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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거리 둘레길 ⑦ 철강산업의 발전과 함께하다 – 경북 포항 남빈동 공구거리
공구거리 둘레길 - ⑦
1970년대 초, 포항제철소의 건립과 함께 형성된 남빈동 공구거리. 현재 MRO업체들의 성장과 공구 상권 분리로 7~80년대의 뜨거웠던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구하는 뭐든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남빈동에 대한 기억은 포항 지역민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포항의 중앙상권에 자리 잡은 남빈동 공구거리. 직선거리 250여m 왕복 4차선 도로 좌우에 빽빽하게 들어선 상가건물들에는 70년대 초부터 공구상, 철물점, 볼트전문점 등의 업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50여 개 점포가 공구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거리 주변은 그야말로 포항시 최대 상권이다. 북구청을 위시한 여러 관공서들과 중앙통(중앙상가길)이라 불리는 번화가가 인근에 위치해 있음은 물론, 길 하나 건너에 있는 포항 대표 재래시장 죽도시장은 시장 주변이 경북 최고 표준공시지가를 기록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고 규모가 큰 시장이다. 또한 KTX역 개통으로 2015년 폐역되기 전의 옛 포항역사도 도보 10분 거리. 아직 열차가 다닐 때엔 포항시 인근 영덕군, 구룡포 등 위성도시 사람들은 무궁화호, 새마을호, 비둘기호 열차를 타고 포항역에 내려 남빈동 공구상가를 방문하곤 했다. 그만큼 과거부터 지금까지 남빈동 공구상가는 포항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옛날부터 번화가였던 남빈사거리 일대에 공구상이 들어서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항제철소의 건립이다. 사실 공구 사용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중공업 발전은 그 역사가 길지 않다. 광복 이후 6.25전쟁이 끝나 휴전에 들어서 수차례 대선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은 농경 중심이었다. 중공업의 시작은 곧 포항제철소(포스코)의 설립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1970년 故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제철소 1기 착공식에서 공사 시작을 알리는 발파버튼을 누른 후 남빈사거리 일대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각종 공구들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공구상 철물점은 금세 늘어나 거리는 남빈동 공구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1973년 완공된 포항제철 고로의 운영과 함께 수많은 포항제철 협력업체들에 필요한 각종 공구들은 모두 남빈동으로부터 납품되었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당시엔 서울의 청계천 못지않게 포항의 남빈동은 공구 판매의 붐을 이루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공구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했다. 몽키 한 자루 구하려 해도 찾기가 쉽지 않을 때다.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장을 다 대 주기 힘들 정도로 공구의 공급이 부족한 시기였다. 들여놓기만 하면 팔리는, 구입하려는 돈은 많고 팔 공구는 오히려 부족한 그런 시대였다.
당시 장사에 신경 썼던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었다.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바로 옆에 공구상이 여럿 생기더라도 매출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70~80년대, 그 시절의 매출보다 지금의 매출이 오히려 덜하다고 남빈동 상인들은 말한다.
공구상을 창업해 포항제철 및 각종 협력업체, 건설사에 공구를 판매했던 1세대들의 지금 나이는 다들 70대 후반에서 80대. 지금의 남빈동 공구거리에서 1세대를 찾아보기란 힘든 일이다. 대부분 2세대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2.5세대가 운영하는 매장도 여럿이다. 하지만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때의 영광은 상당히 주춤해져 버렸다.
현재 남빈동 공구거리는 소매 위주로 방향을 전환했다. 포항제철과 협력업체들은 공구상보다 대부분 MRO업체들로부터 납품을 받는 상황이다. 늘어나고 있는 MRO업체들과 온라인 공구상, 그리고 포항시 남구에 새로 생긴 대도공구상가 등 다각화된 공구 상권도 남빈동 공구거리 침체의 원인들이다.
남빈동 상인들은 IMF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한다. IMF당시 포항 지역은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고 상인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를 거치며 건설 경기가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은 상승해 매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나 가격대가 높은 엔진 등을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가격이 10%상승해도 그 금액이 상당하다.
