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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잘하는 패션모델, 대양정밀 김재우
SNS 9.3만 팔로워를 거느린 김재우 대표. 평생 용접공으로 살아오다 시니어모델로 변신, 용접하는 멋진 아저씨 인플루언서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TV, 패션무대, 광고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회귀’를 통해 인생 2회차를 살며 해피엔딩을 만들어가는 스토리가 많다. 그러나 여기 제2의 인생을 현생에서 실현 중인 이가 있다. 바로 산업의 최전선 제관용접 전문기업인 대양정밀 김재우 대표. 거친 용접현장과 트렌디한 패션무대는 전혀 다른 세계이기에 둘의 조합이 더욱 신선하다. 모델 4년차로 지금도 여전히 ‘성장중’이라는 그. 1년 전부터는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도움도 주고 있다며 달라진 일상을 전한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제조업 분야고, 용접일 자체가 사람이 아닌 기계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일이에요. 흑백같은 일상에서 마치 다채로운 영화 속으로 삶이 옮겨졌죠. 이게 진짜 인생이구나, 꿈꿔왔던 삶이구나 싶어요. 먹고살기 위해 용접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정말 많은 걸 새롭게 배우며 즐기고 있어요.”
용접업 자체가 시야가 좁고 단조로운 생활. 작업복이 일상복이었던 그는 어떻게 모델이 됐을까.
인기모델 된 비결은 ‘열정’
처음 무대에 선 건 우연이었다. 우연이 필연으로 된 데는 그의 ‘열정’이 한몫했다.
“대구FC후원자로 활동하던 중 2019년 대구패션문화페스티벌 앙드레김 옴므 패션쇼에 참가하게 됐어요. 권유로 시작했지만 막상 하려니 워킹을 너무 못하는 거죠. 수성못 공원이 행사장이었는데, 일주일 간 매일 가서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혼자 연습했어요. 낮에는 부끄러우니까요.”
4년차, 짧은 경력이지만 이력만큼은 화려하다. 앙드레김 무대 후 ‘더룩오브더이어’란 모델대회에 나섰다. 첫 도전임에도 클래식 라인상을 받았다. 이후 더뉴그레이에서 주최하는 전국시니어모델 1기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뽑혀 시니어계 BTS로 불리는 시니어모델그룹 ‘아저씨즈’ 막내멤버가 되었다. 이후 2020년 아이러브코리아 프리미어 패션쇼 무대에 섰으며, 언론 인터뷰는 물론 ‘아침마당’, ‘생생정보’ 등 TV프로그램 출연만 수회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홈쇼핑 염색모델은 물론 가전, 커피, 영양제, 청바지, 수영복, 패션브랜드까지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를 다니거나 오랜 시간 준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데 감사함을 전한다.
“제 분야에서 열심히 내공을 쌓아왔고, 모델로서는 서툰 점도 진실하게 보여드린 게 통했던 것 같아요. 저를 ‘원석’으로 봐주시고 잘 다듬으면 진가를 발휘할 거란 격려가 힘이 됩니다.”
스스로 몸치, 박치라 말하며, 젊은 세대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따라가려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 대학시절 학내방송국에서 활동했고, 지난 10년간은 틈틈이 사진 찍는 걸 취미로 삼기도 했다. 이런 점이 새로운 걸 즐겁게 받아들이는 그만의 재능이 되지 않았을까.
65년생 꽃중년
김재우가 제안하는 스타일링
오늘의 드레스코드
밝은 색감의 파란셔츠에 초록색 니트를 레이어드하고, 따뜻한 코듀로이 바지를 매치했어요. 상의보다 하의를 어두운 톤으로 매치해 안정감을 줬고요. 구제매장에서 구입한 일명 떡볶이 코트, 더플코트를 외투로 걸쳐 젊은 감각 업. 초록색 캔버스화로 오늘의 출근룩 완성!
옷 잘 입는 팁
저는 무채색 스타일을 선호해요. 알록달록한 옷은 정말 월등하게 소화 못하면 어느 순간 촌스러워져요. 무채색에 포인트만 줘도 SNS나 방송에서 돋보이더라고요. 제 퍼스널 컬러가 윈터-콜드스타일이라 화이트, 블랙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여기에 원톤의 포인트를 주죠. 우리 나이엔 양복에 넥타이, 구두라 생각하지만, 와이셔츠에 청바지나 면바지, 운동화로 마무리하면 젊고 감각적인 스타일이 돼요. 저는 후드티만 열두 개, 청바지도 열다섯 벌 있어요.
