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각만 할 것인가,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헌혈이 필요하다!
1969년 4월 중순, 당시 나는 22살의 해군 상병이었다. 한 달여간의 출동을 마치고 진해해군기지로 돌아오자 부대원들에게 뒷갑판으로 모이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금 해병대 병사들이 월남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진해해군병원에서 치료 중인데, 피가 모자란다. 헌혈을 해 달라.”
진지한 목소리였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듯 들렸다. 그런데 생각할 새도 없이 어느 새 내 손이 번쩍 올라가 있었다. 사람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맨 처음으로 피를 뽑으니 아무래도 좀 많이 뽑아간 것 같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왕 할 것이면 가장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좋다. 피가 부족할 때 줘야지, 군인들이 죽고 나서 헌혈해봐야 소용이 없다. 필요할 때 가장 빨리 행동으로 하는 것, 나는 그걸 참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생각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생각이란 하기는 쉽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종종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사실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을 하고나면 바로 실행을 하려고 나름의 부단한 노력을 했다. 왜냐하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 많은 생각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 행동은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그때 다시 하려해도 하지 못한다. 머뭇거리면 기회를 잃고 만다. 얻는 것이든 주는 것이든 마찬가지다.
직원면접을 하면서 직원들이 왜 우리회사에 지원하는가 물었더니 우리나라에 5만원 신권이 나왔을 때 직원들에게 나눠준 일을 꼽았다. 2009년 6월에 5만원 신권이 처음 나왔고, 모두들 이 신권을 보고 싶어 했다. 나는 이 신권을 사랑하는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었다. 당시 3,000만원이 들었는데, 직원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1990년도 3월 처음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었다. 일본에 가봤지만 기회가 별로 없었다. 다시 2개월 뒤에 대만으로 갔다. 타이페이 공구전시회에서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당시 대만제품은 한국에서는 참 안 좋은 이미지였다. 한번만 쓰면 부서지는 제품이라 여겨졌고 가격은 아주 싼 공구들이었다. 그런데 대만에 가보니 두 종류가 있었다. DIY공구와 프로 공구였다. 프로 공구는 가격이 높지만 품질은 우수했다. ‘그래, 이 대만의 프로 공구를 가지고 승부를 해보자’ 싶어서 무역을 시작했다.
대만제품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하나 부러지면 두개 주겠다’하며 팔았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에 걸쳐 노력하자 점차적으로 판매가 늘었다. 성공이었다. 한번 든 생각을 직접 실행으로 밀어붙이니 역시 결과가 나왔다.
2000년부터는 다시 중국으로, 그리고 PB브랜드로 시선을 돌려 보았다. 앞서 대만의 경험이 있으므로 상품이 좋고, 마케팅을 꾸준히 한다면 이번 역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세계 공구시장의 중심이 중국이다. 세계에서 유명한 공구기업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을 해서 미국 일본 독일의 상표로 한국에 높은 가격으로 들어온다. 나 역시 이런 방식으로 한국시장을 개척했고, 중국무역과 PB브랜드를 점차 성공시키게 됐다.
행동하지 못하면 이루지 못한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말이야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또한 행동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력도 많이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끝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많은 생각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중에 모두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옮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이나 생각만 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실행에 옮긴다고 모두 되는 것이 아니다. 또 시대적인 상황에 먼저 지나간 것이 될 수 있고 또 그후에 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24일 폐막된 소치 동계올림픽의 선수들의 메달은 분명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덕분이 아닐까 싶다. 추운 겨울새벽, 이불 속에서 더 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나 그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훈련하고 더 나은 기록을 향해 움직였기 때문에 오늘날의 메달이 있었다. 김연아 선수의 그 높은 기술, 그것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을 몸으로, 연습으로 수없이 옮긴 결과이다. 이상화 선수의 스피드와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우리회사 구호가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였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바로 하고, 그리고 거창하고 큰 것보다는 작은 일부터 일단 시작하자는 뜻이다. 직원들이 책상에서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작은 데서 힌트를 찾아서 직접 행동으로 해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조그맣고, 간단하고, 쉬운 것을 해보면 다음에는 더 큰일을 할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행동하기를 두려워말고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봄,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다. 가슴을 펴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향해 행동으로 이루는 우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