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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꿈을 그려보십시오

 

꿈을 그려보십시오

 

30년 전 논문… 내가 걷게 될 길 예견


책장을 정리하다 30년 전 쓴 ‘한국기계공구상의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견했다. 필자가 1989년 경북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쓴 것이다. 바쁜 와중에 논문까지 써야해서 된통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첫 장을 넘겼다.
“산업구조의 변화 및 근대화화 함께 기계공업이 성장, 발전함에 따라 공구류의 수요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공구 없이는 기계공업 등 기타 제조업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 살짝 놀랐다. 그 다음 문단은 다음과 같다.
“기계공구류의 유통과정을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기계공구 종합상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논문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 나의 지난 30년간 사업은 논문 속 많은 과제들을 이루는 시간이었구나 싶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미래예견서 같다 할까. 당시 기록을 해두고 생각을 정리한 게 사업을 발전시키는 힘이 됐다. 참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당시는 무역도 하지 않았고 전산도 되지 않았다. 카탈로그도 없었다. 부가가치세도 정립되지 않아 일정규모 이상 사업하기 힘들었다. 인간의 뇌는 곤란을 느끼지 않는 한 지혜를 내지 않는다 했다. 끝없는 곤란과 어려움이 생겨 이렇게 하면 좋을까 저렇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던 수많이 날들이 있었다.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도 만들고 창조와 개선도 이뤄졌던 것 같다. 돌아보면 공구업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내가 사업을 해온 과정이었다. 이 논문은 당시 직원 수 50여명의 필자입장에서 고민했던 내용이라 지금의 공구상 독자들에게 더 적합한 내용이 아닐까 한다. 원문은 분량상 다 싣기 어려워 요약해 소개코자 한다. 


■기계공구상의 발달과정
우리나라는 1970년까지 경공업분야가 성장되어 왔기 때문에 공구공업은 황무지였다. 그때까지는 대부분 공구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1972년 3차 5개년계획부터 중화학공업으로 개편되었다. 업계는 이에 힘입어 영세
하나마 공구류의 국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1975년 9월 5일 한국기계 공구상 연합회가 발족돼 아래 세 가지를 결의했다. 
  ① 국가시책에 호응하여 기계공업발전에 헌신노력하고
  ② 일치단결하여 국산기계공구를 우선적으로 판매하고
  ③ 상호 협동하여 명랑한 거래질서를 확립하자


■기계공구류의 유통과정 
공구업계의 유통질서와 가격질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특별한 형상을 띈다. 기계공구류는 작업, 절삭, 측정, 전동, 공작기계, 공작용기기, 유압공기압기기, 공기공구 건설기계, 운반하역기계, 전동장치용품, 용접기구 등으로 나눠진다. 운영방식에 따라 소매상, 납품상, 소매 및 납품상, 도매상으로 나눠지고, 수요자 유형을 보면 공장산업용, 가내공업용, 가정용, 건설현장용, 학생실습용, 자동차장비용, 농업기계 장비용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품 전문 도매상은 수도권지역에서 성립이 가능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다품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종합상사가 필요하다. 

■발전방안
종합상사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생산공장에서 지방에 직접 공급하기 어렵고, 당시는 약속어음이 많아서 지불상의 어려움도 있었다. 또, 공구상은 현지사정을 잘 알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품종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방고객들은 소량 다품종 구매를 많이 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종합상사가 확보되어야 한다. 즉, 생산공장의 입장과 수요자의 입장을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는 종합상사가 필요하다. 종합상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과 현실의 문제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전문 지식이 갖춘 인력이 부족하고
  ② 대규모 자본과 제반시설이 필요한 점
  ③ 구입선과 대리점 특약점의 관계 정립 필요
단, 종합상사는 유통질서상 직접적으로 일반고객에게 소매 및 납품을 해서는 안되고, 상품재고를 적절히 유지하여 안정적 공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관련 정보도 신속하게 전해야 하고, 좋은 상품에 집중하고 과도한 가격경쟁을 해서는 안된다. 
 

*경북대 최고경영자과정 논문 ‘한국기계공구상의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최영수 著, 1989)’ 발췌 요약


 

포기하지 마라


지난 논문을 보면서 그때 이런 과정을 소상히 연구하고 또 정리해두었던 것이 참 잘하였다고 본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때 준비하고 연구했기 때문에 한국에도 규모와 체계를 갖춘 공구유통기업이 생겨날 수 있었지 싶다. 사업하시는 사장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머릿속 많은 생각들을 그냥 생각으로만 두면 금세 없어지고 만다. 하지만 현실로 이루는 방법은 바로 기록이다. 당시 논문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30년 후 이만큼 해내지 않았을까. 물론 기록한 것은 필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글로는 수영을 배울 수 없고 물속에서야 수영을 터득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또 실행하다 보면 현실과 안맞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한두 번 해보고 안 된다고 그만두면 안 된다. 지속적으로 개선해가면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끈기는 두뇌 가문 인맥보다 더 중요하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해낼 확률이 1/100이라고 치자. 그 일을 100번 할 의지가 있으면 결국을 해내게 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베이브 루스-

 

기록하고 행동하면 이뤄진다


근간에 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공구공장과 유통시장에 가서 견학을 한다. 특히 중국의 공구공업은 많이 발전했지만 유통분야는 30년 전에 비해 크게 변화하지 못한 것을 본다. 반면 한국의 공구유통업은 많이 발전해 왔다. 경북대 경영학과 허문구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한국의 공구업에서 종합상사의 출현은 외국의 우수 시스템을 가진 회사들이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현실에서 마치 방파제 같은 역할을 했다”라고 평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보람도 느껴지고 책임감도 들었다.
올해도 반이 지나갔다. 사업에서 하고자 하는 것을 세세한 행동강령까지 포함해 기록해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적으면 꿈이 되고, 실행으로 옮기면 역사가 된다. 30년 후 타임캡슐처럼 열어보면 필자처럼 기록과 발자취가 맞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그려보는 6월이 되시길 바란다. 지금 고민하는 것과 이루고자 하는 걸 적고 행동으로 옮기면 언젠가는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