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보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자
나보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자
일본총리가 79세 CEO 찾아간 이유
2010년 일본국적기인 JAL이 파산위험에 처했다. 일본 정부에서는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지원해봤자 깨진 독에 물 붓기였다. 일본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는 JAL을 구할 경영자를 찾아 나섰다.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당시 79세의 노(老)회장이었다.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나이도 많고 힘에 부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 경영의 3대 신이자, 경영철학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제 와서 다 쓰러진 JAL를 맡는 건 독배를 마시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JAL의 파산으로 5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생계와 미래가 암울해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그는 안주에 빠진 임원들을 교체하고 그의 전매특허인 현장중심 독립채산제 즉,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취임 1년 2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고 2년 8개월 만에 주식시장에 재상장시키는 결과를 냈다.
나는 여기서 여든이 다 된 회장을 찾아나선 일본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갔다. 현재 있는 사람으로 잘해보겠다고 아무리 노력한들 답이 나왔을까.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나서는 일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첫번째 접근법이다.
오일작기 수리기술을 배우자
내가 공구상을 처음 시작할 당시,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은 공구상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시대적으로 가서 배울만한 공구상도 별로 없었지만, 그 많은 품목과 기술, 지식을 공구상 근무를 하며 배웠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래서 더 잘하는 사람을 찾아가 배우자 생각했다.
맨 처음 한 일은 오일작기 수리였다. 기술과 지식이 부족해 제대로 되지 못했고 잘못 수리한 오일작기로 인해 많은 손해를 입히기도 했다. 그래서 오일작기 수리하는 곳에 가서 ‘좀 배우자’ 간청했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직접 해보기도 했다. 보는 것과 해보는 것은 실제로 엄청나게 차이 났다. 내 기술로만은 안되겠다 싶어 작기수리 전문가를 스카우트했다. 정대용 씨라는 분을 모셔 수리법을 강화하고 나도 기술자에게 한수 배웠다. 혼자서만 다 하겠다고 했으면 수리불량으로 호되게 당하기만 했을 것이다.
IMF가 오기 전쯤이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영업관리가 잘 안되었다. 규모가 작을 때는 대충 적당히 하였지만, 규모가 커지니 여태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한계가 왔다. 당시 어음발행이 많았고 또 보증관리가 안되었던 때였다. 그때 이 분야에서는 세신실업이 가장 잘하고 있었다. 당시 세신에 근무하던 윤종만 씨에게 ‘우리 회사 체계가 없다. 좀 도와주세요’ 요청을 했다. 그는 외상관리부분(한도금액관리와 보증관리, 채권관리)에서 1년간 온 힘을 쏟아서 문제를 잡아내 시스템을 바꾸었다. 그리고 1년 후 1997년 11월 IMF가 터졌다. 당시에 부도도 많았고 파산도 많았지만 그때 윤종만 전무가 오지 않았더라면 IMF때 회사가 견뎌내었을지 의문이다.
고수를 찾아라
뭐든 자기보다 한수 높은 사람과 만나며 배움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사장인데’ 하며 거만해지는 순간 망조가 드는 것을 이 업계에서 숱하게 봤다. 사람은 지위가 올라가면 만만한 사람만 부리려는 경향이 있다. 나보다 못해야 일 시키기가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한수 낮은 사람으로만 회사를 채우면 회사는 발전은커녕 퇴보하기 일쑤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한 경기를 뛰어봐야 나의 장단점이 보이고, 고수의 노하우가 느껴진다. 매일 동네축구만 하면 실력이 늘지 않지만 월드컵에 나가봐야 세계무대 실력을 안다. 어릴 적 여름방학 때 바둑을 배웠는데, 자꾸 선생님과 대적하다보니 나중엔 선생님을 이겨버렸다. 동네에서 제일 바둑을 잘 두는 아이가 됐다. 동수나 하수하고 두면 실력이 올라가지 못한다. 그 뒤로 사업을 하면서 나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그러다보니 실력이 늘 제자리였다. 그러다 약 3년 전 서봉수 9단과 바둑을 둘 기회가 있었다. 물론 처음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수의 비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5단을 인증 받으며 그때 다시 바둑실력이 훌쩍 자랐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두면 꼼수만 늘고 나보다 나은 사람과 둬야 실력이 자란다.
지금 다시 시작해도 자신 있는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찾는 데 있어 하나의 원칙이 있다. 지위고하를 가리지 말며 현장으로 내려가기를 서슴지 않아야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지금이라도 라면가게를 하더라도 성공시킬 자신이 있다 했다.
“누군가 제게 지금 당장 직원 몇 명만 데리고 라면가게를 차리라고 한다면 저는 훌륭히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라면가게를 낸다면 우선 1~2년 간은 맛있거나 소문난 가게를 돌며 일을 시켜 달라고 할 것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설거지든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면서 죽기 살기로 주방장 솜씨를 눈으로 보고 익힙니다. 한 달이 지나면 다른 가게로 옮겨 또 보고 익힙니다. 열 곳 정도 돌고난 뒤 어떻게 맛을 내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감을 잡았다면 임대료가 싼 점포 하나를 빌려 열심히 라면을 만들면 됩니다.”
지금 내게 1971년 행상으로 시작했던 그 초심이 남아있는가 생각해본다. 오일작기 수리공에게 한 기술 가르쳐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던 그 열정을 지금도 가져야 한다. 배움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 경영자에게는 꼭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이번 달 우리회사 경영지침은 ‘나보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자’이다. 공구상 경영하시는 사장님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잘 운영하시는 분, 좋은 경영을 하시는 분, 진열뿐 아니라 새로운 전략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를 찾아 배워보자. 어렵고 힘든 공구업이지만 훨씬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배워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