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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물새는 곳을 찾아라

 

물새는 곳을 찾아라

 

군함에 뚫린 구멍을 막아라


해군에 근무할 적에 내가 맡았던 일은 불을 끄는 일(소방)과 방수였다. 방수란 적의 포탄이 배에 구멍을 내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이다. 큰 포탄이 배를 공격하면 막아내야 한다. 막지 못하면 배가 침수한다. 죽기 살기로 막아야 배에 탄 모든 군인들을 살릴 수 있다. 전투에서는 대포로 적을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가 포탄에 뚫려 물새는 걸 막는 게 더 중요하다. 물새는 곳을 찾아라! 군대에서 배운 생존철학이다.

 

세무조사로 배운 덕에 세금보다 더 큰 이익


사업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큰 구멍 작은 구멍 등 새는 곳이 수두룩하다.
2004년 4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35일간 받았는데, 세무조사를 나왔던 조사관들은 처음에는 그냥 정기조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니 회사 내 부족하고 빠진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별한 혐의나 잘못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잘 몰라서 또는 놓쳐서 나온 것들이 상당했다. 세무서 직원들은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빠뜨린 것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회사 내에서 불필요한 할인이나 계산오류가 꽤 있었다. 조사가 끝나자 약 3억5천만원의 세금이 부과됐다. 한줌도 탈세한 것이 없는데 안타깝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참에 시작하여 물새는 곳을 분석해보았다. 한 달에 1억 이상의 불필요한 돈이 지불되고 잘못 관리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결과적으로 꽤 많은 세금을 냈지만 3개월 정도 지나니 낸 세금보다 새는 곳을 막아 발생한 이익이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이 일로 회사경영이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됐고 ‘세무조사 참 잘 받았다’ 했던 기억이 난다.

 

헐렁한 곳 없는지 찾아내야


사업을 할 때는 어디 구석에 잘못된 것이 없는가, 빠진 것이 없나 살펴야 한다. 직원들을 보면 열심히 하는 직원, 대충 하는 직원, 시키는 일만 딱 하는 직원, 알아서 주인처럼 하는 직원 등 갖가지다. 이런 것도 세심히 알아내서 업무마다 배치를 잘 해야 한다.
회사에 전화가 많이 오는 편이다. 규모가 작을 때는 대충 맞출 수 있지만, 사람이 많아지니 맞출 수가 없었다. 상담원 콜수를 조사했다. 어떤 직원은 받는 콜수가 많고 어떤 직원은 아주 적었다. 이걸 잘 분배해야 했다. 한 곳에 업무가 과중하고 한 곳은 헐렁하면 이 또한 물새는 곳이 된다. 콜수를 배분하고, 전화응대의 매뉴얼을 정했다. 자주 오는 고객의 요구에 대해서는 자동응답이 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전화응대자의 업무효율도 높였다.

 

회사의 사각지대를 발견하라


작년 12월, 판매할 때 통제가 안 돼 할인정책에 구멍이 생겼다. 최근에 조사를 해보니 약 1억 이상의 비용이 새고 있었다. 긴급하게 7월말 TF팀을 만들어 구멍막기 운동에 들어갔다. 경비만이 구멍이 아니다. 신상품이나 상품을 무리하게 구입하는 것도 물새는 곳이다. 과다한 상품구매로 창고에 부담을 주고 또 자금에 부담을 준다. 그러니 시스템으로 체크하며 잘 감독해야 한다. 잠시라도 관리가 늦거나 안 돼 버리면 금세 포탄 맞은 군함처럼 된다.

 

세심히 관리하면 결실을 본다


제궤의혈(堤潰蟻穴), 한비자에 나오는 말로 ‘개미굴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버릴 수 있으니 작은 것도 소홀히 대하면 안 된다. 천하의 큰일은 사소한 데서 비롯됨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이란 규모가 커질수록 더 잘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 운전으로 치면 사각지대와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전산시스템이 개선되면 업무효과가 높아진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물새는 곳을 찾기 위한 기초자료는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 전산시스템에 고도의 기술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방수가 된다. 
회사가 흔들리지 않고 탄탄하려면 주인이 곳곳을 잘 살펴야 한다. 움직이자, 살피자!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전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물새는 곳까지 메우면 불황쯤이야 넘을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세심하게 관리하려면 힘이 든다. 힘이 든 만큼 결실을 보는 가을이 될 것이다. 모든 병사를 살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배의 구멍을 막던 정신, 그 초심으로 이 가을 우리가 돌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