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CULTURE
[여행] 지금 봉평은 하얀 메밀꽃 천국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어찌 이 이상 순수한 메밀밭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으랴. 봉평에서 대화로 이어지는 80리 밤길에서 장돌뱅이 허생원이 조선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학창시절 교과서로 읽어본 추억이 있기에 메밀꽃이라 하면 으레 봉평이 떠오른다. 봉평은 ‘가산’ 이효석의 대표적인 한국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자,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문학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 눈 감으면 여기저기 펼쳐지는 새하얀 메밀밭은 허생원에게 그 자체로 ‘낭만’이다. 봉평은 해마다 가을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메밀꽃 필 무렵의 낭만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바로 이곳에 있다.
‘2015평창효석문화제’는 9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강원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개최된다. ‘메밀꽃은 연인&사랑입니다’를 주제로 하며, 부제는 ‘그리움’이다.
축제 기간 내내 사랑하는 가족, 연인들과 함께 소설처럼 재미와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아름다운 메밀꽃밭 속에서 축제를 즐기다보면 어느덧 우리는 <메밀꽃 필 무렵> 속 주인공이 된다.
‘메밀꽃 소설존’에서는 메밀꽃밭 공간을 이효석 길, 메밀꽃 필 무렵 길, 메밀꽃 사진 길로 소테마가 구성돼 메밀꽃밭의 스토리텔링을 경험할 수 있다. 메밀꽃 오솔길을 걸으며 메밀꽃밭 그대로의 순수함을 느껴보고, 소설 속 허생원과 성처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눴던 애틋한 사랑의 장소 물레방앗간에서도 추억과 사랑을 느껴볼 수 있다. 메밀꽃밭 방송국에서는 미리 사연을 접수받아 사연신청자가 꽃밭을 들어올 때 사연 소개와 음악을 들려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영상편지를 공연 중간에 스크린을 통해 전하는 감동의 코너도 마련된다.
테마별 코스따라 축제 100% 즐기기
축제는 크게 전통체험, 자연체험, 문학체험으로 나뉜다. 우선 전통체험으로는 고장의 특산물인 메밀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맛보는 메밀음식체험, 전통민속놀이체험, 매주 토요일 문학관 마당에서 펼쳐지는 추억의 보물찾기, 나귀타기 등이 있다. 자연체험으로는 섶다리건너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2018 돌다리 건너기, 남안동 다리 아래서 뗏목을 타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뗏목체험,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그림같은 메밀꽃밭, 그리고 축제의 밤하늘을 하얀 메밀꽃밭으로 만들자는 취지의 풍등 날리기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문학체험은 이 축제의 주제이자 백미다. 축제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전국효석백일장을 비롯하여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 해설사들과 함께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장소를 함께 방문하는 출발! 문학산책, 거리에서 열리는 거리백일장, 모든 이들이 거리에 마련된 현판에 한 줄씩 시를 덧붙여 하나의 완성된 시를 만드는 함께 만드는 시마당, 그리고 준비된 복장을 대여(한 쌍 대여료: 만원)해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인 허생원과 성처녀로 분장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소설 속 인물체험 등이 있다. 옷을 대여한 커플들은 포토존과 문학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먹거리촌에서 막국수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또한 축제의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는 체험북(정가 3천원)을 이용하면 소설도 읽으면서 축제의 테마별 코스를 따라 축제를 즐길 수도 있고 메밀꽃 포토존(2천원)과 이효석 문학관(2천원)을 무료입장할 수 있다.
평창효석문화제에서는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추천하는 코스가 있다. 우선, 축제 안내소에 들러 축제 정보와 오늘의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소설체험 노트를 꼭 구매해 유료 메밀꽃밭과 이효석 문학관을 여러 번 재입장하며 축제를 100% 즐기는 방식이다. 방문객 이동 동선으로 섶다리를 건너 가장 먼저 갈 곳으로 ‘메밀꽃 소설존 1’을 입장해 소설 속 메밀꽃밭을 체험한다. 문학관인 ‘이효석 주제존’으로 가서는 작가 이효석과 그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이효석 생가와 평양에 살던 푸른집이 있는 ‘이효석 문학존’에 들려 소설 체험 노트에 있는 퀴즈 문제를 풀거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 메밀꽃밭 속 문학체험을 하면 이효석 마당을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다. 이어 봉평장 마당을 향해 가면서 ‘메밀꽃 소설존 2’에 들렸다가 섶다리가 아닌 남안교 다리를 지나 ‘봉평장 소설존’에서 농특산물을 구매한다. ‘충주집 소설존’에서는 맛있는 전통 먹거리를 즐기며 다양한 공연을 관람한다.
