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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TRAVEL] 아임삭 김대원 대표의 걸어서 원시의 지구 속으로

 

아임삭 김대원 대표의

걸어서 원시의 지구 속으로

 

밀퍼드 사운드 & 파타고니아 트레킹

 

 

 

Dream On, 꿈을 현실로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며, 삶의 목표를 향해 나간다. 그러한 과정 중 가끔은 일탈을 꿈꾸며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슴 속에는 담고 있기도 하다. 다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머리 속에서 주저주저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뉴질랜드 출장차 계획하게 된 밀퍼드 사운드와 파타고니아에서의 트레킹.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대리점 순방 위해 뉴질랜드로 출발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대리점 순방이 계획되어 오클랜드로 떠났다. 거래한지 3년이 안된 신생 대리점이었는데 마케팅 차원에서 방문요청이 있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주문을 확대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는 유혹에 그만 약속을 하였다. 11월 7일 드디어 에어 뉴질랜드 항공에 몸을 싣고 11시간 반을 비행하여 대리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전문 공구상과 쇼핑몰이 판매처


뉴질랜드 주요 공구시장은 농민(축산업, 경작농)들을 위한 일반 공구와 자동차 서비스 그리고 건축 인테리어에 필요한 설비 및 전기배선 공구 등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전문 공구상과 쇼핑몰에서의 공구코너 등 판매 루트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특히 고급 브랜드 전문점이나 저렴한 중국산 일반공구 등 대다수가 콤보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단품은 주로 베어툴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시장과는 큰 차이점이었다. 
뉴질랜드는 27년 전 부품업체 상담차 북섬의 자연친화적인 공장방문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던 나라였으나 그 사이에 도시화로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 먼 거리인데다 인구도 약 500만명에 불과해 무역거래처로 시장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가 추천한 그 곳으로


뉴질랜드행을 결정하고 평소에 꿈꾸었던 밀퍼드 사운드와 칠레 남쪽의 파타고니아 지역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W트레킹을 계획하였다. 밀퍼드 사운드는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KBS 프로그램 <영상앨범 산>에서 보고 이번 방문 기회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곳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딸들과 여행한 영상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되는 절경으로 극찬했던 곳이다. 도전을 마음먹고 20년전 칠레 산티아고로 이민 가서 이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친구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흔쾌히 두 트레킹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얼티메이트 하이크 센터에서 출발


첫 번째 관문인 퀸스타운의 얼티메이트 하이크(Ultimate hikes) 센터에서 입산절차를 마치고 밀퍼드 사운드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시발점인 테아나우 호수까지 2시간 반을 버스로 달려갔다. 호수 선착장에서 쾌속선으로 약 90분정도 순항하면서 대자연의 웅장함을 첫인상으로 담을 수 있었다. 도착 후 육로로 20분 정도 걸어 트레킹 출발점인 글레이드 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피오르드랜드 밀퍼드 트랙을 밟다


저녁식사 전 여정안내가 있었다. 그리고 약 40여명의 동반자 그룹과 자기 소개시간을 간단하게 나누었는데,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 대만 등 다양한 열정들이 모였다. 그 중 한국에서 온 모녀가 반가워하였는데, 타국에서 한민족을 만나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그룹 중 최고 연장자는 미국에서 홀로 오신 83세 남자분으로 매부리코에 눈매가 매서웠다. 그는 7년 전에 이미 파타고니아 W트레킹을 다녀왔다고 하였다.

 

출발 3일째 매키넌 패스 정상에 오른 모습.

 

정상 오르는 동안 사계절 만나


밀퍼드 트랙은 4일간 58km를 걷는 코스다. 지역이 너무 습하여 우비를 준비하여야 되지만 걷는 상황에서는 비를 맞는 것이 편했다. 보통 개별 트레킹과 가이드 워크로 나뉘는데, 우리는 가이드 워크를 선택하여 앞, 뒤 전후로 가이드를 받고 걸었다. 설산에서 내려오는 폭포들과 웅장한 협곡 그리고 태고의 세월이 느껴지는 숲과 나무들이 피곤함을 덜어주었다. 트레킹 코스는 하루에 7-8시간 가량 걸린다. 일정을 마치고 나면 산장에서의 아주 조그만 문명의 도움을 감사히 여기며 신발과 의류를 말린다. 내일을 준비하며 식사시간까지 그룹 동반자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원어민들과의 일상영어 대화가 쉽지 않은 언어의 벽으로 다가왔다. 빠른 스피치로 듣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즐거운 대화를 막지는 못하였다. 2일차에는 하루 종일 비와 함께 물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자연의 풍광을 보며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그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문명의 흔적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자연과 생태보호 현실에 많은 반성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출발 3일째 드디어 매키넌 패스 정상에 올랐다. 고지가 약 1,100m로 높지 않았지만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만났다. 

