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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창간 30주년 특집] 툴 애독자! 삼성하조기 장근철 대표

 

툴 16년간 모으며 공구 지식도 차곡차곡

 

삼성하조기 장근철 대표

 

2009년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TOOL을 읽고 수집하며 어느새 16년 치 공구 노하우를 쌓았다는 애독자 사장님을 만났다.

 

 

“12년 전 TOOL 한 권 찾아요”


“툴 2013년 6월호 딱 한권이 없는데, 받을 수 있나요?”


어느 날 TOOL 편집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한 독자가 자신이 수집하는 툴 잡지 중 한 권이 없어져 재고를 구한다는 연락이었다. ‘무려 12년 전의 잡지를 찾는다니!’ 그때의 잡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가물가물해진 제작진은 애독자의 연락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고에 고이 보관해둔 13년도 잡지를 꺼내며, 툴 30주년을 맞아 반가운 마음으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바로 하조기 제조업체 삼성하조기의 장근철 대표였다. 경북 경산 진량공단에 위치한 삼성하조기를 방문했다. 대표실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오른편에 세워진 하얀 서랍장이 눈에 들어왔다. 잡지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툴 전용 책장이었다.


“제가 이 업을 시작한 2009년 3월부터 책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책에 먼지 쌓일까봐 서랍장을 책장으로 만들었어요. 회사를 운영하시던 아버지께서 2009년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돌아가셔서, 저는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학업 중에 사업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임학을 전공해서 전혀 관련이 없던 분야였고, 공구라면 펜치 니퍼 망치 정도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회사로 공구사랑(현 TOOL)이라는 잡지가 오는 거예요. 매달 이 책을 보면서 공구가 산업분야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어떤 공구들이 있는지 많이 공부했습니다. 한 권이라도 없으면 안 되죠.”

 

TOOL 전용 책장에 차례대로 진열된 16년간의 잡지들.

 

업체 탐방코너에 흥미, 광고 보고 상품 주문해


장 대표는 매달 툴이 오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을 한다. 때로는 출장 떠나는 차 안에 잡지를 두고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하거나 대기하는 시간이면 책을 펼쳐든다.


“툴은 종이책으로 보는 걸 좋아해요. 종이가 잘 읽히더라고요. 사실 저희 이정호 상무님이 저보다 찐 애독자세요. 잡지가 오면 봉투도 뜯지 않고 먼저 가져가서 읽고 오시면 금세 헌 책이 되어있어요. 그 다음이 제 차례예요.”


흥미 있게 보는 기사는 공구상과 제조사 탐방 인터뷰. 의외로 도움 되는 정보는 광고와 신상품 소개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규모가 큰 회사 같은 경우에 직원들하고 소통하는 방법이라든가, 경영방식을 살펴보면서 우리도 이렇게 해볼까? 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품 광고 페이지는 일반인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공구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돼요. 광고를 보면서 전동공구 등 프로모션 하는 상품은 더 사놓을 때도 있고, 새로운 상품 소개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어요.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회사 바닥에 물이 찬 적이 있는데 툴에 나온 전기 펌프를 보고 주문해서 해결하기도 했고요. 가구 바닥이 비뚤어서 높이를 맞춰야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상무님이 가구를 쉽게 들어주는 바퀴달린 운반구가 툴에 실렸다고 알려주셔서, 구매해 유용하게 쓴 적도 있었어요.”

 

 

툴에 하조기 사용법 실렸더니 문의 없어져


그는 사무실 책장에 차례대로 꽂힌 16년간의 툴 잡지들을 보면, 회사를 운영해온 세월이 느껴지고 그 세월동안 툴이 함께한 것 같아 뿌듯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책장 세 칸을 차지할 정도로 툴이 차게 되니까 이만큼의 노하우가 쌓였구나 싶고, 잘 모아둔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져요. 이 중 2016년 6월호는 여러 권을 보관해두고 있는데, 제조사 탐방 코너에 저희회사가 실린 호예요. 2021년 9월호에는 ‘증명사진’을 콘셉트로 한 공구화보에 저희제품인 철밴드용 조임기 사진이 실렸는데, 정면에서 제품을 확대해 찍은 모습이 익숙지 않아서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는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조기는 끈 포장 작업에 쓰이는 공구로,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밴드, 철밴드 등을 조여주고 상자나 물체를 결속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용도를 알고 주문을 해도,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이면 작동이 어려울 수 있다. 그는 사용방법에 대한 구매자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툴에 하조기 사용 방법에 대한 정보가 실리고 나서는 그런 문의가 없어졌다며 신기해했다. 누구나 포털사이트에서 ‘하조기 사용 방법’을 검색하면, TOOL [현장에서] 코너에 소개된 기사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독서로 산업변화 배우고 사업에 적용


삼성하조기는 1969년 장근철 대표의 조부인 장영조 전 대표가 설립한 끈 포장공구 제조업체다. 하조기는 제조, 유통, 무역 등 물건을 싣고 이동하기 위해 결속 포장하는 모든 곳에 쓰여 그 수요가 광범위하다. 뛰어난 품질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26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최신 설비투자로 머시닝센터, CNC선반, 연삭기를 갖춰 홀가공, 연마 등을 자동화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자동포장용 공구, 밴딩 결속장치 등 하조기 관련 18개의 특허를 출원해오며 국산 전동 하조기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변화하는 산업을 책으로 배우면서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산업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툴 외에도 다양한 독서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양자컴퓨터, 핀테크, 웹3.0 관련 도서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가면서 많은 산업분야에서 AI가 적용되고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책들을 보면서 추후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도 찾고 있습니다.”

 


100년 200년 공구업계 길잡이 되어주길


장 대표는 툴 잡지의 구성 변화에 대해서도 ‘예전엔 신문을 보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SNS를 보는 것 같다’며 트렌드를 반영하고 발전하는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툴에 대한 그의 한 가지 바람은 국내업체들을 더 많이 소개해주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도 일본과 독일에 버금가는 품질로, 가격은 더 저렴하게 생산하는 업체가 많다’며 툴에서 이런 기술력을 지닌 국내 업체를 많이 소개해주고,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공구사업과 함께해온 툴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게 툴은 동반자입니다. 공구에 대해 유일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책이기 때문이에요. 20대 중반부터 함께했던 TOOL, 40년 50년을 넘어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공구업계의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