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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긍정을 짜맞추는 목수

2024년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금메달’ 받고 ‘생활의 달인’ 출연
한쪽 눈 실명, 화재 등 불행 극복하는 긍정적인 모습 화제

 

나는 긍정을 짜맞추는 목수

 

포스트웍스 정준 대표

 

경기도 고양에는 국내 최정상급 가구목수가 운영하는 목공학원이 있다. 전국짜맞춤기능경기대회 1위 금메달을 획득하고 TV 프로 ‘생활의 달인’ 931회에 출연한 정준 목수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오른쪽 눈 시력을 희귀병으로 잃었지만 무한히 스스로를 긍정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짜맞춤 목공 실력 국내 최정상의 목수


가구를 아는 사람은 짜맞춤 원목가구를 최고급으로 친다. 짜맞춤 가구는 금속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정 밀하게 재단하고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방식은 견고한 원목가구를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며 미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제작 과정이 어렵고 까다로우며 실력이 뛰어난 목수가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정준 목수는 각종 목공 경기대회에서 짜맞춤 1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2022년 전국짜맞춤기능경기대회 1위에 이어 2024년에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1위, 경기도장애인기능경기대회 1위를 차지했다.

 


“목공은 노력과 함께 재능이 함께 적용되는 분야 같습니다. 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여러 가지 나무에 대한 이해와 공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죠. 특히 짜맞춤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중력과 구조적인 이해, 나무의 물성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요. 그런 다양한 요소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심미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에요. 여러 목공 대회에 나간 것은 나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서죠. 그러다보니 1위도 하고 금메달도 따게 되더군요. 그러다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하게 되었고요.”

 

정준 목수가 사용하는 공구들은 대부분 수공구이며 언제나 잘 관리되어 있다.

 

윈저 체어 제작하며 후학 양성에 노력


정준 목수는 짜맞춤 가구를 제작하면서 실내 인테리어 작업, 목공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그의 친구 이경경 대표와 함께 운영하는 ‘포스트웍스’ 목공 아카데미는 이런 짜맞춤 목공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주로 제작하는 목공 작품은 ‘윈저 체어’. 윈저 체어는 영국에서 자연적으로 생기고 발전해온 의자로 18세기 중반부터 영국 런던의 가구상들이 윈저 체어라 광고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짜맞춤으로 다양한 가구를 제작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저는 윈저 체어를 주목했어요. 처음 윈저체어를 보자마자 그 매력에 빠졌죠. 잘 건조된 좋은 나무를 구해 부드러운 곡선을 살리면서 또 편안함을 주는 튼튼한 윈저 체어를 짜맞춤 방식으로 제작합니다. 윈저체어는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미국에서는 거실에 두며 그 집안의 사회적인 성공과 안정됨을 나타내기도 하고요. 저도 다른 윈저 체어 제작자들처럼 오직 수공구만 사용해 의자를 만듭니다. 동시에 목공 학원을 운영하고 실내 인테리어 작업도 하는 거죠.”

 

 

각 부재의 형태와 나뭇결에 사용 공구 달라


정준 목수와 그의 동료 이경경 목수가 함께 운영하는 포스트웍스는 150평 면적의 대형 목공방이다. 매일 수 십 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공구를 사용하며 목공 실력을 쌓고 있다. 짜맞춤 목공은 물론 일반적인 목공수업도 병행한다. 이곳은 목공에 필요한 공구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목재 재단기는 물론 목공선반기계도 갖추고 있다. 목공을 제대로 배우고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와 공구를 능숙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원목 가구도 어떤 공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좋은 공구를 사용해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죠. 저는 목공 작업 시작 전에 제가 사용하는 수공구를 꼭 연마합니다. 탁상그라인더나 줄, 사포를 이용해 수공구의 날을 세우죠.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날을 잘 세운 목공 공구로 나무를 다듬을 때. 공구의 날 끝이 내 손이 됩니다. 그리고 나무가 마음속에 그리던 이미지로 변화해 갈 때 큰 즐거움을 느껴요.”

 

정준 목수는 다양한 수공구를 사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제작한다.

 

홍익대 미대 동양화가의 가구제작


정준 목수는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학사에 이어 석사까지 마친 그는 동양화를 그리는 전업 화가였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목공을 취미로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어느 가구 회사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게 된다. 원목 가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열정적으로 일하며 많은 경험과 배움을 쌓을 수 있었다.

 


“순수 예술을 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상당히 고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삶은 무척 단조롭고 고독하고 또 불안하거든요. 사람을 만나는 방안으로 목공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붓 대신 톱과 망치를 사용해 가구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그 계기로 도이치 가구에 입사해 몇 년 동안 직장인으로도 열심히 살았죠. 퇴근 후에도 집 근처 목공방에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생활을 지속 했고요. 그러다 이경경 대표를 만나 창업을 꿈꾸게 되었죠.”

 

 

코로나와 화재, 한쪽 눈 장애는 작은 불편


가구 디자이너의 삶을 살며 목공은 취미로 하던 그가 1류 목수의 삶을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계기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계기와 도움을 준 사람은 동업자인 이경경 대표. 각자 가정이 있는 두 남자는 함께 목공작업을 하다 창업 및 동업에 의기투합한다. 특히 짜맞춤 중심의 목공방을 목표로 두고 함께 시작했다고. 호기롭게 창업 했지만 창업 이후의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일산 킨텍스 지하에서 시작했는데 둘이 함께 노력하니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 했는데 화재가 발생해서 큰 피해를 입었죠. 2020년에는 코로나로 힘들었어요. 사람을 모을 수 없으니까요. 지금도 그때의 수강생 수를 모두 회복하지 못했네요. 창업 후 오른쪽 눈의 시력도 점점 나빠지고 안보여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몇 년 후에야 ‘코츠병’라는 희귀병에 걸린 것을 알았고 점점 눈이 나빠졌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힘들다고 낙담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아내, 두 딸을 생각하면 낙담하거나 비관 할 시간 없었죠. 자신의 상황에 비관하는 것 보다 그 상황에 맞춰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931회 ‘생활의 달인’  TV 프로에 출연했던 정준목수는 다양한 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2년 후, 핀란드 기능 올림픽 출전 꿈꿔


정준 목수는 무척 긍정적인 사람이다. 한쪽 눈 장애 덕분에 2027년 핀란드 장애인 기능 올림픽 출전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말 한다. 일반인 기능 올림픽은 나이 제한이 있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장애인 기능 올림픽에는 나이 제한이 없어 40대 목수인 자신도 출전 가능하다고. 그는 이미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으면서도 두 눈 멀쩡한 일반인들과 경합해 2022년 전국짜맞춤기능경기대회 1위 금메달을 받은 경험이 있다. 장애는 작은 불편함에 불과하다는 그는 2년 후 국가 대표 되는 것을 꿈꾼다.


“힘들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처음 장애를 알리고 전국 장애인 기능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게 되었어요. 사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것 보다 답답한 것은 창업 할 때의 목표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학위까지 줄 수 있는 아주 큰 목공 학교를 꿈꾸거든요. 그 목표와 꿈이 이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것이 더 힘들어요. 큰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따른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하나 이루는 것이 인생이죠. 2년 후에 국가 대표가 되어 핀란드에서 나의 목공 작품을 선보이는 것. 그것이 우선 제가 꿈꾸고 목표로 두는 저의 모습입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