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중략)…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詩 -
그때 더 잘할 걸
지난 연말 17년간 맡았던 교회 장로직을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홀가분하더니 이제는 그때가 너무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기도 준비하느라 시간도 들였고, 교회 각 부서에서 이런 일 해주세요 저런 일 해주세요 하며 독촉하던 사람들도 뚝 끊겼다. 이제는 아무도 부탁을 하지 않는다.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직도 그만두었다. 15년 동안 5선 위원하며 상공회의소의 많은 일들을 했는데, 이것 역시도 뚝 끊긴 느낌이다. 몇박며칠 세미나며 모임으로 분주했던 시절, 가끔은 그때가 그립다. 그때 더 잘할 걸,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2012년부터 맡았던 대구시새마을회장직도 올해 초 내려놓았다. 행사며 사업의 규모가 커 ‘이거 해 내겠나’하던 일도 수천 명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함성과 박수 속에서 치러냈다.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등지서 봉사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했던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나라사랑하는 마음에 백두산에 올라 가슴 부풀었던 순간도 잊혀지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회사관련 불만글들이 올랐다. 극기훈련을 막아달라는 내용, 또 월간지 강매라는 지적들이 있었다. 한 달 동안 정말 힘들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느껴지는 글들도 많았다. 처음에는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보면서 ‘내가 좀 더 잘할 걸’하는 생각에 닿았다. 내가 잘해보려고 했던 일들이 남들에게는 부담과 피해를 주었구나 싶었다. 내 주관으로 한 말과 행동이 혹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진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직원과 거래처를 좀 더 챙기고 더 아껴야겠다 생각했다. ‘욕을 먹어도 싸다’라고 생각하니 억울하던 마음이 가시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보였다. 지금 여기서 무얼 할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나에게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 사람이며 사회 모든 것이 바뀌는 게 보인다. 전에는 어디가든 나이가 제일 아래였는데 이젠 어딜 가든 제일 위이다. 비슷한 연배가 없어진다 할까. 회사일도 아들에게 점점 위임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옛날의 아름다움도 떠올리게 된다. 그때 그 순간이 가장 소중했음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런데 말이다, 역으로 보면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최고로 소중하다는 것 아니겠나.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리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 릴케 詩 -
가장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
지난주엔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리는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에 대구시육상연맹 회장으로 다녀왔다. 올해 초 받은 심혈관 수술 때문에 의사와 가족 모두 나의 달리기를 말렸다. 9월 9일 아침 9시 10분, 출발선에 섰다. 다 달려보자 마음먹었다. 완주를 했다. 태극기를 몸에 감았다. 지금 이 순간 아니면 뛰지 못할 일 아닌가. 수술에서 일어나 6개월 만에 유럽대륙의 끝 스페인 말라가에서 10Km를 완주했다. 정녕 가슴이 뛰었다. 나이 먹고 뒤로 물러난 내가 아닌 청년 최영수가 뛴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살아야지, 현재를 즐겨야지, 더 사랑해야지. 더 나누어야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지금 하는 일, 마음먹은 일, 너무 미뤄서는 안 된다. 가장 아름다운 이 순간에 우린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나고 나서 그때가 타이밍이었다, 그때가 좋았다 해봤자 소용없다. 지금 이 순간, 달리고 느끼고 한껏 해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 있지. 인생은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