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명예 경영학 박사
명예 경영학 박사
문자 한 통… 꿈이야 생시야
지난해 11월 26일 경이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기의 환승을 기다릴 때였다. 예수님의 탄생지와 성지를 가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경건하고 성스러웠다. 그때 울린 한 통의 메시지.
‘경북대 명예경영학 박사학위 심사에 통과되었습니다.’
꿈만 같았다. 내가 정말 박사가 되는 것인가. 중학 졸업 후 공구장사로 평생을 바쳤는데, 내가 정말 박사, 그것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립대 박사가 되다니 감회가 남달랐다. 무엇보다 지난 48년간 나에게 신임을 보내 준 우리나라 공구업계 분들 덕분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큰 영예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건강을 잃어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
2년 전 관상동맥 우회술 수술을 받았다. 가슴을 열고 7시간 대수술을 치렀다. 수술을 기다리며 혹시나 결과가 좋지 않을지 몰라 유서 겸 편지도 썼다. ‘목욕탕이나 갈 수 있을까, 골프도 못 치겠지, 달리지도 못할 거야’ 온갖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랬던 내가 수술 후 운동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건강관리를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건강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연은 인간이 고난을 겪으면 더 강해지도록 설계해 놨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팔이나 다리가 약해지는 것처럼 일도 문제가 없으면 노력을 하지 않아 발전이 없다. 뇌세포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나폴레온 힐 -
몸만이 아니다. 일도 마찬가지다. 뭐든 어려움이 있고 나서야 하나님의 뜻이 보였다.
돈이 보여도 하면 안되는 일들
1979년 4월 부산세관에 구금되어 20일이나 구치소에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공구상들이 취급하는 물건은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미군수품 공구들이 많았다. 공구장사를 하려면 그런 공구 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문제는 풀려 혐의가 없는 걸로 판명 났지만 ‘이제는 부정하게 장사하면 안된다’는 것을 혹독하게 배웠다. 과감히 미군수품 공구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그때부터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공구만 취급했다. 돈이 눈앞에 보여도 단호하게 결별해야 할 때가 있는 법. 이후 책임을 지고 정당한 방법으로 장사를 하니 고객의 믿음이 따라왔다. 가격 오픈도 마찬가지였다. 1987년 당시 주변의 반발도 있었고 엄두도 못낼 일이었지만 고객이 믿어주었기 때문에 과감히 가격을 오픈할 수 있었다.
혼자 한 게 아닙니다
1989년에는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교회의 주보를 샘플삼아 시작했고 2년마다 개정하다보니 지금은 두꺼운 백과사전이 됐다. 특히 한국의 공구산업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무엇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공구 카탈로그가 돼 국가적으로도 보탬이 됐다 싶다.
이렇게 지난 일을 더듬어보면 이 모든 것이 나만의, 또는 우리회사만의 공이나 노력으로만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음을 느낀다. 함께 해준 많은 분들이 계시어 가능했다. 바코드를 할 때도 그랬다. 우리직원도 밤을 새며 초죽음이 됐지만, 마지막에 업계에서 따라주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온라인주문시스템(CTX)도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완전히 보급되기 전이라 여전히 수기와 팩스, 전화로 주문될 때였는데, 컴퓨터로 주문하라고 하니 작은 가게에서는 힘들어했다. 우리직원이 가서 컴퓨터 교육도 했지만, 그걸 배우고 실무에 적용해준 고객들이 있어 우리업계 전산 발전이 가능했다. 이제는 공구업계도 인터넷과 디지털 정보, IT 기술력으로 돌아간다. 어렵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지막 순간마다 따라주는 고객들이 계셨고, 덕분에 업계 혁신을 해 올수 있었다.
생업이 가치 있도록
공구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업이라면 이번에 받게 되는 명예박사 학위는 ‘왜 공구업을 하는가’ 라는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업을 모르는 사람들은 공구업이 간단한 줄 알지만 실상 그 속을 보면 어렵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나 혼자 장사가 잘 된다고 끝이 아니다.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에 동참해준 고객들과 아시는 많은 분들께 이번 박사학위 수여에 앞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공구 시스템을 더 연구하고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업계와 사회에 더 헌신하고 봉사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공구를 업으로 삼는 모든 분들과 함께 이번 박사모를 쓰겠다. 이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열정을 한 번 더 되새겼으면 한다. 우리가 가는 모든 길이 가치롭고 영예로운 꽃길이 되시기를 기도한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