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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스패너 발명한 충북과학고 류호진
수원시, 삼일공고가 주최하고 국회, 교육부, 과기부 등이 후원하는 ‘제15회 전국 창업 발명 경진대회’에서 충북과학고 류호진 학생(2023년 수상 당시 3학년)이 ‘스패너의 기계구조를 개선한 탐구’를 주제로 통합대상(국회의장상)을 받았다. 발명품은 볼트와 너트를 힘을 덜 들이고 쉽게 탈착할 수 있는 자동&수동 겸용 스패너다. 작업 능률과 편의성 향상이 기대되는 이 제품은 대회 측의 지원으로 특허출원을 앞두고 있다. 과학과 발명을 좋아하는 류호진 학생은 이외에도 전국과학전람회 장관상,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 장관상, 흥미진진 과학체험 콘텐츠 공모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발명에 대한 재능과 과학탐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 ‘2023 대한민국인재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고교 졸업 후 경희대 기계공학과 입학을 앞두고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를 비대면 인터뷰할 수 있었다.
월간TOOL(이하 툴) 전국창업발명경진대회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류호진 학생(이하 호진)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아보는 날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해요. 스패너 발명품의 특허 출원을 도와주신다는 점에서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툴) 발명 대회는 어떤 계기로 나가게 되었나요?
호진) 어릴 적부터 무언가 만들어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 발명대회가 있는데, 한번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도전해봤어요. 그때 처음으로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발명대회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이후 여러 대회에 지원하게 되면서 전국창업발명경진대회도 나가게 되었어요.
툴) 공구, 특히 스패너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요?
호진) 중학생 때부터 장애인의 이동권 향상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발명을 지속해왔어요. 그러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휠체어에 탄 상태에서 그냥 탑승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먼저 휠체어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분해해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휠체어에 결착된 부품인 롱볼트가 길어서 너트를 스패너로 푸는 과정이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휠체어는 수리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점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 출발해 스패너를 개선하게 됐어요. 발명한 스패너는 ‘수동 및 자동 겸용 스패너’로 특허 출원 중에 있습니다.
툴) 발명한 ‘수동 및 자동 겸용 스패너’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세요.
호진) 기존의 전동공구로는 볼트가 길어서 볼트의 간섭으로 너트를 빼는 게 쉽지 않았어요. (우측 사진 같은 경우)
이런 롱볼트에 체결된 너트를 직접 손으로 돌리지 않고 쉽게 뺄 수 있도록 스패너 형태에 전동기능을 추가해 만들었습니다. 자동 스패너, 수동 스패너 두 개의 공구를 하나로 결합한 거예요. 자동 스패너에는 건전지를 장착하고 전원버튼을 누르면, 모터의 동력을 통해 너트를 회전시켜 볼트가 상하방향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반대편에는 수동 스패너를 만들어 작업장 환경에 따라 수동과 자동을 전환하며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나사축의 길이에 관계없이 편리한 작업이 가능하죠. 이 스패너로 너트 착탈 시간을 단축시키고 작업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툴) 놀라운 스패너네요. 볼트 너트 체결 작업이 아주 편리해질 것 같아요. 만드는 과정은 순조로웠나요?
호진) 저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적어두고, 나중에 만들어보는 식으로 발명을 하곤 했어요.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몇 번 있었는데, 무언가를 직접 만들 때 디자인하고 바로 만드는 것보다 디자인한 결과가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몇 번씩 계속 그려보다가 괜찮을 것 같을 때 직접 만들다 보니 시행착오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전동스패너를 만들 때는 처음에는 단순한 아두이노 모터 같은 작은 모터를 넣었었는데, 아무래도 출력이 약했어요. 이 과정에서 다른 전동공구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보면서 개선해 나갔어요. 아이디어를 구현할 때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Fusion 360을 사용하고, 원하는 모형이 만들어지면 3D 프린터로 출력을 해요.
툴) 상용화될 것을 고려해 만들었나요? 그럼 얼마에 팔고 싶나요?
