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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1975년, 장사의 씨앗… 야마시다 모조

 


얼마 전 창고를 정리했다. 가지고 있던 책이며 서류, 기념품들을 나의 역사이자 회사의 역사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1975년 번역 발간된 일본소설 ‘대물(大物)’. 당시 내가 소중하게 읽었던 책인데 빛바랜 전 8권이 그대로 있다. 193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공구상사에 취직한 야마시다 모조라는 사람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19살에 오사카의 공구상에 들어가 여러 곳을 거치는데 선배 동료들과 갈등을 겪고 영업현장을 뛰며 도소매 공구상과의 경쟁을 한다. 나는 주인공 야마시다 모조의 삶을 나와 동일시하며 책 속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이 도쿄로 진출해 영업을 펼친 부분을 가슴 뛰며 읽었다. 후일 내가 서울로 진출할 때 불씨가 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유명한 공구기업 야마젠 회장이 공구장사에 입문했을 때의 실화이다. 책을 통해 큰 세계를 본 셈이다.

 

1982년, 기업성장 의 씨앗… 실천경영철학

 


장사를 배웠으면 기업화를 시켜야했다. 1982년,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실천경영철학’이라는 책을 읽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나온 것으로, 아침마다 읽어 약 30여 번 반복해 읽었다. 이후 1992년과 2005년에 고객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다. 이 책에는 회사경영을 위한 핵심요소 20여 가지가 있다. 경영철학부터 수립해야 하고,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모으라는 등 지금 내가 회사를 경영하며 중요시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 책에서 나왔다. 물론 세월이 흘렀고 사회환경은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만화로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이번 달부터 TOOL지에 연재한다. 많이들 읽어보시고 도움 받으시길 바란다.

 

공구업, 그대로  할까, 바꿀까?


사실, 처음 공구상을 시작할 때 영세함과 무질서함 속에서 ‘주어진 대로 살까? 아님 내가 바꿔가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 업을 하려면 필요하다 생각해 뛰어들어 연구했다. 
중국이나 대만, 또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같은 동남아에 가보면 공구상사가 아주 영세하다. 규모도 작지만 제품이며 판매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제조는 뛰어나더라도 유통관리에서는 체계가 없고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 명 넘는 공구유통상이 거의 없고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다. 반면, 미국과 일본 독일은 제조는 물론이고 공구유통에서도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1987년 이 문제를 풀고자 연구에 들어갔다. 먼저 체계적인 품목관리가 필요하고, 대중소 분류가 있어야했다. 이런 식으로 체계를 갖추면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모든 체계분류의 최종정리가 바로 공구 카탈로그이다. 책으로 만들어 손에 쥐어야 업계에 돌아가는 제품과 기술이 보인다.

 

1995년, 카탈로 그 발전의 씨앗… TRUSCO

 


1995년에 일본 트러스코사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트러스코는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컸는데, 당시 오주 부회장께서 카탈로그를 펴놓고 구석구석 표시해가며 지도 편달해 주셨다. 이후 2000년도에는 직접 크레텍을 방문하여 경영자문까지 해주셨다. 그 뒤로도 트러스코사를 방문해 현 나카야마 사장으로부터도 큰 도움을 받았다.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다. 큰 것을 배워야 나도 커질 수 있고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최근 나는 CBS방송 캠페인을 통해 경영자로서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이번 가을겨울에는 ‘어려울 때면 사람을 찾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말하고 있는데, 마침 트러스코 오주 부회장님은 내게 카탈로그 변화 필요성을 알려준 귀한 분이시다 싶다. 그 가르침에 따라 올해 크레텍 공구보감은 총 3권으로 나눠 낸다. 한 권에 다 담지 못했던 내용을 3권에 자세히 담았기 때문에 전문품목이나 필요에 맞게 책을 보면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모든 변화와 진행에 있어 결정적 도움이 되는 씨앗들이 있었다. 인생이나 사업이나 씨를 찾아야 한다. 그 씨를 소중히 담아 피워내는 일이 바로 삶이다. 지금은 가을의 끝자락이고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씨를 잘 품어야 내년 봄에 꽃이 핀다. 공구보감이 우리업계에 좋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