 

 

쉽지 않았던 흡혈파리의 공격


마지막 날은 종착점까지 긴 거리를 걸었는데, 길이 대체로 무난하였지만 잠시라도 쉬는 틈에는 여지없이 지역 특산종인 흡혈파리(Sands fly)가 무작정 달려들어서 공격하는 바람에 준비한 점심, 샌드위치와 사과 등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피곤함으로 인하여 긴장하면서도 엔지니어적인 상상력으로 이 흡혈파리를 포집하여 박멸할 기구를 스케치 해보았다. 시제품을 만들어 뉴질랜드에 수출하는 꿈을 꾸면서… 완주 후 이름까지 ‘Sands fly point’인 조그만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밀퍼드 사운드 항구까지 20여분간 운항을 시작했다. 기존 산장에 비하여 호화로운 숙소인 피크산장 호텔에 도착하고는 샤워와 와인으로 여독을 풀었다.

 

물속을 걷는 듯 빗속을 걸었다.

 

퀸스타운에서 떠올린 젊은 날의 우리들


밀퍼드 사운드 항구는 거대한 크루즈 선박이 정박하고 순항할 수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쉽게 방문하여 풍광을 감상할 수가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가는 곳마다 붐볐다. 
다음날 버스를 타고 트레킹의 관문인 퀸스타운으로 되돌아와 다운타운을 걸었는데 청년들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모습에서 젊은 날의 우리가 투영되었다. 목표를 위하여 정진하고 달려야만 했던, 그래서 여유를 몰랐던 우리들의 80, 90년대 시절을 과거로 던져버렸다. 퀸스타운은 남섬의 두 번째 도시로 우리의 작은 시골 마을 같았지만,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자연이 어우러져서 관광객이 항상 붐비는데 이곳 역시 중국 자본과 중국인에 상당한 부분을 잠식당하고 있는 듯 보였다. 

 

 

강렬한 리듬의 탱고와 함께


다음날에는 파타고니아 W트레킹을 위하여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으로 12시간 반을 비행하였다. 결코 방문하기 쉽지 않은 지구 정반대의 칠레이지만, 친구 가족의 환대로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졌다. 파타고니아 입산 예약이 여의치 않아서, 계획에 없던 5일간의 여유를 누리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했다. 한때는 5대 강국이자 부국으로 남미의 파리라 불리며 모든 나라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곳. 지금은 경제파탄으로 인한 디폴트 상태로 살인적인 인플레가 대다수 국민을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정치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과 지도력이 부족한 결과라 생각하니, 국가의 흥망성쇠가 소수의 지도자 역량과 판단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는 시스템은 보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인공지능에 수많은 사례와 결과를 딥러닝 시켜서 국가의 정책결정과 정치력을 보완하는 시대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 디너쇼.


낭만적인 고풍의 유럽식 건물들과 자존심으로 가득 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은 과거를 먹고 사는 현실 속에 안주해 있는 듯 보였다. 탱고의 강렬한 리듬과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와 같이. 우리는 현재 과거 속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미래를 찾아가고 있을까 여러 생각이 든 하루였다.

 

 

파블로 네루다 시인을 찾아서


파타고니아 W트레킹이 3일 앞으로 다가온 날, 산티아고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노벨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의 생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인이자 정치 외교관으로 살아온 그의 생애를 생각하다보니, 젊은 시절 사랑과 철학적인 언어에 대한 새로움으로 가득 찬 그의 시를 읽었던 기억이 되돌아왔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내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 ’질문의 시‘ 중에서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에서 왔는지 

- ’시가 내게로 왔다‘ 중에서

 

지금도 가끔은 시가 나에게 왔으면 한다. 젊은 날의 내가 내속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세월이 데려가 버렸는지. 

