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타이완의 변화
타이완의 변화
대만은 한물 갔다?
중국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고 규모 큰 기업이 많아지면서 아마 가장 영향을 받은 것은 대만이 아니었나한다. 사람들은 이제 대만은 한 물 갔다,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많이들 예상했다.지난 주 필자는 대만을 다녀왔다. 2년 만에 모처럼 간 길이었기에 일주일간 머물며 10여개 기업을 방문했다.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중국에 가려 보지 못했던 사실들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대만에는 공구를 생산하는 기업이 약 2,000여개가 있다. 규모가 300~400명 되는 기업도 있지만 적게는 5명 정도의 작은 기업도 있다. 국제공구전시회가 열리는 독일 쾰른에 가면 대만에서 참가하는 업체가 무려 400개가 된다. 중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 기업이 20여개 참가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대만 업체의 수준 이나 활동역량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30% 가볍고 20% 힘이 더 센 공구개발
필자는 이번 방문에서 직접 눈으로 대만의 모든 기업들이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공구를 생산하는 KP사는 40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한다. 공장내부에 들어가면 첨단자동기계가 즐비하다. 에어공구 안에 들어가는 엔빌을 가공할 때는 약 20여회의 공정처리를 거쳐야 하는데, KP사는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여 한번에 처리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이전보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품질까지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무게도 30% 줄어들고 파워는 20% 강해진 에어임팩 렌치를 선보였다. 전시실에는 새로운 제품만 무려 20여 가지 이상 놓여있고, 세계적인 회사에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들려주었다. 에어공구 분야는 이전에는 일본회사가 우위였다. 하지만 이 대만의 KP사가 최고의 시설과 규모로 품질을 선도하고 있음을 필자는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을 어떻게 이길까 연구하다
다음에 방문한 회사는 올프로(AllPro)였다. 이 회사는 함석가위 분야에서 세계 1위이다. 그런데 이번엔 힘이 30%나 적게 들어가는 새로운 항공가위를 개발했다. 세계각국으로부터 주문이쇄도하고 있다며, 주문을 다 감당하지 못한다고 자랑 겸 엄살을 늘어놓았다. “중국 등에서 우리와 비슷한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다 30% 힘이 덜 들어가는 가위를 개발해 특허를 받게 됐다”고 올프로측은 설명했다. 가위 뿐만 아니라 크게 벌어지는 케이블 카터와 미니 항공가위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도 들려주었다.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 중국의 성장이라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니 연구와 개발을 하게 된 듯하다.130여명의 종업원이 자동화 처리된 기계에서 전세계로 나가는 항공가위를 만드는 모습을 보니 보는 내가 다 뿌듯할 정도였다. 아시안퍼스트(Asian First)사는 블랙다이아몬드(Black Diamond)라는 새로운 고품질의 동배관 공구를 개발했다. 이 역시 국제특허품이다. 동배관 캇타에 스프링 장치를 하여 일정한 힘이 작동하면 누구라도 전문가 이상으로 동배관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무려 일본 6개 업체에 공급하고 있었고 유럽 미국 등에서도 주문이 빗발치고 있었다. 이로 인해서 옛날공장보다 세 배나 더 큰 공장을 지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소켓렌치로 유명한 지니어스 사는 자동창고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소켓의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자동창고를 사용하면서 그 효율성이나 관리성이 높아지게 됐는데, 이것을 다시 사업화 시킨 것이다. 이제는 타이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자동창고 사업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틈새시장 노려 제품개발
세계시장에서 찾는 대만제품들
이외에도, UDT마그드릴을 생산하는 AGP사는 틈새시장을 노리기로 유명하다. 틈새시장 전략이란 너무 큰 브랜드에 바로 대응하기보다 큰 브랜드 기업이 하기 어려운 시장에 들어가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보쉬나 마끼다가 하는 상품에는 절대로 안들어 간다고 한다. 2년 전엔 공장크기가 1,000여 평이 채 안되었는데 이번에 보니 2만5,000평의 최신식 기계설비를 갖춘 공장을 세워 두었다. 세계유수의 기업들, 특히 일본 미국 유럽의 제품들을 줄지어 OEM 생산을 하고 있었다.
스마토 기어렌치를 생산하는 인파사는 대만에 350명, 중국에400명의 종업원을 둔 최첨단 시설의 스패너 전문회사이다. 새로 만든 제품은 두 종류의 스패너렌치로 56종류까지의 모든 볼트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스패너렌치만 있으면 자동차를 수리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현재 미국으로부터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대만에는 일본의 유명 공구기업들이 많이 오고 있다. 일본 내 높은 임금 때문에, 또 한국처럼 3D를 피하는 현상이 일본 내에서도 생겨나 묵묵히 일하는 대만사람들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대만에게 기회가 된다. 대만은 이 기회를 살려 변 노력하며 대만만의 경쟁력을 잘 찾아가고 있는 듯했다.
변화 노력하는 타이완
공구업계의 보물섬
대만 방문으로 인해 느낀 것을 정리하다 보니 어쩜 이글은 우리 회사와 나 자신의 내부를 열어놓고 쓰는 글이 됐다. 그만큼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감 없이 적었다. 정말이지 대만방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끊임없이 변화 노력하는 대만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많은것 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대만을 다시 보고 새롭게 보자 말하고 싶다.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변화가 올 때 포기하느냐, 아님 새로운 방법을 찾느냐가 관건이었다면 대만은 참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모두가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고 이전보다 나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따라서 필자는 대만을 공구업계의 ‘보물섬’이라 칭하고 싶다. 대만공구업계가 계속 연구하고 개발해간다면 분명 새롭고 또 더 나은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