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LIFE & CULTURE

[도서] 불황시대 생존전략



불황에는 집 사야 돼? 팔아야 해?
 
우석훈의 ‘불황10년생존전략


세계는 지금 역사상 가장 긴 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 지금의 불황은 예전과 같은 실업과 폭동이 생기는 불황이 아니라, 3% 이하의 저성장형 불황을 말한다. 그러니 중간에 조금 좋아졌다 나빠졌다가를 반복할 뿐 전체적으로 보면 여지없이 불황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이 책을 냈다. 제목은 '불황 10년'. 앞으로의 10년간을 불황기로 보고 어떻게 생존해갈지를 적고 있다.
 
글 _ 이희문


그래도 집은 있어야겠죠?
 
“집, 이제 재미없다. 팔아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인수위 쪽 인사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집값이 딱 물가상승률만큼만 움직이게 하는 겁니다. 더 낮게도 말고, 더 높게도 말고, 딱 그정도만"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있으면 일단 집을 사두자 생각하기 마련이다. 월세는 달달이 돈을 내야하고 전세도 녹록치 않다. 때문에 보금자리, 가족의 보금자리는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년간 주택대출을 갚았다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는 아파트의 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이 뛰어왔다. '재건축'이라는 변수 때문에 전형적인 투기 국면이 이어져 온 것이다. 하지만 불황 10년의 의미는 그게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박근혜정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인플레이션 비율만큼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실현할 수단이 별로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아파트도 감가상각(고정자산의 가치감소, 자동차를 타면 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원리라 생각하면 쉽다.)을 피할 수 없으므로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월세로 살아라”
 
전세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한다. 1970년대부터 건설경기 호황과 맞물리면서 투자의 가치로 주택이 호황을 누리자 정부와 건설사들이 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하는 제도를 권유하는 것으로, 그렇게 건설의 호황이 어어져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는 전형적으로 개발 도상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십년이 지나고 이제는 월세가 전세를 추월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전세에서 월세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집값이 내려가도 월세는 내려간다. 또 새 집을 더 많이 짓고 그걸 사서 임대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도 월세는 내려간다. 하지만, 앞서 나온것처럼 정부가 물가상승률에 맞춰 집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면, 월세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월세 사느니 빚내서라도 집 사라는 게 기본적인 정부 입장이니까 사실상 월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란게 나오질 않는다.
그럼 얼마나 월세에 살아야 되나. 우리보다 한 발 앞서서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간의 장기 불황인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의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의 상당부분은 월세를 사는 방식으로 불황 20년을 버텨왔다. 전세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월세는 기본적으로 '집'을 보유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는 전략이다. 매달 나가는 월세 비용에 속이 쓰릴지라도, 위험을 회피하는 비용이라 생각하자.

“사기보다 팔기가 어려워지는 집”
 
또 한가지. 일본을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점점 집을 사는 것이나 대출을 갚는 것 보다도, 파는 게 더 힘든 시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아파트는 현금과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나, 이제는 이런 사실을 염두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 보는 일이 벌어진다.


목돈 마련 방법은?
 
“고위험 펀드보다 무조건 은행저축으로”
 
'불황'은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할 수도 있고, 또는 회사 자체가 월급을 줄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호황기에는 그 달 벌어서 그 달 생활한다고는 하지만, 불황기는 다르다.
우선 재테크를 시작하기 전 '시드머니(Seed money)'라 불리는 돈은 일단 모아서 목돈을 만든 다음 은행이든 농협이든 가져다 줘야 한다. 그리고 시드머니의 액수는 1년 생활비라 생각하면 기준을 잡기가 쉽다. 그럼 1년치 생활비는 어떻게 모을까? 많은 변수들이 있겠지만, 소득의 절반을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모은다면, 딱 1년치 생활비가 된다. 나머지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들은 상황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자, 그럼 모은 1년치 생활비를 어떻게 굴려야 할까.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예금금리지만, 은행에 예치하라고 당부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사실상 이자율이 없는 제로금리에다 마이너스 금리일 때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높은 저축률을 보이고 있고 은행에 예치를 많이한다.
대학교에서 투자론을 강의를 들으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High risk, High return'이다. 위험이 높을수록 수익도 크다는 뜻이다. 반대로 하면 수익이 크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도 된다. 불황기에는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말해, 위험수준이 굉장히 높아지는 시기다. 물론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고, 파생상품의 경우 경기 흐름의 방향만 알아도 수익을 볼 수 있지만, 사실상 금융 분야의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힘든 부분이다.


