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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감사의 기도


감사의 기도


수술을 받으라고요?
 
모든 것이 풍요롭고 좋기만 할 때는 누구나 기뻐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역경이 닥쳐오면 기뻐하거나 감사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오는가 라며 원망하기 바쁘다.
지난 1월 9일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관상동맥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이라는 수술을 받아야한다 했다. 큰일 났구나 싶었다. 이제껏 건강 하나만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에 청천벽력처럼 다가왔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났고 25일 수술을 앞두고 이 글을 쓴다. 매달 칼럼을 쓸 때면 어떤 좋은 말을 해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게 할까 고민을 하는데, 이번 달은 도저히 내 몸, 내 건강 걱정밖에 들지 않아 펜이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솔직하게 내 마음과 상태를 독자들에게 드러내고 이를 통해 겪는 내 심정의 변화를 고백코자 한다.
큰 수술이라 두렵고 무섭다. 심지어 수술 중 사망확률이 2~5%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을 때는 그 숫자가 엄청 크게 느껴졌다. 수술을 확정짓고 집으로 돌아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달려왔다. 잘 나간 셈이다. 중간에 어려움이나 고초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업도 잘 됐고 사회적으로는 괜찮은 평가도 받았다. 새마을이며 상공회의소에 나가면 내 업적에 대해 큰 칭찬도 받곤 했다. 우리나라 공구분야에서 제일 잘 나갔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런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니 가슴이 답답하고 기가 막혔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기가 죽는 것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열심히 기도를 했다. 진단을 받고 열흘 뒤 주일날 새벽녘이었을 것이다. 꿈인 듯 생시인 듯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꿈속에서 ‘하나님, 저를 살려주세요’라며 계속된 기도를 했다. 빛이 보이는 듯 했다.
 
어려울 때는 감사하라
 
얼마나 기도를 열심히 했는지 반은 꿈같고 반은 생시 같았다. 그 꿈같은 기도를 통해 나한테 다가온 말이 있었다. ‘감사’. 그동안 얼마나 감사한 일이 많았고, 지금 내가 왜 감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돌아보면 칠십평생 참 잘 살았다 싶다. 어려울 때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잘 견디고 극복해왔다. 고난에 지지 않고 어떻게든 성공을 만들었다. 이만하면 감사할 일 아닌가. 1979년 5월 미군부대 물건을 취급하다 부산세관에 잡힌 나. 이대로 장사를 접는가 싶었고 뭘 해서 먹고살까 막막했는데, 그런 위기가 내게 가르침을 줬다. 정상적이지 않은 물건은 더 이상 취급하면 안된다는 평생의 기준을 세우게 됐다.
1993년, 사업이 잘 될 때였다. 새 그랜저 차도 뽑고 아주 우쭐했다. 그 차를 밟고 고속도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마주오던 차와 정면충돌했다. 고생이 심했다.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됐지만, 그 일로 ‘잘 나갈 때 조심해야한다, 자만하면 안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절실히 알게 됐다.
1997년 IMF 때도 거래처의 줄도산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이었다. 갖고 있던 적금통장을 모두 열어 부도를 막는 날이 계속됐다. 절벽에 선 기분으로 마지막 통장을 깨는 날, 거래처 부도소식이 멈추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하다보니 솟아날 구멍이 보였고 이 경험이 나를 크게 살렸다. 사업가로서 위기를 이기는 지혜와 감각을 이만큼 경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IMF의 경험 탓에 이후 사업상 어떤 어려움이 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 본다. 어려움을 통해 배운다. 고난은 감사할 일이다.
 
아프고 힘든 사람 심정 알게 돼… 이 또한 하나님의 가르침
 
사실 돌아보건대, 나의 건강상태를 지금이라도 알게 된 건 천운이다. 모르고 뒀더라면 정말 큰일이 났을 터인데, 이렇게 미리 알고 조치하게 되니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회사 시스템도 어느 정도 해두었고, 좋은 병원과 의사선생님도 만났고, 치료비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돈도 벌어두었다. 이런 상황에 감사할 뿐이다. 의료기술이 못했을 예전이었더라면 이런 병은 발견도 못했을 것이다. 의술이 발달한 시기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평상시에 좋아하던 성경구절이었는데, 내가 실제로 겪어보니 더 많이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그간 교회를 다녔고 하나님을 알고 있어 더욱 감사하다. 인간은 누구나 위험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뜬다. 그리고 자기가 실제로 겪어봐야 안다. 그 전에는 남들이 아프고 힘들다 해도 다 몰랐을지 모른다. 내가 실제로 아파보고 겪어보니, 이제부터는 병들고 아픈 사람의 심정을 더 잘 알고 그들을 도우며 살아야겠다 싶다. 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고 가르침이다.
그동안 건강하다고 자만하고 살아온 나에게 경고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 몸 관리, 음식관리 제대로 안하고 일만 했는데, 사람의 삶은 균형이 중요한 것 같다. 건강관리를 잘하며 일도 열심히 하고 남도 도우며 사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인가 깨닫게 된다. 
혹 지금 사업이나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신다면 감사의 기도를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것을 누려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알게 될 것이다. 고난이 우리를 철들게 한다. 항상 아픔 속에서 성장한 나의 지난 시간을 고백하며 오늘의 이 고난을 성장과 성숙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모두들 건강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서로에게 감사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