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불황이 장기적으로 온다는데
인사말이 ‘요즘 힘드시죠?’
지난해 10월부터 불황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더니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가 벌써 일곱 달째다. 우리 회사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매출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안 좋다. 잘된다는 사람은 별로 없고 ‘요즘 힘드시죠?’라는 말이 공구업계 인사말처럼 되어버렸다.
돌아보면 10년마다 큰 어려움이 있었다. 1997~1998년에 IMF위기를 겪었고,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가 있었다. 2018년인 지금 역시 경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예전과 좀 다르다. 미국, 일본, 중국은 오히려 경기가 회복되는데, 문제는 한국이다. 내수경기가 말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올랐다. 많은 고용주들에게 부담이다. 앞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시대가 온다고 하니 어지간히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직원 임금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다음이 근로시간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다. 공구상 하시는 분들은 밤이나 낮이나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제 그 환경이 달라지게 됐다. 문도 일찍 닫아야 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에 문 열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이런 제도를 견디지 못해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사업 확장은커녕 수비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겁이 날 수도 있다. 더 큰 불경기가 오면 어쩌나. 불황이 더 길어지면 어쩌나.
사회가 변화할 때는 거기에 맞춰라
사업의 변화는 언제나 사회변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 40년간 필자는 크고 작은 불경기를 아마도 열 번도 넘게 맞았다. 당시는 잘 맞지 않다고 느끼는 제도의 변화도 여러 번 경험했다. 1977년 7월 1일 부가가치세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이제 아무도 사업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부가세법을 가장 잘 지키는 나라가 되었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 글을 쓰는 오늘은 북한에서 핵개발을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잘 연결된다면 남북 평화통일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아무쪼록 잘 성사되기를 기도한다.
1965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수출 1억불을 달성했다. 공산품수출은 거의 없고 농·수산물, 광석, 가발 등을 모아서 이뤄낸 것이다. 1970년에는 10억불, 1977년에는 100억불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반도체 수출만 100억불을 돌파했다. 어떻게 이만큼 해낼 수 있었을까?
돌아보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가 오히려 기회였다. 역경과 고난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하였고, 우리 민족의 근면과 지혜가 발판이 되었다. 핵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 분위기를 맞이한 것처럼, 어려움과 힘듦이 있을 때 더욱더 많은 지혜와 창의를 내었고, 변화를 만들어 왔다.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 강소기업의 비결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일본 강소기업들에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창의, 집념, 변신이다.
첫째, 창의. 길을 찾아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특히 요즘은 사회가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옛 방식 그대로 고집하다가는 큰일 난다.
둘째, 집념. 혼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순간에도 집중하면 길이 보인다.
얼마 전 꿈을 꾸었는데, 내가 타고 가던 차가 빗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물에 빠지게 됐다. 이대로 도망갈까 고민하다가, 기사에게 운전대를 잘 잡고 있어라 당부하고는 아들과 나는 내려서 차를 밀었다. 온몸이 빗물에 젖었다. 꿈속이었지만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그렇게 혼신을 다해 차를 밀자 어느덧 차가 앞으로 나아가 바퀴가 땅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났다. 꿈에서도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 보거라. 한 번 더 해보니 되지 않느냐. 포기하지 않고 하면 되지 않느냐.”
늘 나의 사업은 그랬다. 포기 직전에 한 번 더 혼신을 다해 집중하니 새로운 방법이 나오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셋째, 변신이다. 사회제도 변화에 맞춰 사업해야 하는 것이 경영자의 운명이다. 불평불만 해봤자 본인만 손해다. 제도란 모두를 유익하게 하기 위해 발전한다. 사업 역시 그렇다. 모두를 유익하도록 만들기 위해 경영자는 변화해야 한다.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필자는 위의 창의, 집념, 변신 이 세 가지에 하나를 더 더하고 싶다. 바로 연구와 공부이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문맹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고, 교정하고, 재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불경기가 온다고, 또 여러 가지 제도와 현실이 어렵다고 좌절하지 말고 오히려 공부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이번에 크레텍이 만들어낸 새로운 IT 시스템도 모두 연구와 공부의 결과물이다. 내부 경영정보를 어떻게 더 소통하도록 만들까 연구하다가 LG CNS와 함께 UC(Unified Communications)를 개발했고, 고객들이 더 편리하게 주문하고 제품정보를 알 수 있도록 이마트 시스템을 개발한 신세계INC와 함께 New CTX를 개발했다. 모든 것이 어려움을 발판삼아 더 나은 극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함이다. 혹 크레텍 시스템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공개해서 알려드릴 생각도 있다. 지식과 학문이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늘 활기찬 자세로 배워간다면 불황쯤은 뚫으시리라 믿는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미래를 바라보고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