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지난 4월 16일 대구광역시 새마을 회장에 재취임했다. 2012년부터 총 6년간 연임하며 회장직을 마친 후 3년이 지난 올해 한 번 더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다. 새마을 회장은 누가 알아주는 자리가 아니고, 무슨 큰 권력이나 이득이 있는 자리도 아니다. 그저 주변의 힘든 이웃을 돕는 회원들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일을 한다. 새마을 회원들은 정말 진심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코로나 위기 시에도 먼저 나가 아이들 놀이터를 소독하는 등 어렵고 힘든 이웃을 찾아내 도와 줄 방법을 만든다. 나 역시 봉사란 걸 몰랐다가 새마을 활동을 하면서 ‘근면 자조 협동’ 정신에 빠져들었다. 앞장서서 하고 때론 이전에 없던 것도 만들어내서 정말 신나게 새마을 활동을 했다. 그래서인지 관련 기관에서 다시 맡아 달라고 올해 요청을 해온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나더러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느냐? 힘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살아온 것을 돌아볼 때 일이 힘들기보다 즐거웠던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이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4월 16일 제19대 대구새마을회장 취임식 모습. 권영진 대구시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1969년 당시 나는 해군 상등병이었다. 근무기간 반 정도 지나면 육상으로 옮겨 해군통제부에서 근무하는데 당시 나는 곧바로 해군특수부대를 지원했다. 하지만 중도에서 자퇴해 예비대에 있었고 마침 그때 부두에 내가 타던 경남함이 들어왔다. 당시 기관장이 나를 경남함에 복귀시켜주었다. 해군에서 한번 배를 내리면 다시 타기 어려워서 전례없는 발령이었다. 이렇게 이전에 근무하던 배로 돌아가 기관분대 보수과에서 열심히 군생활을 했다. 신나게 공구를 더 많이 배웠다. 특히 어릴 적 조양철공소에서 못다 배운 기술을 경남함에서 완성할 수 있었다. 이때 배운 기술로 한국에서 공구업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는 굉장히 많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해군 공창은 기차가 들어갈 만큼 크고, 도크에 오버홀(Over hall : 기계류를 완전히 분해하여 점검·수리·조정하는 일)을 하면 온 배를 다시 수리 정비하는 일이 된다. 신나게 배우다 보니 기관장님이 나에게 ‘사병 사관생도’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사병이지만 사관학교 나온 사람 못지않게 많이 알고 찾아서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때의 추억 탓인지 50년이 지나서 다시 해군과 연결되었다. 작년엔 해군제독들이 모여서 우리회사에 경남함 모형 진수식을 해주었고, 내게 해군해병대복음화 후원회장이라는 직무가 주어졌다. 열심히 했더니 자꾸만 일이 따라다닌다.
나는 평생 살아가면서 주어진 일을 즐겼구나 싶다. 한번도 일을 하기 싫어 해본 적 없고 즐기면서 했다. 지금도 이 나이에 사업을 한다면 왜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럼 답한다.
“아니오. 나는 즐기고 있는 겁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나에게는 가장 즐겁고 기쁘다. 또 보람도 생기고 행복하다. 미래를 위해서도 더 기쁘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지지자불여호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好之者 不如樂之者 (호지자 불여락지자)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조직의 모든 사람은 직책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일을 자신의 것이라 여겨야 한다. 그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이며 능동적으로 대하면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즐거워하는가에 따라서 능력도 변하고 성과도 바뀐다. 비단 일의 결과만 달라지는 게 아니고 일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로 직결된다. 일을 사랑하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고 얼렁뚱땅 처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일에서 멀어진다. 결국 살아가는 재미를 잃어버리고 생기마저 없어진다.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평상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어려움에 직면할 때 빛을 발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 평소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을 기울여 온 사람은 개인의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일을 창조적으로 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영감마저 안겨 준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봉사와도 통한다. 비누를 보라. 사람을 깨끗하게, 또 의복을 깨끗하게 해 준다. 그것이 비누의 봉사이자 희생이다. 비누는 쓰는 만큼 그 존재가 줄어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 존재조차 없어지고 만다는 것은 확실히 슬프지만, 비누가 자기 몸을 없애가면서 세상의 때를 말끔히 씻어냈기 때문에 비누의 가치가 있다.
촛불을 보라.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지만 자신의 몸은 점점 줄어들어 드디어 없어지고 만다. 촛불의 희생이요 존재가치인 것이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기 육신만을 아끼는 사람은 물에 녹지 않는 비누와 같고 불에 타지 않는 초와 다름없다. 비누가 물에 녹지 않는다면 어찌 세탁이 가능하며 촛불이 타지 않는다면 어찌 어둠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일을 사랑해야 일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능력도 올라간다. 일을 통해 사회와 미래를 위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사는 가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새마을 일이며 다른 주어진 일까지도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다. 일을 통해 내 존재를 사회를 위해 쓰고 싶다. 그것이 내가 비누로, 촛불로 사는 길이지 않겠나.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