회사는 항상 나가라고만 한다?
 
“정년연장은 달콤한 독약 … 대체불가 스페셜리스트 되어야”
 
책 '88만원 세대'에서, "지금의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5급 사무원 이상의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30년 전에 스웨덴에서 아바(ABBA)가 'The winnner takes it all'이라 하더니, 정말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맞다. 회사는 항상 나가라고만 했고, 앞으로도 기회만 되면 계속 나가라고 할 것이다. 자본가, 즉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비롯한 제반비용을 뺀 나머지가 이익이다. 경제학에서의 '합리적 인간'은 이기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의 월급은 최저시급이 올라가지 않는 이상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또 인건비를 제외하고서는 쉽게 줄일 수 없는 비용들이고, 따라서 불황이 오면 거의 매번 정리해고의 바람이 분다.
작년 5월 22일, 법적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바꾸는 '정년 60세 연장법'이 통과됐다. 2030년이면 한국도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고, 때문에 은퇴하지 않고 5년이나 더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괜찮은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법적으로 의무화 된다고 한들, 동네 통닭집이 갈수록 많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노동자는 퇴직금을 받을 때 근무일수와 평균임금만을 가지고 계산한다. 이 중 평균임금이란, 가장 마지막에 받은 3개월의 임금의 평균과 같다. 그렇게 되면 5년 동안 근무일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퇴직금 총액은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임금피크제는 임금수준을 하락시키는 편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정년연장 & 임금피크제를 '평생직장'과 같은 단어와 혼동하는 것은 잘못이다.
40대, 회사에서는 슬슬 나가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돈 들어갈 일은 점점 많아지는 시기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위기에 비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다. 유독 경쟁이 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는 획일화가 심하고 쏠림현상이 크기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다 같은 골인지점으로 다 같이 한 방향으로만 달린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끝에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나 '특수'라는 말이 들어가면 경쟁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의대를 가거나, 사법고시를 치라는 건 터무니 없는 소리다. 다만, 40대라면 그간 '경력관리'라는 이름으로 달려온 길을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포인트는 '스페셜'이다. 내가 다른 경쟁자들에게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하고,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특수한 부분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인지 정해서 준비해야 한다. 퇴근 후에 피곤을 외치며, 하루하루 똑같은 쳇바퀴를 돌다 보면 어느 샌가 퇴직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내 모습이 나타난다.


나쁜 교육을 계속 받아야 하나?
 
“사교육 끊고 자신의 길 찾아줘라”
 
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사교육 시장의 규모만 20조, 국가예산의 10%를 넘어가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사교육 국가로 교육열이 들끓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2011년 22조원에 육박하던 국내 사교육 시장규모가 최근 19조원대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주된 흐름을 놓고 보면, 호황 때는 비밀과외나 고액과외 혹은 기업형 대형학원 등 사교육의 전성기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경제 위기가 오기 직전까지 본고사라는 시험제도를 놓고 과외의 전성기가 한번 있었다. 2001년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결정으로 대형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에서 '메가스터디' 같은 대형화된 주식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1970년대와 2000년대, 넘쳐나는 돈을 기반으로 자식이나 잘 키워보자는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4년, 이제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이 금지되었다. 보수 우파 정부에서 이게 웬말이냐 하겠지만, 어찌됐든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줄어드는 방향으로 완화될 것이다.
'불황'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depression이나 recessio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과 같은 나쁜 의미로 사용되지만, 21세기 한국이라는 특수한 교육여건에서는 좋은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투자가 줄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교육에서만큼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불황시기에 오히려 교육만큼은 위에서 내리꽂는 교육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선진국의 모습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앉아서 해맑게 긍정하지 말고 정면 돌파로 승부”
 
스톡데일 패러독스, 역경에 처하게 됐을 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만 하고 있으면, 무너지고 만다는 '희망의 역설'을 뜻한다. 장기간의 불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잘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