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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로 방어선 돌파하고 수리공구로 승리 견인
펌프로 방어선 돌파하고 수리공구로 승리 견인
공구와 전쟁 이야기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런 전쟁을 막는 것은 적을 압도하는 국력이며 그 국력은 산업 생산력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공구 제조 및 유통 능력에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발생하는 치열한 전투도 공구를 다루는 군인과 다양한 공구들이 있어야 승리가 가능하다.
전쟁과 전투 그리고 군인에게 있어서 산업용 공구는 꼭 필요한 존재다. 군인 병과 중에는 공병이라는 병과가 존재한다. 군대에서 그만큼 공구가 소중하고 요긴하게 사용된다는 증거다. 공병은 지뢰 및 폭발물 설치, 장애물 설치 및 제거, 다리 폭파 및 임시교량 건설 등 실전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다.
신속한 전진을 할 때 적이 설치한 장애물을 처리하거나 전략상 후퇴를 할 때 적의 추격을 막기 위한 장애물을 설치하는 데 전문적인 공병대의 공구 및 장비는 꼭 필요하다. 공병은 적진에 침투해 적군의 주요 시설물을 폭파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위 ‘특전사’에도 공병에 해당하는 폭파 주특기가 존재하며, 전 세계 특수부대들의 편제 중에 공병은 꼭 포함되어 있다. 반대로 적군에게 파괴된 주요 시설을 복구하는 것도 공병의 임무 중 하나다. 그래서 공병들이 사용하는 공구들은 건설현장의 산업공구들과 같다.
군인은 전투를 대비한 훈련을 하면서 전투를 위한 참호나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수리하는 등 건설현장에도 차출된다. 이런 군인의 운명은 수천 년 지속된 일이다. 이탈리아 도로 중 ‘로마 가도(viae Romanae)’로 불리는 오래된 도로들은 모두 2천 년 전 고대 로마시대 군인들이 자신들의 빠른 이동을 위해 만들었다. 로마 가도는 단단한 돌과 각종 건축 재료를 동원해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상당수가 유럽의 국도로 이용되고 있다. 군인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민간 건설회사가 하기에서는 수지가 안 맞거나 너무 위험한 현장, 위기 속에 발생한 급한 공사현장에는 어김없이 공병대가 투입된다. 이것은 한국군도 마찬가지.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의 주요 험지 구간에는 국군의 공병대가 투입되어 고속도로 건설비를 절감했다. 2017년 7월에는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시 낭성면의 한 다리가 주저앉자 육군 제1115공병단에서 M2 장간조립교를 설치해 수해 복구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위급한 순간 산업공구가 투입되어 전투에 승리하거나 수만 명의 목숨을 살린 사례는 많다. 6.25전쟁 당시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3일 사이에 있었던 장진호(長津湖) 전투도 그런 사례다. 당시 3만 명의 UN군은 개마고원의 입구인 황초령 인근과 장진호 유역에서 12만 중국군에 포위되었다. 포위 공격 받자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보급은 끊겼고 중상을 입은 부상자는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그 순간 UN군 소속 미국 해군 공병대는 적의 포화 속에서도 다양한 공구를 활용해 신속히 야전 활주로를 건설했다. 그 결과 항공수송으로 탄약을 보급 받고 부상자를 후방으로 이송하며 UN군의 완전한 전멸을 막을 수 있었다. 이후 포위를 뚫고 전군이 함흥으로 후퇴할 때 유일한 후퇴로인 황초령 수문교가 파괴되어 퇴로가 막히자 다시 공병들이 투입되어 낙하산으로 보급 받은 건설용 공구와 자재들로 다리를 수리한다. 그 다리에서만 미군 1만 4천명과 차량 1천400대, 다수의 피난민이 안전하게 후퇴했다. 6.25전쟁 당시 UN군은 다양한 산업공구를 적시 적소에 사용해 장진호 전투의 전략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그 결과 흥남철수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산업용 펌프가 강력한 전쟁 무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욤 키푸르 전쟁’으로도 불리는 제4차 중동 전쟁 당시 이집트군은 이스라엘군이 구축한 방어선을 돌파할 때 산업용 공구를 사용했다. 1973년 이스라엘은 수에즈 운하 옆을 따라 ‘바레브 라인’으로 불리는 방어선을 구축해 이집트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 방어선은 45도 각도의 높이 20미터의 모래방벽이었는데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모래방벽은 전차의 공격이나 포격, 항공기 폭격은 물론 전술핵의 공격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집트군은 동독에서 수입한 고성능의 펌프를 동원해 모래벽을 적셔서 무너뜨려버리는 창의적인 전술을 사용한다. 돌파에만 최소 이틀은 걸릴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생각과 달리 이집트군은 산업용 펌프를 이용해 단 2시간으로 방어선을 돌파했다. 그 결과 이집트군은 이스라엘군에게 뺏겼던 영토인 수에즈 운하와 시나이 반도를 되찾는데 성공한다.
