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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대 공구상 ‘버닝스’ 어떤 모습일까?
호주와 뉴질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대형 공구백화점 버닝스에 직접 다녀왔다. 한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구상, 버닝스를 송수현 툴 특파원이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7월의 어느 날, 호주 대표 공구상 ‘버닝스(Bunnings)’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방문한 지점은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Bunnings Rozelle 지점으로 지상 2층과 주차장 1층으로 구성된 총 3층 규모의 매장입니다.
호주의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약 35배, 남한의 80배 가량 될 정도로 넓은데 그에 비해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로 낮은 인구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아 아파트,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이곳 호주는 도심을 벗어나면 고층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대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높은 인건비와 함께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DIY(Do it yourself) 문화가 확립되었고 버닝스 역시 자신들을 ‘Australia DIY, Garden & Hardware Store’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음 버닝스 매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운영시간이었습니다. 호주의 많은 가게들이 오후 4~5시쯤 영업을 종료하는 것과 비교해,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버닝스의 긴 영업시간으로부터 주택에 거주하는 가족 단위의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며, 고객들이 퇴근 후에도 충분히 방문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나라 공구상에서는 보기 힘든 마트형 카트였습니다. 버닝스는 ‘Warehouse(창고)’라는 이름과 함께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데 매일 방문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카트를 배치해 고객들이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버닝스와 우리나라 공구상 간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들어가 살펴본 버닝스는 단순한 공구 상점이 아니라 거대한 공구백화점으로, 마치 공구계의 다이소와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지점은 판매하는 제품이 2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1층에서는 Tool, Electrical(전동공구)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구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고 2층에서는 주택문화가 발달한 만큼 이와 관련된 바비큐 관련 용품과 정원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판매하는 제품들에서 한국과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1층에서는 공구뿐만 아니라 DIY에 필요한 물품들이 많았는데, 무언가를 만들 때 필요한 나무판자나 화장실 변기 커버, 수전 등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2층은 바비큐와 정원 관련 용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전기 그릴, 화로, 조리 도구부터 정원을 꾸미는 데 필요한 다양한 식물 종자와 화분, 정원용품 등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버닝스에서는 디월트, 마끼다 등의 전동브랜드 공구 제품들을 마치 백화점처럼 진열해두고 있었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들을 한 구역에 모아두고 각 제품 옆엔 설명서와 다른 제품과 비교할 수 있도록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해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각 브랜드 제품들을 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었고 또한 실제 사용도 해 볼 수 있어 보다 편리한 쇼핑이 가능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대형 공구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버닝스의 고객 편의를 위한 이런 방식의 진열은 참고할 만한 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닝스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고객 서비스에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버닝스는 DIY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무료 DIY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워크숍 주제는 매번 달라지며 제가 방문했을 땐 정원 가꾸기와 실내 식물 키우기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의 참여 인원을 모집 중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방문했던 7월은 호주 학교들의 방학 시즌이었기 때문에 ‘School Holiday’라 적힌 전단지와 함께 어린이 활동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원예, 목공, 페인팅과 재활용 벽 예술 등 다양한 수업들 역시 무료로 운영 중이었습니다.
버닝스는 또한 ‘올 인 홈(All in Home)’ 서비스를 통해 에어컨, 식기 세척기, 문 잠금장치, 차고 문 등의 셀프 설치가 어려운 노약자 등의 사람들에게 구입한 제품의 설치도 직접 해주고 있었으며, 주방이나 차고 등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도와주는 ‘홈 스타일링 서비스’, 페인트 브랜드 둘룩스(Dulux)와 협업한 페인트 색상 추천 서비스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각 지점 입구에는 정원, 페인트, 전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배치하여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 구매 시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버닝스를 둘러보며 공구상이 어떻게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한국 공구상에서 참고할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 및 활동은 물론, 버닝스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활용하여 실제 판매제품을 활용한 디자인 공간을 소개하거나 DIY 워크숍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방문 연령층을 낮추고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공구’를 친숙하게 느끼게끔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버닝스를 참고해 보자!
1. 각 브랜드별 제품 특징/차이점 정리해 배치
2. 무료 공구 사용 수업 및 워크숍 개최
3. 노약자 대상 구매제품 설치 서비스
4. 품목별 구매 돕는 각 분야별 전문가 배치
5. 각종 SNS활용한 판매 제품 설명
6. 오직 공구판매? NO!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또한 버닝스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무료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매거진을 발행하며 매장 내 카페를 운영하는 등 쇼핑의 경험을 넘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케아는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특정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등,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버닝스는 이처럼 공구상도 트렌디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였습니다.
여기까지, 송수현 툴 특파원이 전한 호주 대표 공구상 버닝스 탐방기였습니다.
송수현
글·사진 _ 송수현 / 참고자료 _ bunnings.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