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난 이 일을 사랑해
나는 재주도 기술도 또 지식도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힘을 나누기보다 한 곳에 쏟기로 했다. 그것이 공구장사였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구장사에 내 모든 것을 쏟아 집중했다. 물론 다른 미팅이나 공부도 공구사업과 관련되는 것만 했다. 나의 생활을 보면 공구사업 이외의 것은 수준이하다. 심지어 음식과 입는 옷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듣는다. 대신 공구와 관련된 일에는 온 힘을 기울이고 집중한다.
사실, 처음 공구장사를 시작했다가 망설였던 적이 있었다. 당시는 공구가 국내에서 제조된 것이 없었고, 미군부대에서 나오거나 일본에서 밀수로 들여온 것, 또는 중고공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안 걸리는 것이 없었다. 툭하면 장물이 되고 군수품은 군치관(군 헌병대)에 걸렸으며, 밀수품은 세관에 걸렸다. 이렇게 해서는 장사를 할 수 없겠다 싶었다. 공구장사를 그만둘까 몇 번 생각했다. 군 입대 전에 철공소와 공구노점상 행상을 했지만 평생 할 일은 아니다 싶었다. 제대 후 직업을 찾아 다녀보았다. 중장비 정비기술을 배워볼까 하여 당시 영등포에 있는 중장비 정비기술과정에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떨어졌다. 그 다음 찾아간 곳이 부산 영도의 원양어선 간부연수원. 하지만 부모님께서 원양어선은 위험하다고 극구 말리셔서 포기해야 했다. 몇 개월을 취업하러 다니다 다시 공구행상을 시작했다. 역시나 공구는 내 터전이었다. 신이 났다. 자전거에 공구를 싣고 다니면서 버스 정류장에 운전기사와 조수들에게 공구를 팔았다. 또다시 어려운 공구 세계에 뛰어든 것이다. 1971년 봄에 시작해 그 해 12월에 조그만 점포를 내었으니 올해로 크레텍 50년이 된다.
초기엔 공구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어디 가서 공구를 구해올지부터가 가장 큰 임무였다. 중고품 취급하는 곳인 대구 인교동, 북성로, 칠성동 등을 찾아 다녔다. 대부분 제대로 전시도 하지 않고 안에 넣어 두어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공구 몇 개를 구입하면 뛸 듯이 좋아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1977년, 국가정책이 바뀌어 부가가치세가 신설되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정부에서는 부가가치세를 100%받고 100%발행하라는 것이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 세무조사에 걸려 서대구 세무서에 갔다.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닙니까? 받아가는 사람도 안 받겠다하고, 공급하는 사람도 발행하지 않겠다는데 어떻게 장사하라는 말입니까’하면서 항의했다. 31살 최영수는 용감했다. 지금은 부가가치세가 잘 운영이 되는 것 같아 좋다. 돌아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나는 공구를 사랑한다. 공구를 좋아하고 공구상 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나이를 먹었지만 공구상 일, 공구 제조 일, 공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것이 없다. 이제 쉬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는 일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공구가 나의 취미이고 자랑이고 보람이다. 이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 골프 치는 것보다 나는 공구가 더 재미있다.
종종 공구상에 가서 빙 둘러본다. 공구를 만져본다. 그러면 공구들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도 같이 답을 한다. ‘참 반갑습니다.’ ‘안녕하셨지요?’, ‘나 여기 있어요.’ 그렇게 대화가 오간다. ‘이런 공구인데 이렇게 좋은 기능을 갖고 있어요. 멋진 포장을 하였지요. 나 잘 나지 않았습니까?’ 이런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공구공장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제조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계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사랑하면 들린다. 그만큼 집중하고 온 힘을 기울이다 보면 안될 것도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사업이란 사랑이고 집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의 ‘나의 문화 답사기’ 중-
예술가가 문화와 작품에 심취하듯 나에겐 공구가 예술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예술가 아닌가.
올해로 공구업 한지 50년째.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수많은 힘든 일들이 있었다. 한 고비 한 고비 넘을 때마다 나를 믿어주고 힘을 실어준 공구인들께 감사드린다. 11월 초 국가품질상 동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참으로 명예스러운 상이다. 나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나라와 사회를 위한 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열강들이 치열하게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용하게도 잘 해왔다. 또한번 우리나라가 새 길을 열어가는 데 이 공구업이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경기가 예상되고 유래 없는 물가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우리 공구인들에게 용기도 주고 도움이 되고 싶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람이 넘지 못할 고난은 없으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설령 실패라 하더라도 하고 또 하면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 된다. 단단하게 부여잡고 우리 이 터널을 통과하자. 별은 절대로 혼자서 빛나지 않는다. 서로를 비출 때 함께 빛난다. 서로간의 연결은 놓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이만큼 올 수 있었던 비결을 말해달라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사랑은 참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사람관계도, 일도, 또 우리의 미래까지도 말이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