 


 

 

파타고니아 W트레킹 시작


파타고니아 W트레킹은 ’푸에르토 나탈레스‘라는 관문에서 시작되는데, 칠레 산티아고에서 또 약 3시간 반을 날아가야만 된다. 작은 공항이지만 멀리 설산이 보이고 남극에서 불어오는 빙하의 바람을 맞으면서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는 실감을 사진 속에 담아 보았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센트럴에서 시작하여 파이네 그란데에서 마치는 4박 5일간의 동-서 코스를 선택하였다. 트레킹은 산장 숙소와 아침, 저녁만 제공되고 가이드 없이 스스로 계획하고 이동하여야 되기 때문에 항상 루트를 체크하고 확인해야 했다. 대다수는 20~30대의 청년들로 우리들은 조금 나이가 있는 참가자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한국 청년들을 보니 반가웠고 격려의 인사도 나누었다. 산길을 매일 15~18km를 걸어야 하는 총 78km의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밀퍼드를 무사히 완주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신생대 대지의 기운을 안고


첫날은 라스 토레스(Las Torres) 봉우리까지 왕복 35km를 트레킹하였다. 칼날 같은 산 비탈길과 2,000m 이상의 봉우리들은 나의 관절을 괴롭게 하였지만, 정상의 세 봉우리와 에메랄드 빛깔의 빙하호수는 모든 어려움을 보상하고도 남을 풍경이었다. 웅장함으로 압도하는 신생대 대지의 기운이 빙하의 바람에 실려와 투명한 시간이 되어 수만년 전 지구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듯 귓속을 맴돌았다.  
둘째 날은 왼쪽 무릎 관절에 이상을 느껴 보호차원에서 산장에서 쉬기로 하였지만 열악한 숙소환경 탓에 온수가 준비되지 않아 찬물에 샤워를 하고 빙하수가 녹아 든 호수 주변을 가볍게 조깅하였다. 뉴질랜드와 대비되는 시스템에 아쉬움을 느끼며 국가의 위상에 따라 좌우된다는 걸 실감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은 예정대로 무사히 걷고 걸어서 종착점인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잘 도착하여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릴 수 있었다.

 

위기는 언제나 예고없이 닥친다


그러나 출발시간이 되어도 읍내숙소로 우리를 데려갈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운항할 페리가 오지 않았다. 관리자에게 물으니 쌍발엔진으로 움직이는 배의 엔진 하나가 문제가 생겨 운항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하였다. 복잡하고 좁은 실내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함에 화가 치밀었다. 우리 일정이 다음날 산티아고행 비행기에 이어 곧바로 귀국행을 위한 오클랜드행 비행기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계획이 틀어지면 티켓이 무효화될뿐더러 추가될 시간과 경비를 생각하니 답답해져 강하게 항의를 하였다. 헬기라도 띠우라고 소리를 쳤으나 본인들의 소관이 아니라고만 대답하는 매니저의 한심한 대응에 더욱 답답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설상가상 모든 인터넷도 막아놓은 상태였다. 연결하려면 신용카드로 등록 연결을 해야 하나 시도하여도 연결이 안 되어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같은 처지에 놓인 13명의 외국인 그룹과 계속적인 항의를 통하여 버스가 운행될 수 있는 호수 건너 포인트에 다음날 9시까지 미니버스를 배치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복도에 침낭을 깔고 잠시 쉬었던 그 시간들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국가의 위상은 작은 것에서부터


산장에 여분의 방이 없어서 복도에 침낭을 깔고 약 3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새벽 3시에 캄캄한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버스가 도착할 예정인 장소는 약 19.8km의 거리로 대략 5시간 반이 걸릴 예정이라 일찍 출발하였다. 
트레킹 중에 만난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젊은 남녀 커플이 가이드 역할을 해주어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5시간 만인 8시 20분에 포인트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려 머리가 멍한 채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결국 그 중 3명이 낙오하였으나 버스는 예정대로 9시에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국가의 위상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느껴진다. 이번 여행에서 소소하지만 중요한 시스템의 차이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었다. 또한 극한의 환경에 처하면 무한한 추진력과 내면의 힘이 솟구쳐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입증할 수 있었다. 

 

더 풍요로워질 시간을 기대하며


여행은 마음을 살찌우기도 하지만 내면의 정신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책 속에서 생각으로만 알고 있던 진리에 더하여, 시간과 자연 그리고 우리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있는 진실을 보여준다. 꿈꾸었던,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유와 모순된 합리화로 주저하고 있었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보니, 꿈만 같았던 시간들이 나의 미래를 더욱더 풍족하게 만들어줄 기억이 되었다. 
오늘은 에어로스미스의 ’Dream on‘을 들으며 게으름을 불러와야겠다.

 

 


 

글·사진 _ 아임삭 김대원 대표이사 / 진행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