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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ISSUE]

 

재개발 아닌 문화유산 기록으로 숭의공구상가 보고서

 

인천 문화단체가 시도한 리서치 프로젝트 숭의공구상가 정보가 한 권의 책으로

 


숭의공구상가는 한 때 인천의 대표적인 공구유통상가로 여겨진다. 구도심에 위치한 이곳은 현재 조금씩 조금씩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을 아쉬워하는 문화단체 ‘스페이스 빔’이 예술가들과 함께 숭의공구상가의 역사와 현재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비영리 대안 문화 예술 활동 단체 ‘스페이스 빔’이 1년 동안 인천 ‘숭의공구상가’를 조사한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시민의 힘으로 기록한 공구거리 이야기

 


지난 2월 문화 커뮤니티 ‘스페이스 빔’은 ‘숭의공구상가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스페이스 빔’은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대안 문화 예술 활동 단체다.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이곳은 수 십 명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공공성, 지역성, 자율성을 모토로 인천지역 도시문화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를 만나 ‘숭의공구상가’를 조사하고 기록해 책으로 만든 이유와 과정을 들어보았다.

 


“도시의 골목 골목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어 삶과 역사를 이룬 공간입니다. 그곳을 이익만 보고 무작정 허물고 아파트나 빌딩 세우는 것에는 반대하죠. 그래서 저희는 2012년부터 인천 배다리 마을을 거점으로 한 ‘배다리 도시학교’를 개교했습니다. 무분별한 재개발에 문제의식을 가진 지역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논의를 하고 현장탐방 및 도시혁신을 위한 실험을 해왔죠. 그것에 대한 연속선상에서 2021년에는 인천 미추홀구 소재의 숭의공구상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화려했던 과거를 다시 정리해 기록하고 도심 속 공구 제작, 유통업체가 만든 생태계를 기록하면서 이곳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스페이스 빔은 전시와 문화 기획, 작가 지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연구 및 개발, 출판, 도시정책 개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예술적 활동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역의 현안과 이슈도 예술적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숭의공구상가 보고서다.

 

 

1950년대 미군부대 나온 물건, 소매위주 특성


숭의공구상가는 1960년대 말부터 인천 구도심의 철물 공구상들이 상가 건물을 지어 이전하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인천지역 6개 대로가 교차하는 숭의로터리는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로의 종점이다. 이곳 근처에는 가로 세로 각각 250미터 넓이의 사다리꼴 모양의 구역에 상가 300여 곳이 밀집해 있다. 공구 유통, 제작, 가공, 고물상, 자동차 및 인쇄 관련 업체 등 산업과 기계 관련 업종 업체들이 모여 숭의공구상가가 만들어졌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숭의공구상가는 1960년대 인근에 위치했던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 고물을 재활용해 판매하는 고물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는 대구 북성로와 비슷합니다. 1950년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낡은 부품과 공구가 집중되면서 대구 북성로에 공구거리가 형성된 것과 비슷하죠. 숭의공구상가거리 근처에 미군부대가 있어 그곳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초기 공구상가의 주요한 판매 물품이었다더군요. 숭의공구상가를 이야기 할 때 송림공구상가의 언급도 빠지지 않는데요. 1970, 80년대는 숭의공구상가에 많은 업체들이 있었고 인천지역의 손꼽히는 공구거리였습니다. 그런데 1997년 송림공구상가가 준공되면서 이곳에 있던 많은 업체들이 그곳으로 이전 했고 사람들의 발길도 줄어들기 시작했죠. 현재 인천 송림공구상가는 도매 위주, 숭의공구상가는 소매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숭의공구상가는 공구유통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반과 밀링을 활용한 다양한 정밀가공업체들이 존재한다. 더불어 공구거리에는 상인들이 이용하는 편의시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지혜와 아이디어 담긴 도시상공인의 공간


숭의공구상가 조사결과보고서는 민운기 대표 혼자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여러 인천 시민들의 협조와 노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인천 지역 내외의 전문 연구자와 활동가로 이루어진 조사위원과 보조위원, 자문, 협력 위원 체계로 진행했으며 숭의공구상가 번영회의 협조도 받았다.

 

숭의공구상가 오픈캠프를 만들어 그동안의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숭의공구상가 일대의 역사부터 시작해 통계와 지도로 숭의공구상가를 조사해보았습니다. 이곳에는 제작가공, 수리판매, 도소매유통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보고서에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도시상공인의 지혜와 아이디어도 주목했죠. 보고서에는 다양한 상인들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우리의 조사가 어려웠던 것은 관련 자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공구거리의 형성 및 변화와 관련된 신문기사 한 줄도 찾기 어려웠죠. 결국 직접 상인 한분 한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작업이나 운영형태 등을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모습과 흐름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2021년 코로나19 감염 확산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단계별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숭의공구상가조사도 진행과 중단을 반복해야 했다. 그렇게 다수의 인력이 힘들게 취재 및 조사를 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공구상가의 역사를 수집 정리한 보고서는 찾기 어렵다. 숭의공구상가 조사결과보고서는 공구인에게는 귀한 자료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