좋아하는 브랜드는?
탑텐, 유니클로, 자라, 에잇세컨즈 등 SPA브랜드 좋아해요. 이들 브랜드가 다 모여있는 쇼핑몰에 가서 트렌드도 살피고 구매도 하죠. 빈티지샵도 자주 가요. 멋스럽고 가성비 좋은 아이템들이 많아요. 오늘 입은 이 코트도 빈티지샵에서 3만원대 구매한 겁니다.
올해 유행 아이템 추천한다면
청청패션이 계속 유행할 거 같아요. 데님셔츠에 데님바지를 코디하는 거죠. 같은 청이라도 다른 톤의 바지와 재킷을 매치하면 멋스럽답니다.
그럼에도 변화를 이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 헤어스타일 바꾸는데 6개월 걸렸어요. 내성적인 성격에 술과 담배를 안 하는 데다 거의 격리된 생활을 하다보니 꾸밀 줄을 몰랐어요. 2007년 회사를 인수하고 14년간 거의 매일같이 일에 매달렸죠. 그러다 주 52시간제가 되면서 주말이 생겼어요. 마침 저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는 친누님의 조언이 저를 움직였죠.”
기존에는 편안한 아웃도어 스타일을 주로 입었고, 패션을 모르니 비싼 옷만 사면 되는 줄 알았다. 백화점에 가 해외유명브랜드 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
“이젠 달라졌어요. 4년간 더뉴그레이에서 ‘패션 크리에이터가 되라, 명품 입는 것보다 더 멋지다는 것을 보여줘라’란 교육을 받은 결과죠. 스타일과 가성비 모두 만족하는 옷을 좋아해요.”
흰머리가 좀더 늘면서 중후하고 댄디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그. 최근 옷 구입량이 늘었다고.
“예전엔 옷장 한 칸만으로 충분했죠. 지금은 옷을 많이 사는데도 옷값은 오히려 그전보다 줄었어요.”
평일은 대구, 주말은 서울에서 그는 금요일이면 서울 가는 기차를 탄다. 더뉴그레이와 ‘아저씨즈’ 정모를 위해서다.
“금요일 정모를 통해 교육을 받고, 아저씨즈 형님들과 촬영을 해요. 매주 촬영을 하니 부족한 걸 느끼죠. 뒤처지지 않으려고 정보를 찾고, 늘 배우려 노력해요. 요즘은 PT도 하고, 3시간씩 힙합, 셔플댄스를 배우고 있어요. 2시간씩 연기수업도 받고 있어요. 부족한 패션감각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서 스타일링 되어있는 옷을 사진 찍어두고, 또 비슷하게 연출해보기도 하고요. 그런 저의 일상을 SNS에 올려 팔로워들과 공유하고 있어요.”
SNS에 올린 한 영상은 누적 조회수 1억뷰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활발하게 SNS활동을 하다보면 다양한 메시지를 받곤 한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로부터 오는 용접관련 문의가 참 반갑다고 전한다.
“그동안 블루컬러로 저평가된 부분이 있지만, 저는 괜찮은 분야라 자부합니다. 틈새산업인데다 수익도 높아요. 외국에서는 배관과 용접공에 대한 대우가 높죠. 제조공장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지만 용접만큼은 아직 고유분야입니다. 전문기술을 갖춰야하기에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요.”
세계무대 진출을 꿈꾸는 그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의 시축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시축은 축구 좋아하는 사람에게 영광이죠. 지난해는 괌 관광청 초청으로 3박 4일간 괌에 머물며 홍보영상을 찍었어요. 거리에서 촬영하는데 현지분들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앞으로 세계에 K컬처를 알리는 시니어모델로, 크리에이터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요. 용접은 물론 패션모델이자 크리에이터로서의 미래도 열심히 가꿔가겠습니다.”
리뉴얼을 꿈꾼다면 ‘나는 난데’라는 생각을 버리라 조언한다.
“지금이 가장 빨라요.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됩니다. 열정을 갖고 꾸준히 한다면, 사랑이든 취미든 인생2막이든 안되는 게 없다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 나의 ‘화양연화’를 만들어가세요.”
글·사진 _ 김연수 / 사진제공 _ 김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