또한 작년 9월 포항지역을 덮친 태풍 힌남노의 피해도 장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내가 물에 다 잠겨 포항에서 폐차한 차량만 1만 대에 가까웠던 당시, 남빈동 공구거리 상가들에도 전부 흙탕물이 들어찼다. 발목 위까지 물이 들어찼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각종 절삭공구, 절단석 등 한 번 물에 잠기면 사용이 불가한 공구들과 지하 창고에 보관 중이던 공구들은 전부 폐기할 수밖에 없는 일. 그런 상황에서도 고압세척기, 습식청소기, 바닥청소기 등 청소용 공구를 판매하는 공구상들은 큰돈을 번 업체들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빈동 공구상의 판매는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남빈동 공구거리에는 인테리어 업체, 건축, 설비업체 그리고 전동공구나 소형 농기계를 찾는 이들의 방문이 잦다. 또한 각종 공구의 수리가 필요한 이들도 다른 곳보다 먼저 남빈동을 찾는다. ‘뭐든지 다 구할 수 있는 남빈동’이라는 기억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남빈동 상인들은 자신의 매장을 2세대, 3세대에게 물려주려 하고 있고 또 물려받고 있다. 이것 역시 남빈동 공구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과 더 나아질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남빈동 공구거리에 필요한 것
대광기계종합상사 김주석 대표
현재 이 시점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남빈동 공구상가번영회입니다. 한 15년 전까지만 해도 상가번영회가 있었습니다. 헌데 언제부턴가 유명무실해지고 결국 와해돼 사라져 버렸죠. 예전 번영회 있을 때는 2세대들이 주축이었어요. 회장 총무 하면서 공구거리 상인들이 단합도 되고 그랬는데 이후 2.5세대 사람들 가운데는 이어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안타깝죠. 근처 포항 대도공구상가에는 지금
상가번영회가 있거든요.
대명공구백화점 최병철 대표
공구거리가 단합되기 위해서는 상가번영회가 꼭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의견보다도 여러 사람의 의견이 더 힘이 세거든요. 소리를 낼 창구가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그러면 아직 없는 공구특화거리 간판을 달수도 있고 더 나은 것을 이루어갈 수 있겠죠. 누군가 봉사정신을 발휘해서 상가번영회를 재활성화시켜 끌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남빈동 공구거리 모든 상인들이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남빈동 공구상이 추천하는
매콤달콤한 물회와 회밥이 먹고싶다면 수향회식당을 방문하라. 육수가 아닌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경북지방의 정통 물회를 맛볼 수 있다. 각종 야채와 활어회, 듬뿍 뿌려진 참깨가루에 초고추장을 양껏 뿌린 물회는 그 맛이 신통방통하다.
주소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14길 3
주요메뉴 물회 회밥
엄청난 비주얼의 아귀찜을 대표 메뉴로 하는 포항 생아구(포항생아구대구물곰전문). 부드러운 아귀살을 입 안에 넣으면 마치 녹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아귀찜뿐 아니라 물곰탕도 일품이니 남빈동 공구거리를 찾았다면 꼭 한번 들러 맛봐야 할 식당이다.
주소 포항시 북구 동빈로 7-1
주요메뉴 아구찜, 물곰탕, 대구탕
포항에서 맛있는 소고기를 먹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식당이다. 불고기, 소갈비, 소고기찌개 모든 메뉴의 맛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는 신라왕갈비. 경상지역 특화 음식인 얼큰한 소고기찌개는 술안주와 술마신 다음날 해장 음식으로 딱이다.
주소 포항시 북구 죽도로40번길 8
주요메뉴 불고기, 생갈비, 소고기찌개
‘백종원의3대천왕’에서도 소개된 맛집. 죽 위에 썰어 올려진 전복살과 아마씨가루가 뿌려져 고소한 맛이 한층 강화된 전복죽을 맛볼 수 있다. 비린내 걱정은 No! 간도 약한 편이라서 아이들 먹기에도 좋다.
주소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2길 32
주요메뉴 전복죽, 전복물회
글·사진 _ 이대훈 / 참고자료 _ 포항시 홈페이지, 전국특화거리표준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