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LIFE & CULTURE

HISTORY

 

B.C. 2000년 아시리아 제국에서 발견된 

 

자물쇠의 역사

 

소중한 물건을 보호하고, 귀중한 정보를 감추기 위해 늘 비밀을 간직하는 자물쇠. 오늘날 자물쇠의 모습이 되기까지, 그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자.

 

 

기원전 아시리아에서 발견된 자물쇠


가장 초기 형태의 자물쇠는 기원전 2,000년 고대 제국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에서 발견되었다. 아시리아 자물쇠는 내부에 수직으로 꽂힌 세 개의 핀이 있었는데, 세 돌기를 가진 나무 열쇠를 안으로 밀어 넣어 핀을 위로 올리면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이었다. 매우 간단한 메커니즘이지만, 이것이 오늘날 기계식 잠금장치와 구조가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때의 발명이 자물쇠 역사의 큰 발판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교한 제작기술, 열쇠로 발전


아시리아의 자물쇠 기술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세계로 퍼져나가며 더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된다. 나무가 주재료였던 기존 자물쇠에 철, 은, 황동 등 다른 유형의 중금속을 사용하면서 더욱 튼튼한 내구성을 갖추게 하였다. 또한 정교해진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화된, 하지만 더 복잡해진 설계의 자물쇠가 만들어졌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열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화려해진 자물쇠 디자인


14세기에서 16세기 사이, 르네상스를 거치며 자물쇠 디자인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고딕 양식의 자물쇠에 복잡한 세부 묘사를 더하거나, 청동과 상아 등을 활용한 예술적 시도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화려함을 추구했던 귀족들은 모든 것들에 미적 가치를 더하길 바랐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자물쇠 장인들은 더욱 능숙한 세공인으로 거듭나야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복잡해진 모습과는 별개로 자물쇠의 기술적 발전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15세기 자물쇠 제조공


18세기 로버트 바론의 열쇠 혁신


자물쇠의 혁신은 18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시작에는 로버트 바론의 자물쇠가 있었다. 1778년 발명된 바론의 자물쇠는 초기 아시리아 자물쇠와 비슷한 원리를 사용했지만, 열쇠의 높이에 따라 잠금 해제가 결정되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자물쇠 홈에 열쇠를 일정 높이까지 올리지 않거나, 혹은 더 높이 들어 올리면 자물쇠가 풀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전과 비교하여 강화된 성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물쇠를 풀 수 있었기에 완전히 안전한 설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60년 만에 열린 브라마의 도전 자물쇠


1784년 영국의 발명가, 조셉 브라마가 제작한 자물쇠는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것 하나 없었지만, 당시 ‘복제로부터 안전한 최초의 자물쇠’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했다. 브라마의 자물쇠는 다양한 깊이의 틈이 있는 원통형 열쇠와 정확히 맞물려야 열렸기 때문에 열쇠를 넣는 정확한 압력과 깊이를 알아야만 해제가 가능했다. 또한 자물쇠 내부에서는 18개의 서로 다른 틀이 4억 7천만 개의 순열을 구성했기 때문에 이를 조작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웠다. 자신의 자물쇠에 자신감이 있었던 브라마는 1790년 런던 매장에 ‘도전 자물쇠’를 전시하여 이 자물쇠를 따는 사람에게 약 20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 도전은 60여 년간 깨지지 않았는데, 1851년 자물쇠 기술자인 알프레드 홉스가 51시간 만에 자물쇠 해제에 성공하며 끝나게 되었다.

 

 

1817년 영국의 공모전 ‘잘못된 열쇠 거부하라’


1817년 포츠머스 조선소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보안 성능이 뛰어난 자물쇠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때 당선된 사람이 제레미야 처브이다. 처브는 4개의 레버가 내장된 자물쇠를 제작했는데 잘못된 열쇠를 사용할 경우, 자물쇠가 그 상태로 완전히 잠겨버리는 특별한 기능을 추가했다. 잠긴 자물쇠를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특수 제작된 잠금 해제 열쇠를 사용해야 했기에 원래 주인만이 최종적으로 자물쇠를 열 수 있었다. 처브의 자물쇠는 당시 획기적인 기술력으로 크게 칭찬받았지만, 브라마 자물쇠와 마찬가지로 홉스에 의해 열리게 되었다.


1861년 라이너스 예일, 단순 안전한 현대적 자물쇠 완성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자물쇠는 1861년 라이너스 예일에 의해 발명되었다. 사실 예일의 자물쇠는 아시리아에서 발견된 초기 자물쇠와 원리가 거의 유사했지만, 열쇠 형태에 변형을 주면서 큰 발전을 꾀했다. 예일은 열쇠의 가장자리를 들쭉날쭉한 톱니 모양으로 만들어 자물쇠 모양에 맞지 않으면 넣는 것 자체가 어렵게 설계하였다. 덕분에 이전까지의 자물쇠보다 더욱 단순하면서 안전한 보안성을 가지게 되었고, 열쇠는 평평하고 작은 모양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예일의 자물쇠 설계 방식은 오늘날 현대식 자물쇠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자물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유서 깊은 한국의 자물쇠 역사

 

 

우리나라 자물쇠는 백제 시대 유물에서도 출토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생활 도구로, 단순한 잠금장치를 넘어 권력과 보호, 상징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왕족과 귀족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다양한 자물쇠가 사용되었고 성문, 무기고, 곡식 창고 등 용도에 맞춰 다양한 자물쇠가 만들어졌다. 자물쇠는 기능적 가치 외에도 복과 수호,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주술적 문양이나 글귀로 장식되었고 용, 물고기, 박쥐 등 상징적 형태로도 제작되었다.

 


 

_ 권재영 / 자료참고 _ wikipedi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Science Museum Group,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