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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모델 마니아들이여 마하공구로 모여라!
프라모델(플라스틱 조립 모형) 마니아들이여 마하공구로 모여라!
서울 을지로 마하공구 남창호 대표
‘프라모델’이란 플라스틱 로봇 등의 조립 모형을 일컫는 말이다.
을지로 마하공구는 프라모델을 위한 각종 공구를 제조·판매한다.
키덜트족들의 취미 프라모델
어릴 적 동네 문방구나 완구점에서 구입해 조립하곤 했던 몇천원 짜리 플라스틱 로봇. 각각의 조립용 부품들이 붙어 있는 네모난 틀 ‘런너’에서 부품을 손으로 떼어내 끼워 맞추기만 하면 그럴싸한 로봇 장난감이 완성되곤 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시간 날 때 가볍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었다면 성인이 되어선 본격적인 취미 생활로 프라모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디자인의 조립 모델,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는 즐거움, 완성 후 장식물로써의 기능, 수집의 재미 등을 즐기는 이런 ‘키덜트(키드+어덜트)족’ 들에게 프라모델이란 그저 장난감이 아닌 자신의 취향과 노력을 담은 하나의 작품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물이다.
그런 만큼 조립 과정도 가볍게 진행할 수는 없는 법. 사소해 보이는 부품 하나하나도 쉽사리 다룰 수 없다.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는 자전거용 전문 공구가 있는 것처럼 프라모델 마니아들 역시 프라모델 전문 공구를 이용해 각각의 부품을 다루어낸다.
7천여 공구를 판매하는 마하공구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역 근처에 위치한 마하공구는 우리나라 프라모델 마니아들 가운데 모르는 이 없는, 유명한 프라모델용 공구 전문 공구상이다. 매장에는 7천여 가지의 공구가 진열되어 있다. 마하공구 남창호 대표는 프라모델 제작에 필요한 공구는 전부 다 판매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프라모델에는 꼭 프라모델용 공구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일반 공구들도 다양한 공구들이 필요해요. 부품을 런너에서 잘라내는 니퍼부터 사포(페이퍼)까지 여러 가지 공구가 필요하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공구는 모형용 니퍼(플라스틱 니퍼)다. 일반적인 공업용 니퍼와는 달리 날이 얇고 크기도 작아 플라스틱 부품을 잘라내기에 적합하다. 일본의 모형 메이커 회사 타미야 사의 니퍼와 공구상에서도 판매하는 쓰리픽스 사의 MK-02 모델이 프라모델러 들에게 인기 제품. 니퍼는 성능에 따라 절단면의 깔끔하기 달라지기 때문에 조립 후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공구라 할 수 있다.
프라모델에 필요한 다양한 공구들
다음으로는 아트나이프가 사용된다. 니퍼를 이용해 런너에서 잘라낸 흔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 사용하는 공구다. 그리고 세퍼레이터라는 공구도 있다. 잘못 결합된 부품을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구다.
그 외에도 흔적을 더욱 더 깔끔하게 다듬기 위한 스틱 사포나 스펀지 사포, 부품에 옮겨 붙일 스티커를 손쉽게 떼어내고 붙이는 데 사용되는 핀셋, 도작작업을 위한 미니 컴프레서와 에어브러쉬 등이 프라모델러들을 위한 공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니퍼로 부품을 자르고 자른 흔적을 사포질을 해 지우고 세척해 컴프레서와 분무기로 도장 작업을 한 뒤 거기에 핀셋을 이용해 스티커를 붙이는 등 부품의 마감을 마친 뒤 조립하면 한 기(機)의 프라모델이 완성된다.
마니아들을 위한 금속 부품
마하공구 남창호 대표는 앞에서 말한 기본적인 공구는 일반 공구상에 가서도 살 수 있지만 자신이 제작하고 판매하는, 프라모델을 위한 특별 공구는 바로 이 곳 마하공구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도 정말 자동차 마니아들은 차를 튜닝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 프라모델을 10년 이상 만들어 온 사람들이 마하공구를 찾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 프라모델 시작하는 사람들보다는 오래 해 왔고 잘 하는 사람들이 찾는 거죠.”
진짜 ‘마니아’들이 마하공구를 찾는 이유는 다름아닌 남창호 대표가 제작 및 판매하는 메카닉 부품(공구)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프라모델 로봇에게 필요한 금속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남 대표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프라모델은 그 이름부터가 ‘플라스틱’임을 드러낸다. 플라스틱 로봇인데 금속 질감을 낸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그러니까 금속으로 부품을 다시 깎는 거죠. 저희 마하공구에서는 그렇게 부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금속 부품들
마하공구가 제작하는 프라모델 메탈 부품은 알루미늄으로 정밀 가공된 부품들이다. 거기에 도금처리를 해 필요에 맞는 색을 낸다. 완성된 프라모델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다. 부품뿐만 아니라 프라모델 몸체에 부착할 수 있는 알루미늄 포인트 에칭(etching) 시트도 제작 판매한다.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 심지어는 프라모델의 구입 가격보다 메탈 부품의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하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커지는 것이다.
“자기 작품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으니까 메탈 부품들을 구입하는 거예요. 요즘은 보면 SNS에 사진들을 많이 올리잖아요. 인스타그램 같은 데 자기가 만든 걸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 누르고 하니까 더 잘 만들고 싶은 게 당연하거든요. 보통 프라모델 키트는 5만 원에서 10만 원이면 사는데 그걸 우리가 제작한 소품들로 튜닝을 하면 50만 원에서 100만원이 들어갑니다. 그만큼 고급스러워지는 거죠.”
그래도 남창호 대표는 프라모델에 있어 더 중요한 공구, 덜 중요한 공구는 없다고 말한다. 어떤 공구라도 그 공구가 존재하지 않으면 자기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을 테니 맞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모든 공구가 다 그렇지 않을까. 마하공구에서 공구에 대해 또 한 가지를 배운다.
글ㆍ사진 _ 이대훈