고장난 전차를 공구로 빨리 수리한 덕에 전투에서 간신히 승리한 사례도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위기 속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파괴된 탱크를 재빨리 수리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이스라엘 국경 동쪽에 위치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수원지이며 이스라엘 군대의 위치와 이동상황을 관측 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제4차 중동 전쟁이 발발하자 시리아군은 당시 1,000대의 전차를 동원해 이스라엘군이 주둔한 골란고원으로 진격한다. 시리아의 1,000대의 전차 중 500대는 골란고원 북쪽 방어선으로 향했고 이를 상대한 것은 이스라엘 제7기갑여단의 전차 40여대였다. 전투 시작 후 4일 동안 40여대의 전차는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이스라엘군은 수 백 대의 시리아군 전차를 파괴했지만 결국 7대의 전차만 살아남게 된다. 결국 남은 7대의 전차는 시리아군 전차들에게 포위되고 탄약까지 떨어지자 골란고원에서 후퇴하려는데, 그 순간 앞선 전투에서 파괴당한 이스라엘 전차 13대가 수리 복구되어 전선에 도착한다. 시리아군은 이것을 보고 이스라엘의 대규모 증원 부대가 전선에 도착한 것으로 착각해 후퇴하면서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지킬 수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군과 달리 정비용 공구를 전장 가까운 곳에서 확보하여 수준 높은 정비능력을 보유한 덕에 얻었던 승리였다.
2023년 산업용 공구의 위상은 과거 전쟁과 전투에서 활약한 공구보다 더욱 드높아졌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차나 장갑차보다 드론이 대규모로 활용되고 있다.
군인 한 사람이 저렴한 자폭용 드론을 조종해 값비싼 전차나 장갑차를 폭파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무인 항공기에 속하는 드론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지만 이륙 전에 반드시 공구를 사용해 정비를 해야 한다. 또 정비 및 수리가 꼭 필요한 무기가 드론만 있는 것도 아니다. AI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 로봇도 새로운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이미 전투용 로봇을 개발해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에서 실전 배치해 사용한 바 있다. 앞으로 한국에 도입 될 국내 제작하는 전투기 KF-21도 무인전투기와 연동되어 활약할 예정이다. 첨단 무기를 운용 할 때는 그 무기를 다루는 사람과 함께 정비 및 수리에 필요한 장비, 공구가 중요하다. 미래에는 나사 크기에 맞는 드라이버가 부족해서 전투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 산업 현장에 필요한 공구가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제는 전투 현장에도 산업용 공구가 제 시간에 도착하느냐가 전투 승패를 나누는 척도가 될 것이다.
글 _ 한상훈 / 참고 자료 _ 로마인 이야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데스퍼레이트 그라운드(절망의 땅 장진호의 미 해병과 불굴의 영웅들), 골란고원의 영웅들, 욤키푸르 1973 / 검수 _ 정준우 크레텍 마케팅 이사, 선종명 크레텍 영업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