관람 팁으로는 매일 2시와 4시에 ‘봉평장 소설존’을 시작으로 ‘메밀꽃 소설존2’까지 6 포인트에서 이동식으로 진행되는 거리 상황극 ‘소설 속 명장면’을 따라다니며 축제장 2라운드 투어를 즐기면 또 다른 재미를 맛볼 것이다. ‘충주집 소설존’에서 진행되는 마당극 ‘메밀꽃 필 무렵’도 챙겨봐야 하며, ‘이효석 주제존’에서 실시되는 야간 프로그램까지 참여해보자. 마지막 밤 9시에 진행되는 흑백영화 ‘메밀꽃 필 무렵’까지 본다면 최고의 축제 관람이 될 것이다. 야간에 달빛에 펼쳐진 메밀꽃밭과 아침에 이슬 내린 메밀꽃밭은 평창효석문화제 최고의 장관이며, 일상의 삶이 치유되는 감성체험을 맛볼 수 있다.
봉평 축제를 맛보고 이어 봉평 여행도 즐겨보자. 1박2일로 무이예술관, 허브나라 등 연계관광도 즐기면 일석이조다.
팔석정 : 8개의 큰 바위들이 주변의 풍치와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 옆에 널찍한 바위에서 시조 한 수 읊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이효석문학관에서 약4km, 5분 거리.
평창무이예술관 : 폐교된 학교를 개조한 예술관. 운동장 가득 메밀꽃이 피어있는 입구부터 다양한 조각품과, 메밀꽃밭을 주제로 한 유화작품들과 도자기, 서예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봉평면 무이 1리 58번지. 이효석문학관에서 약4km, 5분거리.
허브나라 : 우리나라 최초의 허브 테마 관광농원. 1만여 평의 밭에 100여 종 이상의 허브를 재배하고 있으며 아기자기한 테마가든으로 꾸며져 있다. 봉평면 흥정계곡길 225. 이효석문학관에서 약 7km, 9분 거리.
봉평 달빛극장 : 배우 유인촌씨가 만든 극장으로 메밀꽃이 가장 아름답게 비춰질 때의 달빛을 따서 달빛극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하늘공원, 바람카페 무쎄띠, 연극공연장 달빛극장으로 이뤄져 있다. 봉평면 덕거리 386-2. 이효석문학관에서 약 9km, 11분 거리.
도심을 떠나 방랑객이 되고픈 현대인이여. 올 가을, 메밀꽃 핀 봉평으로 낭만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덕분인지 봉평에는 메밀로 만든 먹거리들이 많다. 메밀국수, 메밀부침, 메밀전병에서부터 메밀싹비빔밥, 메밀싹주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축제 참여음식점에서는 10%할인된 가격에 맛있는 메밀음식을 맛볼 수 있다. 효석문화제 지정숙박업소에서 축제기간에 봉평을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에게는 객실료 반값(50%할인)의 혜택이 있다.
맛집
메밀꽃필 무렵 /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길 33-13 / 033)335-4594
봉평막국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문학숲길 9 / 033)335-9622
미가연 / 강원 평창군 봉평면 기풍로 108 / 033)335-8805
풀내음 / 강원 평창군 봉평면 메밀꽃길 13 / 033)335-0034
진미식당 / 강원 평창군 봉평면 기풍로 186-3 / 033)336-5599
옛골 / 강원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404-8 / 033)336-3360
숙박
별빛펜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팔송로 208-7 / 010-5016-4181
하늘아래펜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백운동길 208-56 / 010-6305-8311
오크나인펜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봉평북로 383-9 / 010-5378-7071
설레임펜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안흥동길 85 / 010-5090-2149햇살고운아침펜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유포리 257-1 / 010-9455-9430
선녀와나무꾼펜션 / 강원 평창군 봉평면 버들개길 99 / 010-5404-1831
진행 _ 장여진 · 자료제공 _ 이효석문학선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