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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밸행인 칼럼] 용한 사람을 찾아라

 

용한 사람을 찾아라

 

살아있는 게 용하지

 

나는 살아가면서 몇 번인가 큰 위기를 겪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도 없이 겪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용케도 살아있구나 싶다. 망하지 않고 죽지 않고 운 좋게 여기까지 왔다. 나의 힘과 능력이었나 생각해보면, 아니다 싶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이제 정말 끝장이다 싶을 때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넘겨왔는지 돌아본다. 

 

도와주세요 처이모부님

 

1979년 4월 25일경, 부산 톨게이트에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기사가 부산으로 가던 중에 동대구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짐을 하나 싣고 갔는데 검열에 걸렸다. 불법이던 군수품이었다. 부산세관에서 10일간이나 조사를 받고 결국 내 책임이 돼 교도소에 구속이 되었다. 아무리 몰랐다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다급하게 직물공장을 하던 처이모부님께 연락했다. 안에 구금돼 있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었기에 밖에서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처이모부님은 당신의 일을 제쳐두고 부산까지 내려와 숙박을 해가며 이 문제에 능한 변호사를 찾는 등 백방으로 노력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25일 만에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었다.
돌아보면 무서운 사고였다. 그러나 안에서 조사 받을 때 밖에서 극진히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해결할 수 있었다. 나와서보니 책임기업사는 이제 망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리집에 물건을 넣어주던 업체들이 일부 공급을 중단하려했고, 사가시는 분들은 거래처를 바꾸기도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군수품과 관련된 모든 불분명한 거래를 끊기로 했다. 장사방향을 중도매로 바꾸고 새롭게 다듬었다. 이 위기는 내게 사업의 모습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또 아침마다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시작했다. 이 아침예배는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국과수 갑시다… 직원의 도움

 

1993년 10월 5일, 남해로 수련회 겸 기도회에 갔다가 구마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정면으로 충돌해 내 차에 탄 사람, 상대편 사람 모두 크게 다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몸이 나아지자 경찰조사가 시작됐고 꼼짝없이 중앙선을 넘어간 나의 100% 과실이 됐다. 법적 처벌은 물론 치료나 보상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이때 우리회사 이상범 부장이 내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차량을 국과수에 맡기자 했다. 결과는 운전자 과실이 아니라 나온 지 10일 된 신차의 왼쪽 앞타이어 펑크라는 결함으로 판명 났다. 내 말을 흘려듣지 않고 정밀검사까지 진행한 한 사람 덕분에 이번에도 풀려날 수 있었다. 구금되었다 나오니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하나님의 큰 뜻을 깊이 새기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나는 업계나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자리를 맡았고 건물도 올리며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교만하면 안되겠다라는 걸 느꼈다.

 

위기 때마다 귀인 나타나

 

이외에도 극한 위기 때마다 나를 도와주는 분들을 만났다. 2년 반 전 관상동맥 수술 때 모두들 나보고 무조건 서울가서 수술 받으라 했다. 큰아들이 알아본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용하다는 의사가 대구에 있었다. 대구 경북대병원 김근직 교수, 그를 믿었기에 나는 살아날 수 있었다. 유서까지 써놨지만 수술에서 깨어났다. 정호영 병원장과 감신 의대교수 등이 함께 나를 지켜보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회사일도 그렇다. 나 혼자 힘이나 노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때마다 용한 분들과 함께 하게 됐다. 우리회사 정철수 고문은 삼성과 계양전기를 거쳤는데, 그 많은 노하우와 감각을 나와 맞추고 있다. 처음 우리회사로 와서 제안한 것이 PB브랜드였고 최근엔 세신버팔로 브랜드 인수까지 추진해주었다. 돌이켜보면 크레텍은 15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정철수 고문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이도 나와 같은데,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을 함께 움직여 주신다. 회사의 힘든 일, 깊은 일까지도 한 곳 한 곳 들어오셔서 관여해 주신다.

 

안될 일도 용한 사람 만나면 된다

 

이렇듯 평소 말하기 꺼려지는 교도소 얘기까지 하며 결정적 시기에 나타나 나를 도왔던 용한 분들의 얘기를 모아봤다. 내가 하면 못할 일을 용한 분들을 만나 해결할 수 있었다. 또 도움을 받으면 베풀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나는 사고 후 화원교도소를 20년간 지원하는 일을 했다. 당시 인연이 돼 그곳의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됐고, 이후 사업을 하면서 요청이 올 때마다, 화장실, 세면실, 방송실, 화단 등을 깨끗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귀한 일을 하게 된 것도 내게는 축복이다. 
살면서, 또 회사를 운영하며 위기는 수차례 이어진다. 지금보다 더 어렵고 힘들어질 수도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안될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 하고, 소중히 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을 찾으면 문제는 풀린다. 모든 일의 해법은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