호진) 실현 가능성에도 중점을 두고 설계하다 보니,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만들어서 제작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했었어요. 하지만 판매를 생각해서 만들지는 않았고, 만약 판매하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보완을 해야겠죠. 내구성 측면이나, 편의성이나 범용성 같은 부분도 개선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실제로 팔게 된다면, 제작단가가 얼마가 책정되는지 같은 여러 요건들을 고려해서 가격을 정하게 될 것 같아요.
툴) 제품 홍보를 위한 한 줄의 카피를 만들어 본다면?
호진) ‘전동공구는 확실하게 작업환경의 질을 높여주고, 새로운 전동공구라면 더 높아집니다.’라고 만들어 보지 않을까요? 전동공구를 쓸 때 작업환경이 편해진다는 걸 느끼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의 발명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점들을 보완하는 한 방법이다. 스마트 지팡이와 신발, 에스컬레이터를 혼자 탈 수 있는 휠체어 등 특히 장애인의 생활 개선을 위한 발명품들을 만들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 발명에 성공한 뒤 오는 짜릿한 기쁨과 만족감은 어느 것에도 견줄 수 없다. 주변의 불편한 점들에 귀 기울이고 유심히 관찰하게 되면서 발명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다고 한다.
툴) 평소 생활에서 자주 제품을 뜯어보고 개선점 대해서 생각하는 편인가요?
호진) 고장 난 기계 같은 경우에는 버리기 전에 한 번씩은 뜯어보는 것 같아요. 내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개선점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설계할 때 단순히 목적만을 달성하는 디자인인지, 아니면 편의성도 같이 제공하는지 살펴봐요. 예를 들면 컴퓨터 케이스 같은 경우, 컴퓨터 조립하는 사람도 배려하는 디자인을 갖고 있는 케이스들도 가끔 있거든요.
툴) 여러 과학·발명 대회에 나갔는데 그동안 어떤 제품들을 만들었나요?
호진) 친구가 설계해달라고 해서 도와준 것부터 직접 발명대회에서 제출하기 위해 만든 제품까지 다양한데요. 무선충전 기술을 활용해서, 눈 덮인 보도블럭 위에서도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럭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지팡이(겨울철 보도블럭 사이에 눈이 끼게 되면, 지팡이를 사용해도 보도블럭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기 어려움), 이를 신발에 적용한 스마트 신발,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혼자서 탈 수 있는 휠체어 같은 발명품들이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과학대회에 나갈 때 필요한 실험도구를 학교에서 직접 만들어본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과학고에서의 다양한 실습 경험과 공구로 조립, 제작해보며 익힌 것들은 발명품을 만들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 호진 학생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발명. 세상에 관심이 많아 대학을 가서도 더 배우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툴) 발명 실력도, 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도 참 멋진데요. 앞으로 더 만들어보고 싶은 제품이 있나요?
호진) 앞으로도 꾸준히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련된 발명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특히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발명이 아니라, 누구나 다쳤을 때 사용하는 목발이나 깁스같이 오히려 겪어볼 수 있는 상황에 도움이 되는 발명 쪽으로도 나아가보고 싶어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불편함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툴) ‘세상에 이런 공구도 만들어지면 좋겠다’ 하는 것은?
호진) 좁은 곳처럼 공구를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큰 힘을 전달할 수 있게 해서 조여진 나사나 너트를 풀 수 있는 공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의 로켓 동아리에서 발사대를 조립할 때나 해체할 때 드라이버 사용에 있어서 어려웠던 경험이 있거든요.
툴) 마지막으로, 미래의 꿈이 궁금해요. 이제 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하게 되는데 대학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싶나요?
호진) 아직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도, 노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해서도 단순히 전공과목만 배우지 않고, 복수전공 제도도 활용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싶어요.
툴) 많이 배우고 호진 학생만의 꿈을 찾아 꼭 이루길 응원할게요! 비대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