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경북항공고등학교
경북항공고등학교는 항공정비사를 양성하는 군 특성화고다. 툴에서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경북항공고를 방문하여 전투기, 헬리콥터 등 항공기 정비에 사용하는 공구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상공을 지키기 위해 교육받는 항공고 학생들을 만났다.
“격납고로 가셔서 취재 진행하시죠.”
깜짝 놀랐다. 취재에 응해 준 민상홍 선생님이 꺼낸 첫 문장에. 국어사전에 따르면 격납고라 함은 항공기를 육상에 수용하기 위해 건축된 건축물을 말한다. 사전에 실려 있긴 하다만 격납고라는 단어는 전시(戰時)가 아닌 일상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단어가 아닌가. 그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식사나 한 끼 하시죠”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다니. 그리고 잠깐만, 뭐라고요? 학교에 격납고가 있다고요?
항공고라고 해도 일반 고등학교와 얼마나 다르겠어? 하던 예상은 그야말로 박살이 나 버렸다. 학교 입구에 세워져 있던 전투기, 주차된 차처럼 운동장에 주기(駐機)되어 있던 헬리콥터, 그리고 ‘이게 정말 고등학교의 격납고라고?’하는 생각이 들 만큼 넓은 격납고 속 여러 대의 전투기와 헬리콥터까지.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모든 비행기들이 모형이 아닌 전부 실제 비행기라는 것.
“저희 학교가 군 특성화고라서 공군, 육군으로부터 임대 받은 비행기들입니다. 이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항공기 정비 교육이 진행됩니다.”
항공정비부장 민상홍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경상북도 영주시 경북항공고등학교는 항공정비사를 양성하는 군 특성화고등학교다. 군 특성화 제도란 유급지원병의 하나로, 고등학교에서 군 특성화 교육 후 졸업과 동시에 입대하며 최소 3년간 복무하는 제도다. 복무 중 전문하사로 임관하여 학사 취득, 전역 후 동일계열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육군과 공군에 특성화된 학교입니다. 이 항공이라는 자체가 교육 받고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분야죠. 자동차 같으면 카센터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 같은 경우는 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죠. 저희 학교는 비행기를 다루는 군대나 민간 항공사 등에서 필요한 정비 경력자를 키워 내는 학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경북항공고는 전국 25개 군특성화고 중에서 수년째 연속으로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고 있고, 또한 항공정비 자격증 습득의 요람으로 불리는 학교이기도 하다. 항공정비 관련 자격증으로는 항공기체/기관 정비 기능사, 항공장비 정비 기능사 등의 기능사 자격증과 항공산업기사와 같은 산업기사 자격증, 그리고 항공 분야 진출에 필수적인 항공 정비사 자격증이 있다.
“항공 정비사 자격증은 국토교통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입니다. 의사들에게 의사 면허가 필요하듯 항공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격증이죠. 올해 저희 학교 학생들의 항공정비사 합격률은 84%였습니다. 전국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은 합격률이죠.”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 모집을 하는 경북항공고의 학생 수는 308명에 입학 경쟁률은 해마다 2:1정도. 요즘같이 미달되는 학교가 많은 현실에서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진학한 학생들은 항공기의 기관(엔진)부터 기체(외관), 각종 장비며 계기 그리고 전자 전기장치까지 정비하는 법을 3년동안 교육받는다. 각 정비에 필요한 갖가지 공구 사용법은 기본이다.
자동차나 자전거에 특수 공구가 있는 것처럼 항공기 정비에도 특수 공구들이 사용된다. 항공기 운항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진동. 아무리 규정된 토크값으로 볼트와 너트를 죄어 둔다 해도 진동이 계속되면 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항공기에는 진동에 따른 볼트나 너트 빠짐을 방지하기 위한 와이어 트위스터, 캐슬 너트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항공기는 무게의 경량화를 위해 기체가 보통 알루미늄으로 제작되므로 기체 파손시 용접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파손된 기체 정비시 리벳과 리베터기가 사용된다. 리베터기 사용법도 필수적인 교육 내용 중 하나다.
“요즘은 정말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측정의 정도, 정밀도는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백분의 일 자리로 측정하던 걸 지금은 천분의 일, 만분의 일 이렇게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그게 다 항공기의 발전에 따라가기 위해서입니다.”
자동차 수리나 선박 수리 등과 항공기 수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MEL(Minimum Equipment List)을 들 수 있다. 이는 항공기 운항 전, 장비나 계통에 결함이 발생하였을 경우라도 정비사의 판단에 따라 운항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발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서다. 그만큼 항공기에서는 정비사의 역할이 조종사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하다.
“저는 학생들에게 정비 교육을 할 때 공구의 사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성이라고 교육합니다. 커다란 항공기가 움직이는데 계속 누군가가 모니터링할 수 없어요. 정비하는 작업자를 100% 통제하고 감독할 수는 없다 이거죠. 볼트가 수만 개 있는데 한 개 빼먹은 걸 자기만 알고 있는 거예요. 결국 중요한 건 양심이고 인성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공구를 이용해 정비하는 방법만큼 인성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어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자신만의 기술을 갖는 것이라 한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기술을 익힐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 점에서 항공고등학교 진학도 좋은 선택이라고 민상홍 선생님은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은 급여가 약하죠. 항공기 정비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직입니다. 또 고등학교 일학년, 나이 열여섯 살부터 정비를 배우면 대학 졸업한 사람과 비교해 7~8년 정도의 경력을 더 가질 수 있죠. 그래서 학부모님들께 중학생 자녀들의 항공고등학교 진학을 권하고 싶습니다.”
경북항공고등학교 교정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모습 그리고 열정 넘치는 항공고 학생들의 태도에서 우리나라 상공의 안전, 그리고 대한민국 젊은 학생들의 창공처럼 푸르른 미래가 보였다.
학교를 졸업하면 공군 특성화로 입대해서 최소한 십 년 정도 공군에서 정비경력을 쌓을 생각이에요. 그 다음에는 졸업하신 멋진 선배님들처럼 대한항공이나 항공기 제작사 카이(KAI,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쪽으로 진학하는 것이 꿈입니다. - 공우빈(사진 중앙)
저는 부사관 시험을 쳤거든요. 내년 5월쯤에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을 해요. 그렇게 이십년 정도 군생활을 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정비뿐 아니라 항공기 조종에도 관심이 있거든요. 전역 후에는 조종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조종 공부를 하고 있고요. - 김하늘(사진 좌측)
예전엔 항공기를 보는 데만 관심이 있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배우다 보니 지금은 정비하는 데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졸업 후 저는 육군 특성화로 입대한 후에 장기하사로 전환해 퇴임 시기까지 복무할 생각입니다. - 권대호(사진 우측)
글 _ 이대훈 / 사진 _ 이창우(모임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