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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구상은 어떤 모습일까?
중국은 국토가 넓은 만큼 공구상도 다양하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진화시(金华市)의 크고 작은 여러 공구상들을 소개한다. 한국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중국 공구상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중국 공구에 다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우시(義烏市, 소상품 유통 집결지로 유명), 융캉시(永康市, 전동공구의 고향이라 불림)을 익히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두 도시 모두 진화시에 속해 있는 하위 행정구역이다. 이처럼 저장성 진화시에는 공구제조 및 유통 업체들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대형 공구유통단지가 있는 융캉시(永康市)의 우진청(五金城)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형 공구상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오늘은 진화시 시내에 있는 공구상들을 둘러보았다.
1. 소규모 인테리어 자재점
페인트와 기본적인 인테리어 자재들을 전문으로 하는 철물점이다. 방문하는 일반인 고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전문 시공업자들에게 도매 판매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일반인 고객들에게는 상품 판매가 아닌 각종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벽면 리모델링 공사며, 방수 관련 작업 등을 무상으로 자문 및 맞춤 디자인을 진행해 주었다. 거기에 거래하는 시공업자를 연계해 주어 최종 시공까지 도맡아서 책임지고 있는 매장이었다. 일종의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매장의 규모는 작았지만 거래처인 인테리어 시공업자와의 협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2. 아파트단지 소형 공구상
아파트단지 상가건물에 들어서 있는 작은 공구상이다.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수공구들이 여러 종류 진열되어 있었는데 한국에서 ‘공구상’하면 떠올리곤 하는 공구상과 비슷하게 고객이 들어와 자신이 구하는 공구를 스스로 찾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만큼 공구 진열이 진열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저 쌓여만 있는 상태였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는 매장 대표의 기억으로만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정찰제로 제품마다 붙어 있었지만 바코드나 전산관리 등은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최근 한국의 공구상은 일반적으로 포스기 도입과 바코드를 부착하여 전산관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중국의 동네 공구상에서는 전산관리를 도입한 매장을 아직까지는 찾기 힘들었다.
이 매장에서도 고객이 도어록이나 전기콘센트 등을 구입하러 오는 단순히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집에 직접 방문해 교체 필요여부를 판단한 뒤 시공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3. 슈퍼마켓 공구상 겸업 매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동네 슈퍼마켓인데 특이하게도 공구도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 입구 근처에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각종 과자류며 음료수, 라면, 휴지, 세제 등을 진열해두고 있었는데 안쪽에는 다양한 공구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보통 슈퍼마켓에서는 공구를 판매한다 해도 멀티탭 정도의 공구만 볼 수 있지만 이 매장에서는 몽키, 펜치, 플라이어, 니퍼, 망치 등의 기본적인 수공구류부터 각종 조명, 그리고 리베터기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이번에 살펴본 여러 공구매장가운데서 유일하게 바코드로 전산관리를 하고 있는 매장이기도 했다. 어쩌면 공구상이 아닌 슈퍼마켓이라서 전산관리를 도입했는지도 모른다.
4. 일반적인 전문 공구매장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공구상이다. 제품이 잘 정돈되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고 품목 역시 수공구, 측정공구, 전동공구 등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의 대표와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에 주위 건설현장 노동자들 몇 명이 매장을 방문해 익숙한 듯 공구 수리를 맡겼다. 매장에서는 공구 판매뿐만 아니라 수리도 함께 겸해 진행하고 있었다. 시중 타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공구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많이 남기기 힘들어 공구 수리로 수익을 남기고 있다고 매장 대표는 말해 주었다. 어쩌면 대표가 판매하는 것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서비스로 보아도 될 듯하다. 대표가 수리나 설치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공구상 운영은 쉽지 않다.
일반적인 중국의 공구상은 대개 부부가 함께 경영하고 있으며 생활과 생업이 교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점포를 지키고 남편은 밖에서 영업과 수리를 하곤 한다. 매장의 크기는 대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풍부한 제품 품목과 재고를 갖추고 있다.
저장성 융화시의 여러 공구 매장들을 둘러보던 중 다소 이상한 점을 한 가지 발견하게 되었다. 규모가 큰 매장에서도 가게 규모에 비해 SATA나 威力,DELI 등 메이저 브랜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매장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 젊은 고객들이 매장에 와서 제품을 고를 때 제품의 모델명을 보고는 곧장 휴대폰으로 인터넷 판매가를 검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 공구일수록 온라인 판매처가 많고 인터넷에서의 판매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 가격으로는 도무지 가격을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름 없는 브랜드, 온라인 유통이 적은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이 판매 수량이 다소 적더라도 최종적으로 이윤이 더 좋다는 말이었다. 유명 메이커일수록 온라인 유통가와 오프라인 유통가의 가격 정책이 중요해 보이는 대목이었다.
중국 저장성의 다양한 공구상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고 또 기회가 된다면 중국의 대형 공구유통 단지는 어떤 모습일지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글·사진 _ 김성도 크레텍 해외마케팅부 상해팀 팀장 / 진행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