몇 마리를 넣었다. 토끼들은 몇 마리 잡혀 먹히긴 했지만 대다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호주에 백인들이 처음 가보니 아주 통통한 새들이 많았다. 천적이 없어서인지 새들은 날개에 힘이 없어 날지 못했고 뒤뚱거리며 도망치기나 했다. 사람들은 ‘돼지새’라 부르며 맛있다고 다 잡아 먹었다. 너무 평온한 환경이 새들의 날개를 퇴화시켰고 결국 멸종을 초래했다. 우리 주위에 이와 유사한 경우가 많다. 1세대에서 2세대 3세대로 넘어가면서 평온함만을 추구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안정된 환경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례를 우리업계에서 찾아봤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은 없는지 같이 체크해나가시면 좋겠다.
1. 좋은 독점 브랜드 가졌다고 그것만 믿고 있는 경우
유사한 상품이 얼마든지 새롭게 나타날 수 있다. 이제는 품질 비슷하고 가격 싼 제품이 나오는 시대다. 세상은 언제든 바뀐다.
2.‘목 좋은 장사’에 기대는 경우
위치가 좋은 가게라고 영원히 잘 될 수는 없다. 청계천 개발로 상가가 옮겨지고 상권에 변화가 오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다. 물줄기와 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3. 인맥으로 지속납품하는 경우
친인척 회사에 납품을 하면 그간은 좋았다. 그러나 20~30년 지나 사업주가 바뀌고 시장이 바뀌면 그 납품을 지속할 수 있겠는가.
4.특별한 기술에만 기대는 경우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사람도 점점 내 기술을 따라올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안일하게 머무는 순간 위기가 온다.
5. 아버지가 워낙 잘 해놓아 아들은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우리업계 2세 경영자들이 자칫 방심하는 순간,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아들도 기술을 배우고 지식을 익혀야 한다. 장사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나타날 것이고 천년 단골도 빼앗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시대는 예고 없이 변한다. 거친 파도를 겪어보지 못한 선원은 큰 파도가 오면 덤벙거리다 낭패를 겪기 일쑤다. 이제까지 아버지 아래서 편안하게 지냈던 2세들이여, 경영의 어려움을, 아버지의 고독한 싸움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면 이미 때는 늦다. 항상 변화하는 시대에 촉각을 세워 무장해야 하는 게 2세들의 숙명임을 알기 바란다.
6. 규모 큰 회사라고 직원들이 한 자리에만 있고 다른 업무 외면할 때
모든 직원은 4~5년이 지나면 다른 자리로 옮겨야 한다. 영업도 한 지역만 하기보다 4년을 기한으로 보고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서야 한다. 규모 좀 커졌다고 전문성 운운하면서 한 자리에 박혀있으면 그 회사는 세상과 담쌓는 회사가 된다.
지난 10월 15일부터 일주일간 중국 광저우 전시회에 다녀왔다. 중국의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공장들은 최신자동 NC머신과 로봇자동화 시설을 하고 독일, 일본, 미국 기계를 가져와서 잘 운영하고 있었다. 실용특허, 발명특허까지 만들고, 일본, 대만으로 이어지는 공구 기술력의 이동을 뽐내고 있었다. 난 그 큰 광저우 전시장에서 한국 임금의 70% 수준까지 따라오고, 세계 각지의 브랜드들을 최신 기술력으로 생산해내는 중국을 목도하고 말았다. 이렇게 세상이 변하는데, 어떻게 내 사업만 안전하다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사업경험을 보건대 ‘새로운 것도 오래 가지 않더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조금 괜찮다 싶으면 금세 위기가 왔다. 어려움을 헤쳐가는 것이 경험이 되고 내 능력으로 쌓여갔다. 안심하는 순간, 사업은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We’re stronger in the places that we’ve been broken.
“우리는 상처받은 곳에서 더 강하다.”
거친 파도가 유능한 선장을 만든다. 폭풍을 이겨낸 사람은 강하다 하지 않는가. 강해서 아름다운 것, 그것이 사업이고 비즈니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가 환율 금리가 오른다고 사방천지에서 아우성이지만 이 또한 유능한 선장이 되는 코스라고 생각하자. 편안한 집을 떠나 망망대해에서 고래와 싸우는 삶, 그 가슴 뛰는 삶이 진짜 아닐까.
글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